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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北, 민주콩고서 동상으로 돈 벌어…제재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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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세운 비영리 감시단체 센트리가 콩고민주공화국(민주 콩고)에서 이뤄지는 북한 업체의 영리사업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즉각 계약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상 수출로 수천만달러 수입 올려 #유엔 결의 2321호 "北 대형 조형물 수입 금지"

북한인 박화성, 황길수 등 두 명이 민주콩고에서 영리사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세운 비영리기구인 센트리에서 이들이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센트리]

북한인 박화성, 황길수 등 두 명이 민주콩고에서 영리사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세운 비영리기구인 센트리에서 이들이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센트리]

1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센트리가 발간한 8월호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센트리는 '어떻게 북한 사업가들이 민주콩고에서 제재를 피했나' 보고서를 통해 박화성과 황길수라는 이름의 북한 사업가 2명이 2018년 민주 콩고에 건설회사 '콩고 아콘데'를 세웠다고 밝혔다.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중앙포토]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중앙포토]

이들은 업체명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했고, 공공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콩고 아콘데는 설립 직후 남동부 지역에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의 인물상을 포함해 2개의 인물상 건설 계약을 확보했다. 이들은 수도 킨샤사 중심지역의 공원 조성 사업도 따냈다.

2019년 1월 공개된 조각상 2개는 해당 지방 정부의 자금으로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콩고 정부의 돈이 북한 사업가들에게 흘러갔다는 뜻이다. 당시 현지 여당 정치인을 포함한 유명 정치인들이 이곳에 방문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동상 건립 과정에서 킨샤사 주지사를 만난 황길수의 사진도 공개했다. 센트리 측은 "주지사와 황길수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야기를 나눈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아직 명확한 문서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출신의 황길수(오른쪽 분홍색 셔츠)가 콩고에서 영리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단체 센트리는 콩고에서 동상 건립 등을 해서 돈을 번 북한 사업가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센트리]

북한 출신의 황길수(오른쪽 분홍색 셔츠)가 콩고에서 영리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단체 센트리는 콩고에서 동상 건립 등을 해서 돈을 번 북한 사업가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센트리]

北 동상 사업, 엄연한 대북 제재 위반

북한의 동상 사업과 관련, 국제 사회는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21호에는 모든 회원국이 북한의 대형 조형물을 수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동상을 수출 금지 품목에 집어넣은 이유는 이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작업을 하면서 거대 동상 제작에 뛰어난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개는 동상에 특화된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다. 북한은 동상 수출로만 연간 평균 수천만 달러(수백 억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북한이 주목한 지역은 아프리카다. 1960년대부터 북한은 아프리카에 동상을 보내며 '동상 외교'를 펼쳤다.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하다가 2000년대부터 유료 판매로 전환했다.

북한 사업가들이 민주 콩고에 설치한 동상들. [센트리]

북한 사업가들이 민주 콩고에 설치한 동상들. [센트리]

VOA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 세네갈 독립 50주년을 맞아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을 세운 대가로 2700만 달러(약 320억원)를 받았다. 또 4000만 달러를 받고 앙골라에 문화센터를 지었다.

"북한 기업과의 계약 재고해야" 

센트리는 "이들의 영리 활동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보인다"면서 민주 콩고의 내부 통제 및 감시 체계가 취약한 점을 틈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상 사업이 대북 제재 위반인데도 이들은 버젓이 계좌를 텄다. 콩고 아콘데는 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에서 미국 달러 취급 계좌를 만들었다. 이 은행과 연계돼 달러와 유로화 거래를 처리하던 BMCE 뱅크 인터내셔널의 파리 지점이 자금 창구로 여겨진다.

보고서는 "콩고 아콘데의 은행 업무가 만일 미국 관할권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행정 명령 13810호는 특정 북한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토록 했다.

보고서는 "민주콩고와 북한이 연루된 제재 위반 혐의 중 가장 최근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2013년 유엔 평화유지군은 민주콩고 무장단체로부터 6종의 북한제 탄약을 회수했다. 유엔 조사관들은 3년 뒤 민주콩고가 콩고 대통령 경호대와 특수경찰에 북한제 소형 무기를 지급했으며, 북한 강사들이 킨샤사 인근 군부대에서 부대 훈련을 했다고 보고했다.

센트리의 수석 조사관인 존 델 오소는 "민주콩고가 대북 제재 위반자들에게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북한 국적자가 운영하는 업체와의 어떤 계약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 "미 재무부는 북한발 불법금융의 위험에 대한 기존 권고안을 민주 콩고의 은행권과 거래할 위험까지 포함해 수정해야 한다"면서 "북한 소유주들이 통제하는 계좌를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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