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까지 국가 기증했다…손세기·손창근 代 이은 기부

중앙일보

입력 2020.08.20 10:59

업데이트 2020.08.20 12:11

2020년 1월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으로 그가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린 것이다. 한 채의 집을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주위를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하여 극도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께 ‘우선시상’, ‘완당’이라 적고 도장을 찍어 놓았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020년 1월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으로 그가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린 것이다. 한 채의 집을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주위를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하여 극도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께 ‘우선시상’, ‘완당’이라 적고 도장을 찍어 놓았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그림 세한도(歲寒圖. 국보 180호)가 올 1월 소장자의 뜻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지난 2011년부터 작품을 기탁받아 관리해온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자인 손창근(孫昌根, 91)씨에 대해 서훈을 추진 중이다.

2018년 중앙박물관에 304점 컬렉션 넘겨
대 이은 사업가 손창근 올초 '세한도' 기증
박물관 측 서훈 추진…"연내 특별전 열 것"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일 “세한도 소장자인 손창근씨가 그간 박물관에 기탁해왔던 작품을 아예 기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손씨는 올 1월 박물관 측에 전화를 해 기증 의사를 밝혔고, 설 연휴 직후 만남이 성사돼 기증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손씨는 지난 2018년 대를 이어 소장해온 컬렉션 304점을 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세한도’ 한 점만은 기탁 형태를 유지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컸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언젠가 국가에 내드릴 것’이란 취지로 말했고, 올 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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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는 제주도에 유배 중인 김정희가 그려 1844년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선물한 작품이다. 원래는 덩그런 집 한 채와 나무 네 그루만을 표현한 단출한 그림이지만, 청나라 명사 16명에게서 받은 감상문을 비롯해 근현대의 오세창, 정인보 등의 글이 붙어 총길이 10m 넘는 두루마리 대작으로 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의사를 확인한 뒤 적절한 전시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이애령 미술부장은 “연내 ‘세한도 기증 특별전’을 포함한 전시를 추진 중이며 이르면 11월쯤 국민들께 가장 좋은 형태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기증자인 손씨에 대해선 서훈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020년 1월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으로 그가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린 것이다. 원래는 가로 69.2㎝, 세로 23㎝ 크기인데 이후 청나라 명사 16명에게서 받은 감상문을 비롯해 근현대의 오세창, 정인보 등의 글이 붙어 총길이 10m 넘는 두루마리 대작으로 변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020년 1월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으로 그가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린 것이다. 원래는 가로 69.2㎝, 세로 23㎝ 크기인데 이후 청나라 명사 16명에게서 받은 감상문을 비롯해 근현대의 오세창, 정인보 등의 글이 붙어 총길이 10m 넘는 두루마리 대작으로 변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앞서 손씨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孫世基, 1903-1983) 선생으로부터 물려받아 수집해 온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을 2018년 11월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컬렉션은 추사의 걸작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를 포함해 15세기 최초의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1447년)과 17세기 명필 오준(吳竣)과 조문수(曺文秀)의 서예 작품, 18~20세기 초 대표적인 한국 서화가인 정선·심사정·김득신·김정희·전기·김수철·허련·장승업·남계우·안중식·조석진·이한복 등의 작품, 그리고 오재순·장승업·흥선대원군 등의 인장을 아우른다. 당시에도 손씨는 2005·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유물을 중앙박물관에 기탁했다가 ‘기증’으로 뜻을 바꿨다. 기탁이란 소유권 일체를 넘기는 기증과는 달리 소유권은 여전히 소장자에게 있으며, 기탁받은 기관은 기탁품을 전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기탁 기간은 통상 2년 정도이며, 기탁자 의사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용비어천가 초간본. 미술품 수장가 손창근씨가 대를 이어 모은 유물 202건 304점 중의 일부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용비어천가 초간본. 미술품 수장가 손창근씨가 대를 이어 모은 유물 202건 304점 중의 일부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손씨의 기증은 선친으로부터 대를 이은 것이다. 개성의 이름난 인삼 무역 실업가였던 손세기 선생은 생전인 1974년 서강대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아들 손씨는 서울대 공대 졸업 후 공군을 예편하고, 60년대 외국인 상사에서 근무한 이후 사업에 매진하면서 선친의 나눔 정신을 이었다.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하고, 2012년에는 50여 년간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경기도 용인의 1000억원대 산림 200만 평(서울 남산의 2배 면적)을 국가에 기부했다. 88세가 되던 2017년에도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했다.

이번 기증엔 손씨의 아들 손성규 연세대 교수(경영학) 등 자녀들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8년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을 기증받은 뒤 상설 전시관 2층 서화관에 ‘손세기·손창근 기념실’을 마련해 운영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평소 근검절약하여 수집한 문화재들을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없이 기증하겠다는 손창근 선생의 결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켜내고 우리 모두의 후손에게 다시 돌려주는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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