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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벨라루스 대선 결과 인정 안 해…책임자 제재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이달 초 투표가 진행된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라루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EU 27개 회원국 정상 화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밝혔다.

미셸 의장은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벨라루스 당국이 제시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에엔 EU 집행위원장도 같은 날 “이건 벨라루스 시민들이 자기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적법한 권리에 관한 문제”라며 “벨라루스인들은 지금 당장의 변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라에엔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EU 집행위원회가 벨라루스 국민에게 5300만 유로(약 741억7800만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벨라루스 당국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금 200만 유로와 독립언론 지원금 100만 유로 등이 포함된 액수다.

그러면서 “EU가 벨라루스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야 한다는 데 대해 만장일치의 의견이 나왔다”며 “벨라루스 시민들을 위한 지원을 늘리는 만큼 선거를 조작한 이들에 단호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열흘째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열흘째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벨라루스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5) 대통령은 1994년부터 26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올해에는 6번째 연임에 도전하면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와 맞붙었다. 야권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에도 불과하고 투표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80.08%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개표 직후부터 티하놉스카야 후보 측은 선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에서 야권의 후보 등록을 방해하거나 코로나19를 이유로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수도 민스크 등 주요 도시에서는 야권 지지자 수만 명이 매일 모여 대선 불복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이를 강경 진압하며 지금까지 최소 2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회의 뒤 베를린에서 취재진에게 “그 선거에서 대규모의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벨라루스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외부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6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26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사태에 대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이날 러시아 크렘린 궁 대변인은 확인되지 않은 외부 세력이 벨라루스 대선 불복 집회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EU 내에서 벨라루스 야권 역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루카셴코 대통령을 축출하기를 원할 뿐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러시아가 벨라루스 내정에 개입할 경우 야권에 대한 지지를 선포해 벨라루스 내에서의 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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