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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불안한 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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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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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유통업계를 달구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플랫폼의 절대적 우위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독점적 행태를 보이는지가 논란의 요지다. 네이버가 독보적 플랫폼 사업자로 새로운 영역에서 논리와 룰을 만들어온 터라, 무엇이 독점 혹은 불공정인지 판단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

또 “네이버쇼핑은 입점 중소 규모 자영업자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 편익이 높다”는 주장은 네이버의 ‘전가의 보도’다. 실제로 네이버쇼핑의 편리함은 경쟁사와 비교해 월등하다. 다른 오픈마켓보다 입점사가 내는 수수료도 현저히 적다. 이렇다 할 마케팅 없이 네이버쇼핑 거래액(지난해 기준 약 21조)이 무섭게 불어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해피엔딩은 아니다. 네이버쇼핑이 결국엔 독식하는 구조로 갈 징후가 농후하다. 네이버 가입자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결제 수단(네이버페이) 등 기술과 자금력을 통해 이용자를 붙잡는다. 별도의 플랫폼을 둔 경쟁사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사업자도 소비자도 네이버페이를 쓰지 않으면 손해라 대부분 저항 없이 수용한다. 누구나 진입해 장사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선택 폭은 넓어진다.

노트북을 열며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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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사업자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진다. 박리다매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 싸움도 결국 자금력이 든든할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네이버쇼핑엔 대기업 브랜드도 입점하기 시작해 삼성전자, LG생활건강 등 100여개가 들어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언론산업에 미친 영향을 되돌아보는 것은 쇼핑과 그 밖의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가늠케 하는 단서가 된다.

한국 저널리즘은 네이버에 종속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비스 초기 네이버는 “열심히 하면 소수 기자로 구성된 독립언론도 기자 수백명의 기성 언론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현실은 많이 다르다. 악화가 양화를 밀어내고, 초단위 속보 싸움에 뉴스 생산자가 갇혔다. 의미 있는 저널리즘 실험도 나왔지만, 네이버 뉴스제휴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기사 ‘복붙 재생산’을 반복하는 온라인 언론사도 8000개 정도 된다. 네이버 덕에 독자는 뉴스를 편하게 보고 생산자는 수익을 일부 나눠 받는다. 하지만 의미 있는 중요 뉴스가 쉽게 고사하는 구조의 창조자도 또한 네이버다.

네이버는 쇼핑에 이어 서비스 영역을 부동산, 건강상담, 법무상담, 각종 강의 등으로 확장 중이다. 각 부문이 네이버의 ‘가두리 양식장’에 갇히면서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영선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