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디지털 소작농이냐” 구글·애플 30% 자릿세에 반기

중앙일보

입력 2020.08.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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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스타트업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결제금액의 30%를 구글·애플에 ‘자릿세’로 내는 게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디지털 소작농’ 신세라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동영상·음악·웹툰 같은 앱에서 소비자가 1만원을 내면 3000원은 ‘앱 마켓’(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을 운영하는 구글·애플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단체, 방통위에 진정서
구글도 결제액 30% 수수료 추진
카드 수수료보다 최고 30배 비싸
스타트업 “독과점 사업자의 횡포”
공정위·방통위 “수수료 살펴볼 것”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앱 마켓 사업자인 구글·애플이 앱 내부 결제(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게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코스포는 국내 1500여 개 스타트업의 연합 단체다. 컬리(마켓컬리 운영사)·직방(부동산)·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가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구글·애플이 장악한 국내 앱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글·애플이 장악한 국내 앱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애플은 2011년부터 앱 내부 구매 기능이 있는 모든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30%를 수수료로 떼 왔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수수료 30%를 적용했다. 그래서 같은 앱이라도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서 콘텐트 요금이 달랐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에서 쓰는 쿠키는 100개당 안드로이드에선 1만원, 아이폰에선 1만2000원이다.

그런데 구글은 지난달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콘텐트 사업자에게 수수료 정책을 변경한다고 알렸다. 게임이 아닌 콘텐트 앱에도 수수료 30%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콘텐트 앱 중에도 멜론·지니 같은 음원 업체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다. 소비자가 PC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결제한 뒤 앱에서 로그인해도 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반의 스타트업에겐 이런 ‘딴 길’이 없다. 꼼짝없이 결제금액의 30%를 내야 할 판이다.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등과 비교하면 4~30배 비싸다는 게 코스포의 설명이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협상력이 있는 큰 기업보다 중소 개발사와 스타트업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콘텐트 업체 관계자는 “구글의 (수수료) 정책이 확정되면 소비자 가격의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의 보안·인프라 투자에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앱 마켓별 주요 콘텐트 구독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앱 마켓별 주요 콘텐트 구독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앱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63.4%, 애플의 점유율은 24.4%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87.8%여서 독과점 사업자의 횡포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앱스토어) 참여사들이 애플의 (수수료) 정책을 이해하고 들어가 (앱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수수료율이 과다하게 책정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정위와 함께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의 미래통합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최근 앱 마켓 사업자가 임의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외에서도 앱 자릿세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인 에픽게임즈는 지난 13일 ‘에픽 다이렉트 페이’라는 자체 결제 방식을 선보였다. 소비자가 이 방식으로 결제하면 20%를 깎아준다. ‘샛길을 냈으니 여기로 오라’는 식이다. 포트나이트는 전 세계 이용자가 3억5000만 명에 이른다.

그러자 구글·애플은 포트나이트 앱을 각각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에픽게임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구글·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국내에서도 법적 분쟁이 예고됐다. 법률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지난달 “애플·구글의 결제 수수료 정책 피해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독과점 사업자의 횡포로 공정위에 심판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도움을 요청해 (피해자 모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서현·정원엽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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