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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당해 월급 체불…박쥐군단 새 ‘에이스’ 이강인 한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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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강인

이강인

꿈꿨던 주전 도약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돌발변수가 발목을 잡는다.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에서 새 시즌을 준비 중인 이강인(19·사진)이 새로운 악재를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팀 전술 중심축인데 뜻밖에 다쳐 #구단 재정난도 심각해 강등 우려

스페인 매체 아스는 19일 “이강인이 프리 시즌 팀 훈련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소속팀 발렌시아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부상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발렌시아는 올여름 제프리 콘도그비아(27), 카를로스 솔레르(23·이상 미드필더), 케빈 가메이로(33), 데니스 체리셰프(30·이상 공격수)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다쳤다. 이로 인해 훈련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강인이 다쳤다면 심각한 악재다. 스페인 매체 수페르데포르테는 “하비 그라시아(50) 발렌시아 신임 감독이 이강인을 박쥐군단(발렌시아의 애칭) 재건의 구심점으로 점찍었다. 성인 무대 승격 이후 주로 맡았던 윙어 대신 어려서부터 익숙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새 포지션에서 이강인의 경쟁력이 다음 시즌 발렌시아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선수단도 이강인 중심으로 정리했다. 지난해 이강인을 비롯해 팀 내 젊은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을 받는 베테랑 다니 파레호(31)를 비야 레알로 보낸 게 대표적 사례다. 타 팀 이적을 추진하던 이강인도 구단의 성의를 확인하고 생각을 바꿔 팀에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할 이강인이 부상으로 빠지면 팀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설상가상, 구단의 심각한 재정난 탓에 선수단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발렌시아 지역지 라스 프로빈시아스는 “코로나19 확산과 유럽 클럽대항전 진출 실패가 겹쳐 발렌시아의 돈줄이 말랐다. 선수단 인건비도 지불하기 힘든 상태라 안팎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구단이 주급을 미루는 대신 내년 9월이 만기인 약속어음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선수단이 거부했다”고 19일 전했다.

발렌시아는 4월 1군 선수단 임금을 18%씩 삭감해 구단 임직원의 밀린 급여를 지급했다. 올여름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소속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34)가 친정팀 발렌시아에 복귀하려다 뜻을 접은 것도 재정난 때문이다. 1000만 유로(140억원)의 고액 연봉에 부담을 느낀 발렌시아가 복귀에 난색을 보였고, 실바는 레알 소시에다드로 방향을 틀었다.

재정난이 길어질 경우, 발렌시아는 하부리그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프리메라리가 소속이던 엘체가 2014~15시즌 20개 팀 중 13위를 하고도 선수단 임금 체불, 세금 미납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아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새 시즌 발렌시아 공격 에이스를 맡게 될 이강인으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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