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세균 담화 뒤 날아온 해고 통보…PC방 알바생 먼저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입구는 막혀 있다. 업주가 문 닫은 PC방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정진호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입구는 막혀 있다. 업주가 문 닫은 PC방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정진호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 정부가 수도권에 내린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채 출입로는 막혀 있었다. 불 꺼진 PC방 안에선 업주 김모(37)씨와 직원 두 명만이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다. 같은 시간 인근 PC방도 모두 문을 닫았고, 내부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PC방·노래방 등 자정 넘자 장사 끝

19일 오전 서초구청에서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 업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김씨 제공]

19일 오전 서초구청에서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 업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김씨 제공]

수도권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PC방·클럽 등 고위험시설 12종에 대해 19일 0시부터 운영을 중단하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임이나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PC방이나 노래방 업주들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 불과 7시간 만에 영업을 중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송파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모(43)씨는 “대국민담화 후 PC방 내 식자재를 모두 폐기했다”며 “추가 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회 방역에는 실패한 건 정부다. 그런데 그 책임을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일부 수도권의 PC방 업주들은 19일 오전 지자체로부터 별도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집합금지명령에 변동사항이 있다”면서 "PC방 운영은 19일 오후 6시부터 별도 해제 때까지 금지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의 한 PC방 업주는 “전날에는 자정에 닫으라더니 아침이 되니까 오후 6시까지 영업해도 된다고 말을 바꿔 황당할 따름”이라며 “전날 이미 고객에게 다 안내를 마쳤는데,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발표부터 한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래방 업주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한노래연습장업협회중앙회 이철근 회장은 “아무런 대책 없이 영업을 중단하라는 결정에 업주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제대로 된 공문 하나 받지 못했다. 계도 기간도 없이 다짜고짜 시행에 들어간다니 다들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직한 알바생, 식 미룬 예비신랑…

결혼식.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픽사베이

결혼식.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픽사베이

정부의 갑작스런 영업 정지 조치로 생계를 잃은 이들도 있다. 20대 여성 A씨는 정 총리의 대국민담화 후 아르바이트 해고 통고를 받았다며 “일부 교회 때문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실직’ ‘#해고’라는 해시태그를 단 아르바이트생들의 사연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은 ‘당분간 영업중단에 들어간다’는 공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혔다"고 했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오는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이모(32)씨는 이를 미루기로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씨는 “이미 청첩장을 다 돌린 상황에서 50명만 모이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양가 가족과 지인에게 하나하나 연락을 돌려가며 양해를 구하고 식을 연기했다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예비부부는 결혼식장이 요구하는 보증금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뒀다는 한 여성이 지난 14일 올린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3만6000여 명 넘게 동의했다. 청원인은 글에서 “예식장 직원을 빼고 최대 40명을 부르는 데만 보증금 때문에 1000만원을 써야 한다”며 “정부의 대책 없는 정책으로 왜 죄 없는 신랑·신부가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봐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전문가들은 상황은 안타깝지만 정부 지침을 따라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지낸 유관희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용주나 근로자가 각자 곤란한 사정에 빠진 건 맞지만, 추가적인 경제적·사회적 등 여러 피해를 막기 위해선 이제라도 국민 전체가 ‘올 스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혜선·정진호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수도권 오늘부터 뷔페·PC방 문닫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장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큰 고위험시설의 운영을 한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고위험시설은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 주점 ▶헌팅 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뷔페 ▶PC방 ▶직접판매홍보관 ▶대형학원(300인 이상) 등 12개 시설이다.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