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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지도자 이끄는 국가, 男지도자보다 코로나 사망 절반 적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 지도자들이 이끄는 국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남성 지도자들이 이끄는 국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간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등이 개별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도자의 성별에 따른 방역 성과를 수치화해 비교한 건 처음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6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후 100일여만에 확진자가 다시 나오자 뉴질랜드는 곧바로 재봉쇄에 등어갔다. [AP=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6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후 100일여만에 확진자가 다시 나오자 뉴질랜드는 곧바로 재봉쇄에 등어갔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 대학과 리딩 대학의 경제개발학 연구팀이 지도자의 성별에 따른 각국의 방역 현황을 조사한 결과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여성 지도자가 있는 나라가 남성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英 연구팀, 女리더국-男리더국 성과 비교 #"빠른 봉쇄 결단, 대국민 소통 능력 등 영향"

연구진은 우선 전 세계 191개국 가운데 여성이 국가 수장인 19개국과 남성이 국가 수장인 나머지 국가들의 감염자 수·사망자 수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과정에선 국가별 인구 수와 인구밀도, 성평등지수, 경제발전 정도 등을 감안해 조정한 수치를 활용했다.

그 결과 5월19일까지 여성 지도자가 이끄는 19개국의 코로나19 평균 감염 건수는 1만9064건, 평균 사망 건수는 1107건이었다. 남성 지도자가 이끄는 172개국은 평균 감염 건수 2만6468건, 평균 사망 건수는 2021건으로 집계됐다. 여성 지도자들이 이끄는 나라의 감염자가 나머지 나라에 비해 눈에 띄게 적었고, 특히 사망자는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앞줄 맨 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프랑스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 착용)과 함께 EU 코로나 회복기금 관련 자료를 검토중인 메르켈 총리(맨 오른쪽)[AFP=연합뉴스]

지난달 20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앞줄 맨 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프랑스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 착용)과 함께 EU 코로나 회복기금 관련 자료를 검토중인 메르켈 총리(맨 오른쪽)[AFP=연합뉴스]

이 가운데 뉴질랜드·독일·방글라데시는 인구통계학적 조건이 비슷한 아일랜드·영국·파키스탄과 따로 비교했다. 뉴질랜드는 저신다 아던,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방글라데시는 셰이크 하시나 등 여성 총리가 각각 국가를 이끌고 있다.

5월19일 기준으로 독일의 경우 사망자 수가 1만 명에 못미친 반면, 영국은 3만 명에 육박했고,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도 사망자 수가 각각 190명, 490명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최근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8월18일 기준 집계로는 아일랜드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600명에 육박한 반면, 뉴질랜드는 22명에 그쳤다. 이 집계에서 영국도 코로나19로 4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지만 독일은 9000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은 사망자 수가 2000명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 4월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4월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연구진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여성 지도자들이 보인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봉쇄령 시행 시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당시 남성 지도자들이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봉쇄령을 내릴지 말지 고민하는 사이 여성 지도자들은 경제적 타격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신속하게 봉쇄령을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실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1월 22일 대만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3월 19일 코로나 확진자가 28명이었을 때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했고,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했다. 같은 달 23일 학교는 문을 닫았고,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곳이 아닌 경우의 모든 상점과 공공기관을 폐쇄했다.

여성 지도자들은 위기상황에서 대국민 설득과 소통에도 강점을 보였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SNS를 활용해 수시로 코로나 상황과 대처 방안을 안내했다. 집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때로는 어린 딸을 재우고 나서 카메라 앞에 앉아 불안에 떠는 국민을 위로했다.

좀처럼 대국민 연설을 하지 않는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3월 18일 카메라 앞에 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초유의 위기에 맞닥뜨린 정부와 지도자의 한계도 솔직히 인정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연대의 메시지도 전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5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봉쇄령 관련 생방송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5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봉쇄령 관련 생방송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연구를 이끈 수프리야 가리키파티 리퍼풀 대학 개발경제학 부교수는 "여성 지도자들은 이동 제한 조치가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제적으로 강력한 방역 조치를 택했다"면서 "경제적 타격에 대한 두려움보다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남성보다 더 많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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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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