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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아들은 내가 프리미어리그 가는 줄 알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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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은퇴 후 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다 2년 만에 현역 선수로 복귀한 조원희. [사진 수원FC]

은퇴 후 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다 2년 만에 현역 선수로 복귀한 조원희. [사진 수원FC]

“현역 때보다 몸 상태가 더 좋은데?”

2년 만에 K리그 복귀 #지난달 수원FC와 플레잉코치 계약 #소속팀 승격과 통산 300경기 도전

유튜버 겸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지난달 프로축구 K리그2(2부) 수원FC에 입단하며 현역 선수로 컴백한 조원희(37)가 축구인들에게 종종 들은 말이다. 축구대표팀 옛 동료들과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도, 철인3종경기 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마라톤·수영·사이클을 연습할 때도 엇비슷한 칭찬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마음 한 구석에 접어둔 현역 복귀 열망에 불이 붙었다.

고심 끝에 조원희는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로 하고 지난달 22일 수원FC와 플레잉코치 계약을 맺었다.  2018년 K리그1(1부) 수원 삼성에서 은퇴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최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그는 “경기 전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맬 때 기분은 말로 설명 못한다. 현장을 떠나있다 돌아온 사람만의 특별한 감정”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전성기 시절 조원희는 터프한 플레이의 대명사였다. 1m77㎝의 키에 다부진 체격인 그는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를 끈질기게 압박했다. 역할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 거친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축구 스타 젠나로 가투소에 빗대 ‘조투소’로 불렸다. 2006년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총애를 받아 독일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3년 뒤엔 잉글랜드 프로축구 위건 애슬레틱에 입단해 두 시즌을 소화하며 ‘프리미어리거’ 타이틀을 달았다.

은퇴 후 조원희는 아카데미를 열고 현역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도왔다. 황의조(28·보르도), 이승우(22·신트트라위던) 등 해외파 선수들이 비시즌 그를 찾았다. 올 2월부터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돌파를 시도하면 조원희가 막는 1대1 대결이 주요 콘텐트였다. 이영표, 구자철, 염기훈 등 쟁쟁한 스타들의 드리블을 줄줄이 막아내며 유명세를 탔다. 구독자 수는 13만 명까지 늘었다. 조원희가 상대 돌파를 저지한 뒤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가야 대(돼), 가야 대(돼)”하고 외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이 인연이 돼 가야대학교 홍보대사도 맡았다. 팬들은 “은퇴 후 축구가 늘었다”며 조원희를 칭찬했다.

때마침 프로팀의 연락이 날아들었다. K리그2 선두 수원FC의 사령탑 김도균 감독이 “오른쪽 수비수로 뛰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망설이던 조원희는 옛스승인 서정원(50) 전 수원삼성 감독의 격려를 받고 현역 복귀를 결심했다. 서 감독은 “선수로서 잠재력이 여전하다. 무조건 (복귀)하라”고 조언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두 선배 박지성·이영표 또한 “마이클 조던처럼 은퇴를 번복하다니 대단하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힘을 줬다. 조원희는 1일 안산 그리너스전에 선발 출전해 현역 복귀전을 치렀다. 그는 “아들은 아빠가 프리미어리그(위건)에 복귀하는 줄 알고 있더라”며 웃었다.

어렵게 다시 밟은 그라운드에서 조원희는 두 가지 목표에 도전한다. 소속팀 1부 승격이 최우선 과제다. 조원희는 “베테랑으로서 경험을 살려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 의지도 강하다. 현재(18일 기준) 기록은 292경기. 8경기를 더 뛰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조원희는 “단순한 기록 욕심이 아니다. 나는 화려하지 않은 선수였고 축구를 잘 하지도 못했지만, 열정과 도전정신 만큼은 인정받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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