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로 반송하라" 지침도…전광훈 목사 보낸 책에 놀란 판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사택 인근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사택 인근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법관을 포함한 전국 판사들에게 책을 한권씩 보냈다. 책의 제목은 '왜 사전투표가 승부를 갈랐나'이다.

지난 4월 총선을 부정선거라 주장하는 이 책에 첨부한 서신에서 전 목사는 "문재인 정부의 헌법파괴 행위와 부정선거 범죄행위를 조사해 (지도자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세워줄 것을 호소한다"고 적었다. 책을 받은 한 지방법원의 판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대법관에도 전달  

전 목사의 책은 대법원에도 전달됐다. 각급 법원 중엔 받은 곳도, 받지 않은 곳도 있는 상태다. 책이 전달되지 않은 법원은 코로나19 우려로 "바로 반송하라"는 지침을 내린 곳도 있다고 한다.

대법원은 전 목사가 보낸 책을 대법원 재판연구관들과 각 대법관들에게 전달했다. 외부 기관에서 판사들의 이름으로 책을 보냈으니, 책을 받는 판사들에게 처분을 맡긴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뉴스1]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뉴스1]

지방의 한 고등법원도 모든 판사들에게 책을 전달했다. 해당 법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살펴봤지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판사님들에게 책 처분을 맡겼다"고 말했다.

각급 법원에서 책을 받은 판사 중엔 쓰레기통에 책을 버린 판사도, 책이 담긴 봉투를 열어보지 않은 판사도 있었다.

전달한 법원, 반송한 법원  

서울의 한 법원은 앞선 지방 법원과 달리 전 목사가 보낸 책을 일괄적으로 반송했다. 법원 관계자는 "책을 받는 것이 적절해보이지 않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전 목사가 책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판사들이 전 목사가 보낸 노랑 봉투를 다시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의 전화를 받은 한 판사는 "확인해보니 그런 책이 온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 목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엔 아직 책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외부 기관에서 판사들에게 책을 보내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전 목사와 같이 한 개인이 전국 판사들에게 책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한 현직 판사는 "대부분의 판사님들이 재판 일정에 바빠 책을 받았어도 읽을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