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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검증 놓고 동상이몽 韓·美…文 임기 내 전환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한반도 유사시 상황을 가정해 여는 한ㆍ미 연합 지휘소훈련(CCPT)이 18일 시작했다. 지휘소 훈련은 야전에서 병력과 장비가 실제로 기동하는 훈련이 아니라 지휘소에서 가상의 시나리오에 맞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전 수행을 익히는 훈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상반기 훈련은 사실상 취소됐다. 또 하반기 훈련도 당초 16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참가인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개시일을 이틀 연기해야만 했다.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연합 지휘소훈련은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응하는 1부 방어(18∼22일)와 북한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는 2부 반격(24∼28일)으로 나눠 열린다.

군 소식통은 “2부 반격은 수복 지역에 대한 치안ㆍ질서 유지를 수행하는 안정화 작전보다 더 강도 높은 내용으로 짜여있다”고 소개했다. 유사시 북한에서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확보하는 작전도 포함돼 있다.

당연히 ‘북침 연습’이라는 북한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번 훈련에 북한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군사 옵션을 포함한 이유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때문이다. 한국군이 유사시 주도적으로 핵심 작전을 실행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어그러졌다. 원래 이번 훈련을 통해 올해 전작권 전환 검증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끝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FOC 검증에 필요한 평가팀을 한국에 데려올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래서 한ㆍ미 양국은 이번 훈련에서 최병혁 한ㆍ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이 1부와 2부에서 각각 하루씩 사령관을 맡아 작전을 지휘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인 2022년 5월 이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치려는 현 정부의 방침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FOC를 내년 상반기에 끝낸 뒤 3단계 최종 단계인 완전작전능력(FMC) 검증의 일정을 한ㆍ미가 다시 잡아야 한다. 문 대통령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이루려면 내년 하반기까진 FMC 검증을 해야 한다. 1년에 두 차례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지난 2018년 한ㆍ미는 2019년 최초작전운용능력(IOC), 2020년 FOC, 2021년 FMC를 각각 검증하기로 했다”며 “1년 간격으로 하는 이유는 꼼꼼하게 평가하고, 평가에서 지적한 내용을 고치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지금 단계에서 2022년 5월 이전 전작권이 전환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미국과 충분히 협의해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전작권 전환을 놓고 한ㆍ미간 에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훈련에 일부라도 FOC를 진행하느냐를 놓고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문자 메시지 공지를 통해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 연합사 구조를 적용한 예행연습을 일부 병행한다”고 알렸다. 반면,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FOC 검증은 이번 달 연합훈련 일부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2018년 한ㆍ미가 전작권 전환 검증을 합의할 당시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연합사령관을 겸직하는 전작권 전환이 계획됐다. 이를 2019년 6월 별도의 한국군 대장이 연합사령관을 맡도록 바꿨다”며 “지금의 연합사 조직은 그대로고 사령관과 부사령관만 맞바꾸기 때문에 IOCㆍFOCㆍFMC 검증은 형식적 절차”라고 주장했다.

신범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이 1년에 두 차례 검증하자는 한국의 제안에 어떻게 나올지는 지금 예단할 수 없다”면서 “많은 변수가 있다. 예컨대 11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할 경우 미국이 전작권 전환 검증을 깐깐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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