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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지금 수도권 코로나, 신천지 때보다 위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구립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8일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구립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3월 신천지 대구교회 발(發) 확진자 5241명, 5월 서울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 277명, 8월 사랑제일교회 발 확진자 319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2차 대유행'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최근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 연합뉴스

특히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자 위기감이 높아졌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를 포함해 사랑제일교회 발 확진자 중 최소 10명 이상이 8일과 15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 15일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명가량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천지 사태 때는 신도 명단을 바탕으로 역학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의 경우 참석한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 또 대부분 고령자라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무증상·깜깜이' 환자 늘어

18일 경기도 파주 스타벅스 야당역점에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휴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8일 경기도 파주 스타벅스 야당역점에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휴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무증상, 일명 ‘조용한 전파’도 문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7일 “수도권 유행에서 6개월간 누적한 무증상ㆍ경증 감염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 교수는 “코로나 19 확진자를 조사한 결과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비율이 30% 정도 된다. 특히 일부는 감기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검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며 “바이러스 전파력은 유증상자만큼 있기 때문에 조용한 전파의 위험도가 크다”고 우려했다.

카페ㆍ학원ㆍ식당 등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산발적인 감염 경로도 이전 사례와 다른 부분이다. 스타벅스 파주 야당역점 관련 확진자는 지금까지 총 42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각각 7명의 확진자가 나온 강남 IT 학원과 여의도 소프트웨어 업체도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지난 4일부터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중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11.6%라고 발표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치 눈먼 자들의 도시 같다. 앞에 있는 사람이 감염원일 수도, 나 자신이 감염원일 수 있다. 교회나 카페, 학원, 오피스텔 등 수도권 어디서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예전부터 대구ㆍ경북이 전초전이고 수도권 대유행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경각심이 떨어져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 높일까

18일 오전 방역 차량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을 소독하고 있다. 뉴스1

18일 오전 방역 차량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을 소독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수도권 대규모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자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 조정 여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늘 중으로라도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강구하고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상향할 경우 고위험 시설은 물론 PC방, 종교시설, 결혼식장 등 중위험 시설의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10인 이상 모임이나 행사도 금지한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공언한 지침대로만 착실하게 이행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행ㆍ외식을 장려하고 교회 소모임 금지 명령을 해제하는 등 실책의 연속이었다”라며 “좌고우면하지 않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확실하게 통제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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