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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온도 28도일 때 마스크 안은 35도까지 치솟는다

중앙일보

입력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부지방에서는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뉴스1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부지방에서는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뉴스1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중부지방에서도 가마솥더위가 시작됐다.
동시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더위에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폭염과 마스크, 이 이중고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폭염 속 개인보호장구 착용 '이중고' #오래 착용하면 열 스트레스 가능성도 #깨끗한 곳 찾아 가끔 마스크 벗어야

20분 후 마스크 내 온도 상승

폭염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진행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발표된 간단한 실험 결과가 유독 눈길을 끈다.

미국 디트로이트 웨인주립대 마취과의 디팍 굽타 박사는 '의학 가설(Medical Hypothesis)'에 투고한 짧은 기고에서 마스크 속 조그만 공간의 미기후(微氣候·micro-climate)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의료용 마스크인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25시간 근무하도록 하면서 마스크 내부의 공기 온도와 습도를 연속적으로 측정한 것이다.

지난 6월 대구 달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교대하는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진료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대구 달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교대하는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진료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7겹으로 된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한 결과, 착용 20~30분 후 곧바로 온도가 화씨 70도(섭씨 21도)에서 체온과 가까운 화씨 95도(섭씨 35도)로 치솟았다.

상대습도 역시 40%에서 80~90% 수준으로 증가했다.

중간중간 마스크를 조금 열었을 때는 곧장 온도와 습도가 떨어지는 것도 확인됐다.

굽타 박사는 "마스크 속 온도가 상승하면 뇌가 열을 효과적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할 경우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기관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했다.

그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가끔은 마스크를 열어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면서 깨끗한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기 밸브 있는 마스크가 나아

서울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을 지키는 위병이 18일 폭염 속에 얼굴을 거의 가리는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을 지키는 위병이 18일 폭염 속에 얼굴을 거의 가리는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지난 2004년 일본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직업·환경 보건 국제 논문집(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에 투고한 논문에도 비슷한 결과가 소개됐다.

당시 연구팀은 온도 28도로 유지한 작은 방에서 여자 대학생 5명에게 부직포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기 운동을 시킨 뒤 마스크 내 온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마스크 내 온도는 체온과 별 차이가 없는 평균 35.5도까지 올랐다.

내쉬는 공기만 내보내는 배기 밸브가 달린 부직포 마스크를 착용하고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을 때는 온도가 이보다 낮은 34.6도까지 올랐고, 뺨의 피부 온도 역시 배기밸브가 있는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가 낮았다.

일본 연구팀은 "마스크 내부의 미기후 온도·습도의 과도한 상승을 방지하는 것이 전신 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필수적"이라며 "특히, 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코안 쪽을 순환하는 정맥을 냉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폭염에 취약한 이들에 관심 가져야

서울의 한 고층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고층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와 관련해 기후변화와 폭염 관련 전문가 포럼인 '글로벌 열 건강 네트워크(GHHN)'는 '코로나19 유행과 폭염으로부터 건강 보호'라는 기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폭염에 노출된 사람들의 건강 위험을 증폭시킨다"며 "보건 당국과 지역 사회는 코로나19 관리와 더불어 폭염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HHN은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커뮤니티 전화 핫라인을 운영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또, 사회 복지 서비스를 동원, 노인과 아동, 노숙자, 장애인 등을 위한 서비스와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주거용 에어컨이 없는 이들을 위해 무더위 쉼터(cool center) 운영도 필수적이다.
가까운 거리에 무더위 쉼터를 설치하고, 위생과 소독을 강화하고, 마스크 제공 등이 뒤따라야 한다.

노원구 야간 무더위쉼터. 사진 노원구

노원구 야간 무더위쉼터. 사진 노원구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대비해 동선 추적을 위해 연락처를 남기는 것도 필요하다.

GHHN은 무더위 쉼터 등 공간에 여러 사람이 있는 경우 공기 순환을 위한 팬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GHHN은 "공기 중에 떠 있는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환기를 자주 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한 공기가 직접 불어오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특성에 맞게 작업시간 조절해야

지난 6월 서울 중랑구청 직원들이 지역 내 대형건축공사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는 모습. [중랑구 제공]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중랑구청 직원들이 지역 내 대형건축공사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는 모습. [중랑구 제공] 연합뉴스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연구협의회 바이오 경제연구소와 피렌체대학 생물기후학 센터 연구팀은 지난 6월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마스크를 착용하면 입 주변의 열 순환을 막아 구강 온도가 상승하면서 호흡기를 통한 체온 조절이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마스크 착용은 피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줘 접촉성 피부염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에서 '레벨D' 보호구(전신보호복, 장갑, 보안경, 의료용 마스크, 덧신 등)를 갖춰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검사 장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에서 '레벨D' 보호구(전신보호복, 장갑, 보안경, 의료용 마스크, 덧신 등)를 갖춰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검사 장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특히 "감염 방지를 위해 착용하는 개인 보호장구는 실외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며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더운 여름 실외에서 작업하거나 냉방이 잘 안 되는 실내에서 작업할 때는 심각한 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개인 보호장구 착용 전에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등 충분히 몸을 차게 하고, 작업 중에도 직사광선 노출을 피하는 등 체온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작업하는 경우 과부하로 인해 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사람의 나이·몸무게·키 ▶작업·활동 유형 ▶복장과 개인 보호장구의 종류 ▶작업환경(냉방 유무, 야외 햇빛 노출 여부) 등 개인별 특성에 따라 작업 시간과 휴식, 교대 등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의 산업재해 안전 관련 기구인 HSE(Health and Safety Executive)에서는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작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열 쾌적성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17개 항목 가운데 2개 이상 해당하면 상세한 열 쾌적성 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폭염과 코로나19 모두 취약한 사람들

서울 성동구는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어르신 등 주거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쿨매트와 이동형 에어컨, 인견내의 등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서울 성동구는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어르신 등 주거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쿨매트와 이동형 에어컨, 인견내의 등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 고령자 (65세 이상, 특히 85 세 이상).

· 기저 질환이있는 사람: 심혈관 질환, 폐 질환, 신장 질환, 당뇨/비만, 정신과 질환 (정신장애, 우울증)
· 약을 복용중인 사람: 일부 약물은 체온 조절을 방해함.
·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야외에서 일하거나 온도가 제어되지 않는 장소에서 일하는 필수 작업자.
·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 한 의료 종사자 및 보조원
· 임산부
· 요양원 또는 장기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 특히 적절한 냉방과 환기가없는 사람들.
·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 (노숙자 경험, 언어 장벽이 있는 이주자, 독거 노인), 저소득층 또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사는 사람들.

· 코로나19와 관련해 최근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인 사람. 발열 또는 급성 신장 손상이 있을 수 있음.

*자료: 글로벌 열 건강 네트워크(GH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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