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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지만 괜찮아’ 조용 작가 “오정세 연기 보며 나도 울어”

중앙일보

입력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저마다의 이유로 온기를 찾아 힘겹게 뻗어오는 그 손을 부디 외면하지 말고 잡아주시길…”

"김수현 아닌 문강태는 상상하기 어려워" #"자폐 묘사 앞서 먼저 다가간 오정세 존경" #"서예지 진짜 매력은 중저음 목소리 속에"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조용 작가가 종영 소감에 덧붙인 당부다. 17일 인터뷰에서 그는 “탁월한 연출과 완벽한 연기, 그리고 이 드라마를 통해 위안을 받고 있다는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차차 올라오면서 응원 속에 후반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9일 종영한 이 드라마는 시청률만 놓고 보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한류스타 김수현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5~6%를 맴돌다가 7.3%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반향은 이 숫자로 설명될 수 없다.

삶의 무거운 짐에 지친 정신병동 보호사 강태(김수현),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동화작가 문영(서예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상태(오정세)를 중심으로 위로와 용서, 사랑 등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며 ‘성인용 아름다운 동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일본 넷플릭스에서는 드라마 종합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저력엔 탄탄한 연출과 배우진의 열연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대본의 힘이 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조용 작가에게 드라마에 대한 생각과 작가로서의 감상 등을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서로의 온기를 통해 치유 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아무리 감정이 없는 사람도 ‘외로움’은 느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외로움을 채워줄 온기를 찾아 더듬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면 외로워서, 치유 받고 싶어서 또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어서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온기를 찾아 힘겹게 뻗어오는 그 손을 부디 외면하지 말고 잡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작품 제목에서 ‘사이코’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크고 작은 아픔이 있고 남들과 좀 ‘다르고 특이하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다.”

-드라마의 호평엔 캐릭터를 잘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도 큰 역할을 했다. 강태와 상태 형제는 당초 구상과 비슷했나?
“김수현이 아닌 강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9화 엔딩에서 강태가 상태에게 빌며 오열하는 장면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쓸 때도 괴로운 장면이었는데 볼 때는 더 괴로워서 잠시 패닉이 될 정도였다. 김수현씨는 능청을 떨거나, 요염을 부리거나, 취해서 앙탈을 부리는 장면도 자유자재로 색깔을 확확 바꿔가며 연기한다. ‘쓰는 즐거움’을 주게 만드는 배우다. 상태를 연기한 오정세씨는 대본의 대사와 지문을 건조하게 써도, 눈물이 터지거나 감정이 솟구치면 자신이 느낀 감정대로 연기한다. 그렇게 나온 최고의 장면이 최종회에서 엄마 나무 앞에서 자신의 동화책을 읽는 장면이다. 나도 그 장면을 보고 많이 울었고, 오정세씨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문상태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자폐에 대한 묘사는 경험인가, 따로 공부한 것인가?
“취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자폐 형제를 둔 언니, 오빠,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책들을 참고했다. 그런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이 강태라는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됐다. 문상태 캐릭터는 내가 만들었지만 완성시킨 것은 오정세씨다.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부터 손끝의 떨림, 독특한 말투나 자주 쓰는 단어들까지 배우가 세심하게 연구하고 노력해서 완성한 캐릭터다. 또 자폐를 가진 이들을 이해하고 먼저 그들과 가까워지려고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간 오정세를 존경하게 됐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문영은 동화작가인데,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졌다.
“배우가 마음고생을 많이 한 캐릭터다. 서예지씨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의 반전 매력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고라니에게 고함치는 장면과 강태에게 사랑 고백하는 장면은 서예지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장면은 6회 엔딩에서 엄마의 악몽에 짓눌린 채 신음하다가 강태의 품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아름다운 비주얼이 주목받는데 예지씨의 진짜 매력은 중저음 목소리 속에 감춰진 사랑스러움이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좀비 아이’, ‘봄날의 개’ 등 드라마 속 동화도 화제가 됐다. 드라마를 위해 기존 동화책을 등장시키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 작품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문영은 ‘너는 완벽한 창작품이다’, ‘너는 괴물이니 혼자 살아야 한다’ 등 딸을 또 다른 자신으로 만들려던 엄마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니게 된 인물이다. 그녀가 세상을 향해 ‘나 좀 살려주세요’, ‘나 좀 구해주세요’, ‘더 이상 나와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게 어른들이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동화다. 문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그녀의 숨구멍이자 소통 창구로 동화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아픔을 가진 자들만이 동화 속에 담긴 메시지를 발견하고,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식을 그리고 싶었다.”

-드라마를 위해 쓴 동화를 출간하게 된 것도 독특하다.
드라마를 기획할 당시엔 출판 계획이 없었는데 대본 1-4부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연출을 맡은 박신우 감독님이 ‘좀비아이’를 극 중에서 잠깐 소개하고 끝낼 게 아니라 따로 출판을 해봐도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일러스트를 맡으신 잠산 작가님이 삽화를 너무 잘 그려주셔서,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진행하게 됐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CJ ENM]

-드라마 초반부는 한국 관객층엔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설정이었다. 성인지 감수성 논란도 있었다.
“정신병동이 배경이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가난한 보호사와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동화작가가 사랑을 하고 이들 사이에 자폐를 지닌 형까지 얽히고설키는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다. 이렇게 모아보면 충분히 생소하고 낯선 등등의 여러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그런 낯선 인물들이 모여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공감과 응원을 살 수 있도록 극을 풀어 가면 재밌게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성추행 논란은 애정에 굶주려 성장이 멈춘 문영이라는 캐릭터의 표현방식이 무척 서툴고 일차원적이어서 충분히 불편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극 초반 좀 더 쉽게 각 인물의 사연에 몰입이 될 수 있도록 더 촘촘하게 잘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반성도 한다.”

-문영의 엄마(장영남)만 제외하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다. 초반 톡톡 튀는 설정에 비하면 너무 '착한' 결말 같다.
“(해피엔딩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이 작품은 애초부터 ‘휴먼 힐링 드라마’라고 내세웠는데 악인 외에 다른 누군가가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면 시청자분들의 기대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도 했다. 기획할 때부터 비극적 삶을 살아온 상처 많은 덜 자란 ‘어른애’들이 서로의 온기를 의지해 성장해나가는 행복한 엔딩을 그리고 싶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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