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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김광현, 빅리그에서 동시에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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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13년 만에 열린 코리언 메이저리거 선발투수 같은 날 등판에서 함께 웃었다.

류현진(왼쪽)과 김광현. [연합뉴스]

류현진(왼쪽)과 김광현. [연합뉴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김광현은 류현진보다 2시간 먼저 시카고 컵스와 원정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코리언 빅리거가 같은 날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건, 지난 2007년 4월 16일 김병현(당시 콜로라도 로키스)과 서재응(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 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훈련하며 서로 응원한 류현진과 김광현은 같은 날 등판에서 기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류현진은 "오늘 클럽하우스에서 광현이의 투구 모습을 보면서 등판을 준비했다. 함께 등판해 기분 좋다. 광현이가 첫 선발 등판이라 긴장감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잘 막은 것 같다.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6이닝 동안 86구를 던져 4피안타·3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했다. 토론토가 볼티모어를 7-2로 이기면서 류현진은 시즌 2승(1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4.05에서 3.46으로 낮아졌다. 옥에 티는 4-0으로 앞서고 있던 4회 말이었다. 선두타자 앤서니 산타데르에게 2루타를 맞았고, 1사에서 페드로 세베리노에게는 좌전 적시타를 내줘 1실점했다. 그러나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난 류현진은 팻 발라이카를 병살타로 잡았다.

류현진은 "한 타자에게 똑같은 구종을 던지지 않고 바꿔서 상대했는데, 제구가 생각대로 됐다.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몸 상태가 올라오고 있다. 투구 수가 늘어나도 구속은 안 나오지만, 공에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구속은 시속 147㎞를 기록했고, 포심패스트볼·체인지업(이상 22구)·커터·싱커(이상 18구)·커브(6구) 등 다양하게 던졌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역시 선발투수가 중요하다. 류현진은 정말 대단했고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칭찬했다.

18일 볼티모어전에서 역투하는 토론토 류현진. [AP=연합뉴스]

18일 볼티모어전에서 역투하는 토론토 류현진. [AP=연합뉴스]

이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볼넷을 한 개도 주지 않은 점이다. 류현진은 볼넷과는 거리가 먼 투수다. 스스로 "볼넷 주느니 홈런 맞겠다"고 할 정도다. 지난 시즌에는 9이닝당 볼넷 1.18개로 이 부문 전체 1위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앞선 4경기에서 볼넷 9개를 허용했다. 9이닝당 볼넷이 4.05개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류현진은 볼티모어전을 앞두고는 "볼넷을 안 주겠다"고 약속했고 지켰다. 이날 총 5차례나 3볼에 몰렸는데 모두 정면 승부를 택했다.

김광현은 시카고 컵스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동안 57구를 던져 1개 홈런 포함해 3피안타·3볼넷·1탈삼진·1실점했다. 김광현의 원래 보직은 마무리로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홈 개막전에서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그런데 최근 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선발투수 2명이나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로 보직을 옮겼다.

최근 코로나19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김광현은 23일 동안 등판하지 못했다. 아직 60구 이상을 던질 몸 상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마이크 실트 감독은 그를 일찍 내렸다. 김광현은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선발 합격점을 받았다. 세인트루이스는 3-1로 이겼다.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빅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이 1회에 스프링캠프용 모자를 쓰고 나와, 2회부터 정규시즌용 모자로 바꿔서 썼다. [사진 트위터]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빅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이 1회에 스프링캠프용 모자를 쓰고 나와, 2회부터 정규시즌용 모자로 바꿔서 썼다. [사진 트위터]

김광현은 선발 데뷔전이라서 그런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1사에서 앤소니 리조에게 볼넷, 하비에르 바에즈에게 2루타를 맞았다. 4번 윌슨 콘트레라스에게 고의볼넷을 주면서 주자 만루가 됐다. 그러나 이안 햅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데이비드 보트를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켰다.

김광현은 만루 위기를 넘긴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다가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이 사용하는 로진백을 마운드에 그대로 두고 온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1회에는 스프링캠프나 타격 훈련 때 쓰는 모자를 썼다. 더그아웃에서 트레이너가 정규시즌 모자를 건네준 뒤에야 잘못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광현은 "오랜만에 나가는 경기라 걱정을 많이 하고 긴장을 조금 했다. 그래도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다음 경기가 더 기대된다"며 쑥쓰럽게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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