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못 트니 OST 먼저 리메이크…中 한한령 해제 물꼬 틀까

중앙일보

입력 2020.08.18 11:00

업데이트 2020.08.18 12:49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진 tvN]

지난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중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2016년 시작된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 드라마 방영은 전면 중단돼 정식으로 볼 순 없지만 들을 순 있게 됐다. 영상음악 제작사 모스트콘텐츠와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ME)가 한ㆍ중 간 OST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히트곡 1~2곡을 리메이크하는 경우는 있어도 OST 단위로 번안 작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중국판 OST는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으로, 현재 현지 아티스트 선정 작업 중이다.

‘더 킹’ ‘사이코지만’ 중국판 OST 발매
한국 드라마 방영 불가 틈새시장 노려
유큐 등 동영상 사이트에도 다시 등장
양제츠 방한 계기로 새 국면 맞나 관심

이는 한한령이 장기화되면서 등장한 차선책이다. 중국에서 서비스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퍼져 나가고 넷플릭스 등 각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해외 접근성이 좋아진 상황에서 작품의 인기를 인정하고 제작 가능한 부가 콘텐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중 하나인 유쿠(优酷)에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물론 tvN ‘악의 꽃’ 등 방영 중인 작품도 올라와 있다. 한국과 정식 판권 계약을 하진 않았지만 올 상반기 들어 신작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리메이크 판권 팔려도 쉿, 산 쪽도 눈치”

중국 동영상 플랫폼 유쿠에 올라온 한국 드라마들.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최신작은 물론 방영 중인 tvN ‘악의 꽃’, 웹드라마 ‘키스요괴’ 등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가 눈에 띈다. [유쿠 캡처]

중국 동영상 플랫폼 유쿠에 올라온 한국 드라마들.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최신작은 물론 방영 중인 tvN ‘악의 꽃’, 웹드라마 ‘키스요괴’ 등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가 눈에 띈다. [유쿠 캡처]

음악이 드라마 리메이크보다 제재가 적은 것도 한몫했다. 2015~2016년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88’의 경우 텐센트픽처스가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하고 지난해 중국 광전총국의 비준 목록에 올라 화제가 됐지만 아직까지 방영되지 않고 있다. 중국 리뷰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평점 9.7점을 기록해 역대 한국 드라마 1위에 오를 만큼 중국 내에서도 기다리는 팬들이 많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리메이크는 한국 배우가 직접 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밝히지 않으면 어느 나라 원작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한동안 리메이크 판권 구매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중국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판 쪽이나 산 쪽 모두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중국 리뷰사이트 더우반에 올라온 한국 드라마들. ‘응답하라 1988’이 9.7점으로 평점이 가장 높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스토브리그’ 등 올해 방영한 드라마들도 올라와 있다. [더우반 캡처]

중국 리뷰사이트 더우반에 올라온 한국 드라마들. ‘응답하라 1988’이 9.7점으로 평점이 가장 높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스토브리그’ 등 올해 방영한 드라마들도 올라와 있다. [더우반 캡처]

반면 지난 6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한 SBS ‘더 킹: 영원의 군주’ 중국판 OST는 빠르게 중국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보이그룹 세븐틴 내 중국인 멤버인 디에잇과 준이 각각 ‘메이즈’(용주 원곡)와 ‘드림’(폴킴 원곡)을 부르고, ‘보이스 오브 차이나’ 출신 가수 지커쥔이(吉克隽逸)가 ‘마이 러브’(거미 원곡)를 부르는 등 전체 13곡 중 8곡을 리메이크했다. 대부분 한국과 인연이 있으면서도 중국에서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는 가창자들로 구성됐다.

“일방적 한류 아닌 쌍방향 협업 기대”

모스트콘텐츠 유진오 대표는 “그동안 중국 현지에서는 한류가 너무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있었는데 쌍방향으로 협업하다 보니 더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은 드라마보다 생명력이 길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향후 제작하는 OST도 리메이크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중국판 OST. 거미의 ‘마이 러브’를 부른 지커준위(왼쪽)와 ‘용주의 ‘메이즈’를 부른 세븐틴의 디에잇. [사진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중국판 OST. 거미의 ‘마이 러브’를 부른 지커준위(왼쪽)와 ‘용주의 ‘메이즈’를 부른 세븐틴의 디에잇. [사진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

텐센트 측도 적극적으로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18년 텐센트뮤직에 129억원을 투자한 YG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지난해는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8년 JYP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현지 아이돌 그룹 보이스토리를 함께 데뷔시켰던 방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지난 5월에는 CJ ENM에서 제작한 음원을 유통하는 지니뮤직과 음원 공급 유통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니뮤직 측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수록곡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의 방한을 맞아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외교를 총괄하는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의 방한 소식에 엔터와 면세점 등 관련 주가도 상승했다. 지난달 중국 관영 방송인 CCTV에서 ‘호우시절’ 등 한중 합작 영화를 재방영하기 시작한 것도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중국 콘텐트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관영 매체에서 한류 콘텐트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단된 작업이 재개되면 코로나19로 침체된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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