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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유명 반중국 인사, 알고 보니 미국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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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출신으로 서방 언론에 ‘홍콩의 저명하고 권위 있는 반(反)중국 인사’로 자주 소개되던 인물이 미국인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처음 알려지게 된 건 지난 8일 미국의 독립뉴스 웹사이트인 ‘그레이존(Grayzone)’이 관련 보도를 하면서다.

미 독립뉴스매체 그레이존, 8일 첫 보도 #트위터 등에 홍콩인 ‘콩충간’ 필명 활동 #홍콩시위 지지, 중국 비난에 앞장서온 인사 #美 미네소타에서 자란 브라이언으로 밝혀져 #‘홍콩보안법’ 시행 이전 홍콩 뜬다고 밝혀 #"앞으로도 콩충간 이름 계속 쓰겠다" 언급

미국인 브라이언 컨은 홍콩에서 활동하며 트위터 등에 자신을 ‘콩충간’이라고 소개했다. 또 아시아 남성의 얼굴을 올려 홍콩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콩충간은 필명이며 신변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위장’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웨이보 캡처]

미국인 브라이언 컨은 홍콩에서 활동하며 트위터 등에 자신을 ‘콩충간’이라고 소개했다. 또 아시아 남성의 얼굴을 올려 홍콩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콩충간은 필명이며 신변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위장’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웨이보 캡처]

그레이존은 이날 서방 미디어로부터 ‘홍콩의 유명 반중국 인사’로 불리며 종종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콩충간(江松澗)이 홍콩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미국인이며, 그의 본명은 브라이언 패트릭 컨이라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서방에 알려진 콩충간은 2015년 3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우산 혁명 등 홍콩의 민주화 운동과 중국을 비난하는 글을 주로 발표해 왔다. 홍콩을 티베트나 신장으로 비유하며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고 홍콩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홍콩의 저명하고 권위 있는 반중 인사 신분으로 서방 언론에 종종 칼럼을 발표해 온 ‘콩충간’이 사실은 홍콩사람이 아니라 미국인 브라이언 컨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홍콩의 저명하고 권위 있는 반중 인사 신분으로 서방 언론에 종종 칼럼을 발표해 온 ‘콩충간’이 사실은 홍콩사람이 아니라 미국인 브라이언 컨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트위터에는 자신의 사진인 것처럼 한 아시아 남성의 얼굴을 올려놓았고 이 인물이 콩충간으로 여겨져 왔다. 그의 글은 홍콩의 한 영문 신문에 자주 실렸고 서방 미디어의 목소리 인터뷰에 종종 응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신분이 의심을 받은 건 지난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집회 기간 미국인 브라이언 이름으로 홍콩 TV와 인터뷰에 응하면서다. 그의 목소리가 그동안 많이 들어온 홍콩인 콩충간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뒤 학생들의 과격 시위를 조장한 배후 세력이 있다고 보고 색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뒤 학생들의 과격 시위를 조장한 배후 세력이 있다고 보고 색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추적 결과 브라이언이 콩충간이라는 홍콩인 가명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자랐고 브라운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98년 화인(華人) 여성과 결혼 후 국제사면위원회 멤버로 홍콩에 들어와 국제학교 교사로 일했다.

이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5일 그레이존의 보도에 대한 브라이언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콩충간’이라는 필명을 사용해왔지만, 이는 안전을 고려한 것으로 일부에서 말하는 ‘외국세력’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미국인 브라이언이 그동안 홍콩사람 ‘콩충간’ 신분으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미국인 브라이언이 그동안 홍콩사람 ‘콩충간’ 신분으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그는 또 지난 2014년 우산 혁명 때 자신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후 홍콩의 ‘항의 활동’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해 5년이 지났다고 밝혔다. 그는 ‘콩충간’과 ‘XuanYuezang’이란 두 이름으로 홍콩에서 책을 냈는데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고 중국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2015년 톰 그룬디가 세운 ‘홍콩자유신문’의 칼럼니스트로 주로 활동했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정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신변의 불안을 느껴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기 전 홍콩을 떠난다고 밝혀 6월 말 이전엔 홍콩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되기 이전 홍콩에서 자주 보였던 ‘홍콩독립’ 깃발을 든 시위는 이제 불법으로 규정돼 자취를 감췄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보안법이 시행되기 이전 홍콩에서 자주 보였던 ‘홍콩독립’ 깃발을 든 시위는 이제 불법으로 규정돼 자취를 감췄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중화권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17일 브라이언이 199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 ‘인권’ 과정을 개설한 뒤 해당 국가 학생의 시위와 색깔 혁명 등을 배후에서 지원해 왔다고 전했다.

터키와 노르웨이, 인도, 남수단 등의 학교에서 인권을 강의했던 그는 2009년엔 중국의 한 대학에서도 외국어 교사로 교편을 잡았으나 학생들에게 친미(親美) 사상을 불어넣는 등의 행위로 해고된 뒤 홍콩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둬웨이는 말했다.

홍콩에서는 1989년 중국에서 발생한 민주화 운동인 6.4 천안문 사태를 기리는 행사가 매년 펼쳐진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는 1989년 중국에서 발생한 민주화 운동인 6.4 천안문 사태를 기리는 행사가 매년 펼쳐진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는 우산 혁명은 물론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특히 홍콩의 급진 시위자를 양성하고 지휘하며 홍콩 경찰 습격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둬웨이는 주장했다. 브라이언은 계속 콩충간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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