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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원 뇌물로 고국 떠난 前스페인 국왕, UAE로 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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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고국을 떠난 전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 AP=연합뉴스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고국을 떠난 전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 AP=연합뉴스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고국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후안 카를로스 1세(82) 전 스페인 국왕의 행선지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로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스페인 왕실을 인용해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이 지난 3일 UAE로 건너가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를로스 1세는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속철도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사우디왕실로부터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뇌물을 받아 스위스 비밀계좌에 은닉·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스페인 대법원은 그가 사우디 고속철 수주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 개시를 명령했다. 스페인법은 국왕이 재위 기간 중 행한 범죄에 대해 면책특권을 준다. 따라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도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세탁된 자금의 수혜자가 현 국왕인 펠리페 6세로 드러나자 왕실에 대한 여론도 악화했다. 결국 지난 3일 왕실은 '상왕(上王)이 국왕에게 스페인을 떠나 있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행선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추측이 이어져 왔다. 펠리페 국왕은 지난 3월 아버지 유산의 상속을 포기한다고 발표하고 전직 국왕에게 지급되는 국가연금도 취소했다.

한편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1975년부터 2014년까지 39년간 재임했다. 프랑코 독재 종식 이후 스페인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고령에 건강이 악화하고, 왕가의 추문이 잇따르자 2014년 6월 퇴위를 선언하고 아들 펠리페 6세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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