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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생성 미디어의 습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보기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외국의 선거개입을 막느라 바쁘다. 현재까지 적발된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를 밀고 있고, 중국은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을 당선시키려 미국인들의 여론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틱톡과 위챗 등의 중국기업 금지조치 등 뜨거운 현안이 많다. 트럼프 낙선운동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대한 여론을 바꾸기 위해 대량의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중국 단체가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운영한 가짜 계정들을 적발한 연구기관인 그래피카에 따르면, 이들은 컴퓨터로 생성된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갖고 있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이라는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사람들의 얼굴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일반인들은 구분이 쉽지 않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들은 세상에 하나뿐이어서 역추적 이미지 검색으로 찾아낼 수도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은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내는 데만 그치지 않고, 비디오와 텍스트까지 만들어내면서 ‘생성 미디어(generated media)’라는 장르가 탄생했다. 과거에는 조작을 위해 남의 사진을 가져다가 가짜 계정을 만들고 똑같은 글을 복사해서 붙였다면,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 무수하게 소설에 등장해서 아무도 쓴 적이 없는 새로운 글과 영상을 업로드 하는 세상에 들어선 것이다. 비현실(unreality)과 함께 살게 된 우리의 현실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