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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교회 집단감염…포항·원주까지 번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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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누적 확진 319명 #상경예배 본 교인, 접촉자에 옮겨 #여의도순복음교회 관련 3명 감염 #정은경 “무서운 속도로 전국 확산” #사랑제일교회 669명 주소 불명 #확진 교인 교회서 숙식하며 봉사 #교인 나르는 상경 관광버스 탑승 #태릉선수촌 생활치료센터 운영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7일 낮 12시 기준 319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대전·충남·대구·경북·전북·강원 등 전국에서 ‘사랑제일교회발’ 추가 확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전광훈(64)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성북구 등에 따르면 전 목사는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오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증상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 목사 부인 서모씨와 전 목사 비서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전 목사 부부와 비서 등 3명은 서울의료원에 이송돼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앞서 15~16일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전도사 등 전 목사와 가까운 관계자 9명이 확진되자 전 목사 역시 검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전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지난 15일 서울 광복절 집회에서 접촉한 사람들도 신속히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광복절 집회에 대규모 인파가 몰렸던 만큼,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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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측은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것은 역대 최장의 장마 때문에 건물 내부에 신도들이 몰리면서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97명 늘어 총 누적 환자는 1만5515명이 됐다고 밝혔다. 신규 환자 가운데 국내 발생 사례가 188명, 해외 유입이 9명이다. 이 중 17일 낮 12시 기준 서울 지역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는 89명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70명이다. 12일 최초 확진된 뒤 계속 늘어 총 확진자는 319명(서울시 확진자 209명)이 됐다. 89명 중엔 양천구 되새김교회 확진자 4명, 경기도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5명, 관악구 요양병원 확진자 1명 등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통제관인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7~13일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4066명 중 서울 거주자가 1971명, 타 시도 거주자가 1426명이며 나머지 669명은 주소 불명 거주자”라며 “경찰과 협조해 검사와 자가격리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광복절 집회 참석자 검사 통보 “2~3월 위기 때보다 심각”

최근 수도권 교회를 매개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재확산되고 있다. 등록된 교인 수만 56만 명에 달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이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17일 현재까지 3명 발생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동 새마을협회 관계자가 교회 주변을 방역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수도권 교회를 매개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재확산되고 있다. 등록된 교인 수만 56만 명에 달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이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17일 현재까지 3명 발생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동 새마을협회 관계자가 교회 주변을 방역하고 있다. [뉴시스]

등록 교인 수가 56만 명으로 세계 최대 개신교회인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다수 나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국장은 “9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찬양 연습 중 감염이 추정되는 경기도 거주자로 인해 확진자가 3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 상황을 ‘대규모 유행의 초기 단계’라고 규정하면서 “발생 지역이 서울·경기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5~30일 7560개소의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른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시행 중이다. 또 16~31일 2주 동안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PC방 등 고위험시설에 대해 집합제한 및 방역수칙 준수명령을 시행한다. 급격한 확산에 따른 병상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태릉선수촌에 최대 382병상을 확보해 19일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 뒤,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남편의 팔을 물어뜯고 도주한 포항 거주 사랑제일교회 교인 40대 여성 A씨가 4시간여 만에 검거됐다. 경찰과 방역 당국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오후 4시25분쯤 포항시 북구 덕수동 덕수공원 충혼탑 근처에서 그를 붙잡아 안동의료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당초 다른 확진 교인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대상이었다. 지난 16일 새벽 기침·고열 증상을 보여 진단검사를 받았고 이날 낮 12시30분쯤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를 위해 배우자·지인들과 자차로 서울에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는 “A씨가 지난 3월부터 장기간 교회에서 거주하다가 지난 13일 포항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3명 중 2명이 사랑제일교회 교인으로 나타났다. 경북 상주에서도 사랑제일교회 예배를 보고 온 60대 여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는 울릉도에는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14세 여중생)가 4박 5일간 여행을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 공주에 사는 60대 여성, 대전의 확진자 2명도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됐다. 충남 지역 사랑제일교회,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1명으로 늘었다. 교회발 확진자 대부분은 서울과 용인으로 올라가 예배를 봤거나 다녀온 신도와 같이 예배를 본 뒤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과 원주에서도 사랑제일교회 신도 2명, 1명씩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자체와 보건 당국은 서울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부 교인들의 비협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일 오전 2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군산 11번 확진자(60대)는 지난해 11월부터 사랑제일교회에서 숙식하며 봉사활동이나 종교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45인승 관광버스에 타고 군산과 서울을 오갔고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에서 숙식하거나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먼저 지자체에 알리지 않은 데다 역학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아 45인승 버스에 몇 명이 탔는지마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산 외에 다른 지역을 순회해 서울로 상경했을 경우 접촉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지난 12일부터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수만 42명이 됐다. 보건 당국은 이 커피전문점의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을 감염 확산의 주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현 상황이 올해 초 대구·경북의 1차 대유행 상황보다 더 위험하고 서울과 경기 지역은 항시 감염 위험성이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서울·경기 상황은 지난 2~3월 대구·경북의 집단감염 사태를 떠올리게 하지만 감염 양상이나 방역 대응 측면에서는 그때보다 더 위험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은경·최종권·김정석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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