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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타이밍 리더십…기본소득 선수치고, 수해 땐 호남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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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록적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가락시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피해 농가들의 농작물 생산이 복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4차 추가경정예산안 필요성을 언급했다. [뉴시스]

기록적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가락시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피해 농가들의 농작물 생산이 복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4차 추가경정예산안 필요성을 언급했다. [뉴시스]

4·15 총선 직후 미래통합당으로선 넉 달 뒤 여론 풍경이 이러리라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10~14일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간 조사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36.3%로 더불어민주당(34.8%)을 1.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특히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서울에서 통합당은 39.9%로 31.2%를 기록한 민주당을 8.7%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3년 10개월 만에 통합당이 민주당을 제친 조사로 알려진 리얼미터의 13일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엔 각각 3.1%포인트, 7.2%포인트 우위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통합당 확 바꾼 비대위장 78일 #장외투쟁 선긋고 막말 바로 징계 #총선 넉 달 만에 당 지지율 1위

14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45%)이 ‘현 정권 유지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41%)보다 많았다.

이런 지지율 추이에 대해 “부동산 등 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김 위원장이 취임 78일 만에 통합당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도 그에 못잖다.

민주당·통합당 지지도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민주당·통합당 지지도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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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움직인다=김 위원장의 당 운영 스타일은 ‘선수치기’로 요약된다. 진보 어젠다를 선점하고 여론이 돌아선 이슈는 ‘손절매’한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야당 내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았지만, 김 위원장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잘랐다. 비대위원장에 취임해선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치고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수해 피해가 커지자 “호남에서 수해복구를 하자”며 당 지도부를 이끌고 호남으로 향했다.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도 참배한다. 과거 통합당 지도부가 ‘반(反) 문재인’ 전선에 올인했던 것과 다르다.

민주당이 짠 ‘프레임’을 피하는 요령도 있다.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 들자 김 위원장은 규탄 대신 “수도 이전을 하고 싶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민주당 공약으로 내라”고 역공했다.

◆주호영과의 케미=주호영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다. 상임위 독식 등 거여(巨與)의 ‘몰아치기’에 주 원내대표가 휘청하자 오히려 두 사람의 ‘케미(조화와 호흡)’가 빛을 발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가 전한 일화다. “지난 6월, 김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가 칩거하는 경북 불영사를 찾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 원내대표는 ‘어르신이 오기엔 먼 길인데…’라며 짐을 싸서 충북 법주사까지 올라갔다. 이날 김 위원장은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했다. 상임위원장을 다 줘도 된다’며 주 원내대표의 짐을 덜어줬다.”

한 원내 인사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태극기 부대나 보수 유튜버들과 거리를 두는 데도 힘을 실어줬다”며 “8월 초 의총에서 일부 중진들이 장외 투쟁을 주장하자 김 위원장은 ‘내 임기 내에서 그럴 일은 없다’고 잠재운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메시지 관리=김 위원장은 최근 “여당이 위기일 때 우리가 흥분하면 실수가 나온다”며 말을 아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원석 비대위원이 ‘섹스 스캔들’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자 김 위원장은 곧바로 ‘활동중단 2개월’ 징계로 논란을 진화한 일도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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