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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감독 대결장 된 챔피언스리그 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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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팀 중 세 팀이 독일인을 감독으로 뒀다. 사진은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 [AP=연합뉴스]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팀 중 세 팀이 독일인을 감독으로 뒀다. 사진은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 [AP=연합뉴스]

"우승은 독일 감독 손에 달렸다."

4강 진출팀 중 세 팀 독일인 사령탑 #뮌헨-플리크, 라이프치히-나겔스만 #PSG-투헬, 무명선수 출신 전술 달인 #독일 감독 과학적 분석, 유연함 강점

독일 도이체벨레는 16일(한국시각)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이 확정되자 이렇게 보도했다. 4강에 오른 바이에른 뮌헨, RB 라이프치히(이상 독일), 파리 생제르맹(PSG), 올랭피크 리옹(이상 프랑스) 네 팀 중 리옹을 제외한 세 팀의 사령탑이 독일이라서다. 뮌헨의 한스-디터 플리크(55), PSG의 토마스 투헬(47), 라이프치히의 율리안 나겔스만(33)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같은 나라 감독 세 명이 동시에 준결승 무대를 밟는 것은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PSG와 라이프치히가 4강에서 맞붙을 예정이라 결승 한 자리는 이미 독일 출신 감독이 예약했다.

투헬 PSG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올 시즌 4관왕에 도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투헬 PSG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올 시즌 4관왕에 도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세 독일인 감독은 무명 선수 출신이지만, 탁월한 전술가로 변신히 나란히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4강을 밟았다. 투헬 감독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현역 선수로는 6년 밖에 뛰지 못했다. 25세에 은퇴했다.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7세인 2000년 슈투트가르트 유스팀을 처음 맡았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 2군, 마인츠(이상 독일)를 거쳤다. 유망주 발굴을 잘 하는 데다 전술가의 면모까지 갖춰 독일 차세대 지도자로 기대를 받았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분데스리가 강팀 도르트문트 지휘봉까지 잡았다. PSG에는 2018년 5월 부임했다.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등 수퍼 스타들이 즐비한 가운데서도 선수단을 장악했다. 두 시즌 만에 구단 챔피언스리그 최고 성적과 타이를 이뤘다. PSG는 25년 전인 1994~95시즌 4강 진출이 최고다.

나겔스만 감독은 1987년생으로 이번 대회 조별리그 통과 팀 중 최연소 사령탑이다. 그 역시 선수 시절은 초라했다. 1군 무대 한 번 밟아보지 못했다. 무릎을 다쳐 21세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은퇴 후 아우크스부르크의 스카우트 겸 비디오 분석관으로 일했다. 2012-13시즌부터 호펜하임의 19세 이하 팀을 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10월에는 호펜하임 1군 팀 감독으로 3년 계약했다. 나겔스만은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어린 감독이 됐다. 전술이 뛰어난 데다 무명 선수로 명장이 된 조제 모리뉴 토트넘(잉글랜드) 감독을 닮아 '베이비 모리뉴'로 불린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라이프치히를 맡았다. 구단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4강까지 달성했다.

플리크 감독은 독일 대표팀 코치를 거치면서 과학적 분석으로 전술을 짜는 능력을 쌓았다. [AP=연합뉴스]

플리크 감독은 독일 대표팀 코치를 거치면서 과학적 분석으로 전술을 짜는 능력을 쌓았다. [AP=연합뉴스]

플리크 감독은 명문 뮌헨엔 보기드문 감독 대행 출신이다. 작년 11월 니코 코바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임시로 팀을 맡았다. 당초엔 대행으로 끝날 예정이었다. 플리크는 독일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이지만, 프로 감독 경력은 3부 시절 호펜하임을 이끈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검증이 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가 스타 군단을 잘 조련해 강자의 위용을 되찾아주자 후반기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했다. 15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전(단판 승부)에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스페인)에 8-2라는 기록적인 대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뮌헨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와 DFB(독일축구연맹) 포칼 정상에 올랐다. 트레블(3관왕)에 도전한다.

플리크, 투헬, 나겔스만 감독은 지난 시즌 우승팀 리버풀의 사령탑 위르겐 클롭에 이어 2연속 독일 출신 우승 감독에 도전한다. 독일 빌트는 세 감독을 두고 독일 축구의 경사라면서 "독일은 '감독 공화국'"이라는 애칭을 지었다. 이처럼 독일 지도자 전성시대 열린 이유는 뭘까. 한준희 해설위원은 "프로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지도자의 수가 독일이 스페인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많다. 독일은 지도자 시험이 까다롭다. 즉, 양질의 지도자가 많이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 젊은 지도자들은 과학적 자료 출적 및 분석 기법에 능통하다. 현대 축구 흐름에 가장 민감하다. 나겔스만이 대표적이다. 플리크의 경우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독일 대표팀에 몸담은 덕분에 최첨단 시스템을 이용한 과학적 분석을 통달했다. 독일축구협회 지도자 아카데미에선 의학부터 인터뷰 기술까지, 지도자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한다. 이곳에선 현역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유연한 전술 흡수력과 활용 능력도 독일 지도자의 강점이다. 한 해설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전술 유형을 독일 지도자는 잘 조합하고 절충하는 데 능하다.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시메오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모리뉴 감독 등은 명장이지만, 자신이 잘 쓰는 전술만 고집하는 성향인데, 독일 지도자들은 유연하고 합리적이다. 여러 스타일을 잘 '믹스'시킨다. 공격과 수비, 점유와 속도를 적당히 버무린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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