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만취한 손님 태우지 않은 택시는 승차 거부?

중앙일보

입력 2020.08.17 10:00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3)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불편 민원신고 중 택시 승차거부가 매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불편 민원신고 중 택시 승차거부가 매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불편 민원신고 중 택시 승차거부가 매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승차거부로 인한 민원신고 건 중에는 증거가 부족해 행정처분을 못 하는 사례가 2018년의 경우 88%에 달한다. 이처럼 택시기사와 손님 사이에는 승차거부냐 아니냐를 두고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택시기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승차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부득이하게 손님을 태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늦은 밤 나를 태우지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택시. 개인적으로는 짜증 나는 일일 수도 있겠으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승차거부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가 위법한 승차거부에 해당할까. 정당한 사유로 부득이 승객을 태우지 못해 행정처분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한다.

만취한 상태에서 행선지도 말하지 못하는 손님을 태우지 못했다면
A씨는 은퇴 후 어렵게 택시기사 일을 시작했다. 온종일 차 안에 있다 보니 몸은 힘들지만 보람이 더 많다. 손님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도 하고 은퇴 전 회사 이야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야간 조 근무이기 때문이다. 야간 조는 밤낮이 바뀌다 보니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회사 회식에, 동창회에… 늦은 밤 손님들은 술에 취한 경우가 많고, 늦은 시각이다 보니 집에 빨리 가고자 하는 마음에 재촉도 많은 편이다.

오늘도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홍대 앞을 지나는데, 이리저리 비틀대던 한 남자가 손을 흔들며 택시를 세운다. 뒷좌석에 앉은 손님에게서 술 냄새가 강하게 났지만 그래도 행선지를 물었다. 하지만 손님은 행선지도 말하지 못한 채 휘청거렸고, 수차례 되물었지만 행선지를 들을 수는 없었다. 행선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할 수는 없기에 부득이 그 손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내려주었다. 그런데 두 달 후 A씨는 부당하게 승차거부를 하였으니 경고처분 대상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만취하여 행선지도 말하지 못하는 손님을 태우지 못했을 뿐인데, A씨는 억울한 마음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 거부한 택시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면 1차 위반시 경고처분, 2차 위반시 자격정지 30일, 3차 위반시 자격취소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중앙포토]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면 1차 위반시 경고처분, 2차 위반시 자격정지 30일, 3차 위반시 자격취소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중앙포토]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은 택시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택시발전법 제16조 제1항 제1호). 만약 이를 어긴 경우 운전업무 종사자격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자격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택시발전법 제16조 제2항). 좀 더 구체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는 1차 위반시 경고처분, 2차 위반시 자격정지 30일, 3차 위반시 자격취소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택시회사가 채용한 택시기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해 택시발전법상 행정처분을 받았다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 택시회사의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도록 명하거나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 변경을 명할 수 있다(택시발전법 제18조 제1항 제4호).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로서 위법행위에 해당할까.

적법한 승차 거부 사례에는 행선지를 말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 승객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중앙포토]

적법한 승차 거부 사례에는 행선지를 말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 승객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중앙포토]

택시발전법, 동법 시행령 및 동법 시행규칙은 어떤 경우가 위법한 승차거부행위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어떤 경우가 위법한 승차거부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개별적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서울특별시 공식 블로그는 어떤 경우가 위법한 승차거부 행위인지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위법한 승차거부 행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위법한 승차거부행위〉
-택시기사가 행선지를 묻고 나서 그냥 가버린 행위
-승객이 행선지를 말했으나, 빈 택시가 그냥 출발한 행위
- 빈 택시에 승객이 탄 후 택시기사가 방향이 다르다며 내리게 한 행위

〈적법한 승차거부〉
- 행선지를 말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 승객을 거부하는 경우(단, 술에 취하지 않은 동승자가 함께 탑승한 경우는 제외)
-해당 택시가 소속된 사업구역 밖으로의 운행을 거부하는 경우
-영업시간 종료, 귀가 등으로 여객을 태울 의사가 없어 택시 표시등을 끄고 주행차로에서 주행하는 경우

승차거부 대처방법

손님 입장에서는 나를 태우지 않는 모든 택시기사가 위법한 승차거부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택시기사가 적법하게 승차 거부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위법한 승차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택시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거부를 한다면, 음성·동영상 등 증거를 확보해 행정청에 제보할 수 있을 것이다.

택시기사의 입장에서 보면 앞서 말한 사례처럼 만취해 행선지도 말하지 못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어 승차를 거부했음에도 손님이 화가 나서 위법한 승차거부라고 신고할 가능성이 있고, 위 신고 내용이 그대로 인정되어 경고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경고만 받은 건데 뭐”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승차거부는 가중처벌 되고, 택시면허가 취소되는 수 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승차거부임에도 부당하게 신고되어 행정처분이 부과되었다면, 블랙박스 등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행정처분이 취소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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