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틱톡 6000억 들고 온다는데 활짝 웃을 수 없는 이 나라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조마조마하다.
언제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르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중국 앱 틱톡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말이다.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중국과 가까이 있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유럽 국가 아일랜드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화제가 틱톡이다.

틱톡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5억 달러(약 6000억 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틱톡 측은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일자리 수백 개를 창출하고 유럽 지역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틱톡은 모든 데이터를 미국과 싱가포르에 있는 센터에서 관리해 왔다.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처음이며, 새로운 센터는 2022년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아일랜드가 틱톡의 눈에 들어온 건 우연이 아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12.5%)가 낮기로 유명하다.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더블린에 데이터센터를 둔 이유다.

구글 [로이터=연합뉴스]

구글 [로이터=연합뉴스]

아일랜드에서 해외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기관 IDA 측은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흥분이 읽힌다.

그런데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왜일까.

"아일랜드는 지금, 외교적으로 매우 험난한 순간에 서 있다." (더 비즈니스 포스트)

미국이 틱톡을, 아니 중국을 어떻게든 응징하려 날이 퍼렇게 서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1인당 명목 GDP가 7만 5000달러가 넘는 선진국이지만 경제규모 자체로는 미국, 중국과 비교되지 않는다. 미국과 틀어져도 곤란하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도 골치 아픈 위치다.

미국과의 관계를 보자.  

트럼프 대통fud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fud [AP=연합뉴스]

아일랜드는 대미 무역 흑자국 중 하나다. 세계 5위(2017년 기준)로 9위인 우리보다 높다. 미국이 아일랜드의 '큰손'인 셈이다. 미국도 그걸 잘 안다. 수십 년간 잘 지내온 두 나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삐그덕댄 이유다.

지난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대놓고 공격했다. "아일랜드에서 우리 제약회사들의 일자리를 다시 가지고 올 것"이라 공언한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미국 제약회사들이 여기 있으면, EU에 접근하기도 쉽고 얼마나 좋은데 그러느냐"고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틱톡의 발표에 당장 미국 측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조세피난처 문제가 심각하다"며 아일랜드를 언급했다. 트럼프의 의중이 담긴 말이다.

아일랜드가 틱톡이 온다고 마냥 박수치고 환영하기엔 눈치 볼 수밖에 없달까.

그렇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떨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연합뉴스]

다른 많은 나라들처럼 아일랜드 역시 중국과의 무역에선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적자가 난다고 멀리할 수 없는 국가다. 마침,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친구가 필요해진 중국이 유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중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국가 중 하나가 아일랜드다.

또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아일랜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일이다. 틱톡처럼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앱, 당연히 환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려도 나온다. 틱톡이 가져오는 일자리가 생각보다 적을 것이란 지적, 엄청난 전력을 써야 하는 데이터센터 유치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목표에 맞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다. 그러나 가장 큰 불안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잘못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5억 달러가 참 큰 돈이긴 한데... 두 경제대국 사이에서 이익을 취하기란 참 쉽지가 않다"(더 비즈니스 포스트)  

"아일랜드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을 절대로 모른 척 할 수 없을 것이다."(아이리시타임스)

이렇게 아일랜드 언론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내보내는 이유다.

스텔라장 틱톡 챌린지 [사진=틱톡]

스텔라장 틱톡 챌린지 [사진=틱톡]

이런 와중에 들려온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있다.

미국 앱 인스타그램이 틱톡처럼 15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을 게시할 수 있는 서비스 '릴스'를 출시했단 소식이다. 틱톡을 그대로 베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치열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모든 데이터는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보관된다.
페이스북의 유럽 지역 데이터센터는 어디에 있을까?

스웨덴, 그리고 아일랜드다.

관련기사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