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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사 “아시아 각국과 중거리 미사일 배치 협의 중”… 중국 반발 예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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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마셜 빌링슬리 미국 대통령 특사(군축 담당)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시아 각국과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 사거리 1000㎞ 위주로 개발 #일본 ‘적 기지 공격능력’ 확보 지지

빌링슬리 특사는 16일 게재된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중국의 핵전력이 초래하는 중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동맹국을 지키는 능력에 대해 아시아 관계국과 협의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취임한 빌링슬리 특사는 국무부 차관(군축·국제안보 담당)에 지명돼 현재 미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냉전 말기 소련과 맺었던 ‘중거리 핵전력 폐기 협정(INF)’을 지난해 8월 탈퇴한 뒤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천명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사거리 1000㎞ 전후의 지상 발사형 순항 미사일이 주력이다. 그런데 사거리상 미국령 괌에선 중국에 미치지 못한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배치해야 중국 내부에 도달할 수 있다.

그간 중국은 이른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미국의 군사적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 Access Area Denial)’ 전략을 고수해 왔다. 이를 뚫을 수 있는 미군의 대응 무기가 중거리 미사일이다. 중국이 그어놓은 가상의 접근 금지선에 다가설 필요 없이 중거리 미사일로 A2AD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다.

또 다른 노림수도 있다. 미국은 INF 탈퇴의 가장 큰 이유로 중국의 불참을 들었다. 중국을 포함한 미·러·중 3국이 새로운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중국의 가입을 압박할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전략 무기인 중거리 미사일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하반기 방한 얘기가 등장하는 이유에는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도 포함됐다는 관측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는 “시진핑 주석이 방한한다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외교부 제1차관 교체를 주목하기도 한다. 교수 시절 사드 배치를 강하게 반대했던 최종건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 외교부 제1차관에 발탁된 대목이다.

빌링슬리 특사는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려하는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에 대해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파트너인 일본의 군비 증강을 허용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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