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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개미' 특수에…증권사 '깜짝 실적' 잔치 벌였다

중앙일보

입력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였다. 단순히 시장 전망치만 웃돌 뿐 아니라 역대 최대치가 잇따랐다. 국내 증권사의 2분기(4~6월) 연결 기준 실적 얘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2분기 당기순이익 3041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보다 38% 늘어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한국투자증권도 당기순이익이 같은 기간 56.2% 늘어나 최대를 달성했고, NH투자증권 역시 114.3% 급증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 고객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2분기 순이익이 317% 급증했고, 한양증권도 5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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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317% 급증…거래 급증에 수수료 수익 쑥

놀랍긴 하지만, 예상치 못한 건 아니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증시 폭락 이후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가 2분기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산 주식은 15조8000억원어치에 달한다. 2분기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21조8000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국내 주식 투자자가 늘면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1년 전보다 177% 늘었다.

자산운용(트레이딩) 수익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운용 부문은 지난 1분기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손실로 증권사의 실적 악화를 초래한 주범이었지만, 세계 증시가 반등하면서 파생상품과 해외 펀드의 평가 손실이 회복됐다. 미래에셋대우의 운용 이익은 319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79% 급증했다. 여기에 해외 주식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분기 해외주식 결제금액(매수+매도액)은 434억6079만 달러(약 52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는 0.05% 안팎이지만,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는 이보다 4배 높은 0.2% 정도다.

5대 증권사 수익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5대 증권사 수익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신·신한금투 부진…"라임 펀드로 비용 발생"

그렇다고 모든 증권사가 웃은 건 아니다. 대신증권은 2분기 당기순손실이 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0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85.5% 줄었다. 두 회사의 실적 부진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고로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각각 3248억원, 1076억원어치 라임 펀드를 팔았다. 대신증권 측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충당 부채 등 938억원의 일시적인 비용이 발생했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3분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의 힘에 거래대금이 연일 늘고 있고, 부동산으로의 퇴로도 막혀 있는 상황이라 '실적 파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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