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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로 여성 투표권 100년 맞는 미국서 여성 흑인 부통령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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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이 8월 11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카말라 해리스(55)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명한 것은 미국 정치사에서 일대 사건이다. 해리스는 미국에서 여성으로선 세 번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부통령 후보가 된다. 해리스는 인도 남부 타밀족 어머니와 영국령 자메이카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아프리카계(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흑인이라고 밝혀왔다. 11월 3일의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면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오는 8월 18일로 여성 참정권 확보 100주년을 맞는 미국에 또 다른 정치 혁명을 이끌 수 있다.

오랫동안 정치권력 백인남성 전유물 #올해로 참정권 흑인 55년, 여성 100년 #흑인 투표권은 1965년에야 보장해 #여성 참정권 1920년 수정헌법으로 #흑인·여성 선출직 진출 유리천정화 #여전히 ‘최초’ 수식어 나오는 형편 #오랜 투쟁과 노력으로 최근 전환기 #연방상원의원 100명 중 여성 26명 #주지사 50명 중 9명이나 확대 계속 #해리스 지명으로 정체성 정치 자극 #젠더·인종 초월 정치기회의 문 활짝 #한인 정치참여도 활발해질까 기대

8월 11일 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의 모습. 미국에서 세 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이자 첫 흑인 후보다. EPA=연합뉴스

8월 11일 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의 모습. 미국에서 세 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이자 첫 흑인 후보다. EPA=연합뉴스

젠더·인종 따른 정체성 정치 본격화 전망

이에 따라 미국의 여성과 유색인종의 ‘정체성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체성 정치는 전통적인 정치집단인 정당을 넘어 인종·젠더·사회계급·종교·장애·성적지향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집단 정체성을 형성해 정치 운동에 나서는 것을 가리킨다.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 지명 이후 미국에서 정체성 정치가 더욱 강화될지 관심을 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2020년 대선전이 연출한 정체성 정치의 현장이다. 바이든은 미국 정치의 소수파인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다. 11월 대선에서 당선할 경우 바이든은 존 F 케네디 dl후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선 두번 째 대통령이 된다. 해리스는 여성으로서도, 흑인으로서도 첫 부통령이 된다. 두 사람은 정체성 정치 혁명을 이끌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2020년 대선전이 연출한 정체성 정치의 현장이다. 바이든은 미국 정치의 소수파인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다. 11월 대선에서 당선할 경우 바이든은 존 F 케네디 dl후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선 두번 째 대통령이 된다. 해리스는 여성으로서도, 흑인으로서도 첫 부통령이 된다. 두 사람은 정체성 정치 혁명을 이끌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여성과 유색인종 분야에서 정체성 정치의 전통이 강하다. 사회운동으로서도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미국에선 여성과 흑인이 정치적인 권리와 힘을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힘든 투쟁을 거쳐 왔다. 오늘날 다양성을 자랑하는 미국 정치의 바탕에는 이런 고난의 역사가 깔려있다. 주류에 진입하기 위한 고된 역정과 그 결과인 현재, 그리고 미래의 지향점을 알아본다.

2004년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검찰 시절의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 연방사원의원을 거쳐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지명됐다. AP=연합뉴스

2004년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검찰 시절의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 연방사원의원을 거쳐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지명됐다. AP=연합뉴스

미 흑인의 보편적 정치권리 1965년부터  

미국에서 흑인이 정치적인 권리를 확보한 것은 실제로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미국은 1776년 평등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내세우며 건국했지만 노예제는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이 정치권력에 접근하는 데는 기나긴 투쟁이 필요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미국은 노예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남북전쟁(1861~65년)까지 치른 뒤 1865~1869년 3개의 수정헌법을 제정해 법적으로 인종 차별을 철폐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1865년의 수정헌법 제13조로 노예제를 폐지했다. 1868년의 제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자, 해외에서 미국인의 친생자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했다.
1869년의 제15조는 ‘인종·피부색, 이전의 예속상태를 이유로 투표권 부여를 금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수정헌법 제15조로 미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에게 연방 차원에서 투표권을 부여한 조치다. 하지만 미국 남부의 여러 주가 수정헌법 적용을 교묘하게 피하고 흑백분리라는 이름으로 차별을 계속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린든 존슨 대통령.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급기야 1954년 인종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흑인 민권운동’이 벌어지면서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인 1965년 민권법, 1965년 투표법이 제정되고서야 비로소 흑인에 대한 투표권이 미국 전역에서 실질적으로 부여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군인 전사자(약 65만 5000명)를 낸 남북전쟁이 끝나고도 100년이나 지나서야 모든 흑인이 실질적인 참정권을 얻은 셈이다.

미 여성 1920년에야 투표권 확보

여성의 정치 참여권 획득은 그보다 더 늦었다. 1869년 흑인에게 투표권을 허용하는 수정헌법 제15조가 나오자 일부 여성이 ‘성별’에 대한 참정권 제한을 금지하지 않았다며 이를 요구하는 운동을 펼쳤다. 제14조로도 여성이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선구자인 수전 앤서니을 새긴 미국 동전.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선구자인 수전 앤서니을 새긴 미국 동전. 사진=위키피디아

여성 선구자들은 행동에 나섰다. 노예제 반대 운동을 벌이던 사회개혁 운동가 수전 앤서니(1820~1906년)와 엘리자베스 스탠턴(1815~1902년) 등은 여성 참정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앤서니는 1872년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재판에서 100달러 벌금형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당시는 그런 것이 현실이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하며 미국 최초로 대통령 후보로 나선 빅토리아 우드헐. 사진=하버드대 미술관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하며 미국 최초로 대통령 후보로 나선 빅토리아 우드헐. 사진=하버드대 미술관

8월 18일로 미국 여성 참정권 100년

여권과 노동개혁 운동가인 빅토리아 우드헐(1838~1927년)은 1871년 연방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미국 여성은 차정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1872년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동등권리당의 공천을 받아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역사는 우드헐을 미국 최초의 여성 대선후보로 기록한다. 일부에선 후보 연령 제한인 35세에 7개월 모자라 걸려 합법적인 후보는 아니었다는 주장도 펴지만,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시 미국 헌법은 여성 참정권 허용 여부를 개별 주의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으로 미국 여러 주에서 여성 참정권 부여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열렸으나 계속 부결됐다. 여성참정권 획득운동은 끊임없이 계속됐으며 1910년대에 이르러 일부 주에서 이를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연방 차원에서 미국 전역에서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것은 1920년 8월 18일 수정헌법 19조가 의회를 통과하면서다. 19조는 ‘미국 시민의 투표권은 성별을 이유로 미합중국(연방) 또는 어떤 주에 의해서도 부정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여성이 투표하고 선출직 공무원에 출마할 헌법적인 권리를 획득한 것은 8월 18일로 100년을 맞는다.

미국 최초의 흑인 연방상원의원인 하이럼 로즈 레블스. 사진=미국 의회도서관

미국 최초의 흑인 연방상원의원인 하이럼 로즈 레블스. 사진=미국 의회도서관

참정권 얻어도 흑인 고위직 진출 제한적

흑인은 참정권을 얻었음에도 고위직 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 연방상원의원은 대통령에 이어 최고의 권력과 의사결정권을 쥔 선출직 공무원이다. 미국 50개 주에서 각 2명씩 모두 100명을 선출한다. 임기는 대부분 6년으로 2년인 연방하원의원이나 4년인 대통령보다 길다.
미국 연방상원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흑인 연방상원의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첫  기록은 하이럼 로즈 레블스(1827~1901년)로 1870~71년 남부 미시시피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냈다. 블랜치 브루스(1841~1898년)은 1875~1881년 3차에 걸쳐 연방상원의원을 지내 임기를 온전히 지낸 첫 흑인이 됐다. 당시는 유권자의 직접투표가 아닌 주 하원이 연방상원의원을 선출했다. 둘 다 노예제 폐지를 주도했던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군이 남부에 주둔하며 노예제 폐지 등을 감독하던 재건시기(1865~77년)에 의회에 들어갔다.

1967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 투표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에드워드 브룩. 사진=미 의회 도서관

1967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 투표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에드워드 브룩. 사진=미 의회 도서관

67년 대중선출 첫 흑인 연방상원의원

그 뒤 흑인 연방상원의원이 다시 나타나기까지는 80년이 넘게 걸렸다. 매사추세츠 주에서 주 검찰총장 출신의 변호사 에드워드 브룩(1919~2015년)이 1967년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해 1979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미국에서 대중 투표로 당선한 첫 흑인 연방상원의원이다. 공화당 소속이다.
흑인 여성 연방상원의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이 되어서였다. 캐럴 브라운(73)이 일리노이 주에서 당선해 1999년까지 임기를 마쳤다. 선거로 당선한 흑인 연방상원의원으로는 두 번째다. 민주당 소속으론 처음이다.

미국에서 흑인여성으로 처음으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캐럴 브라운.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미국에서 흑인여성으로 처음으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캐럴 브라운.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그 다음이 바로 버락 오바마(59)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2005년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해 활동하자 2008년 11월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미국 역사상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처음이자 유일한 대통령이다.
연방상원의원이 임기 중 공석이 되면 5개 주는 보궐선거를 치르고, 9개 주는 주지사가 임시 후임을 지명하고 보궐선거를 치르며, 나머지 36개 주는 주지사가 후임을 지명해 남은 임기를 마치게 한다. 이에 따라 오바마의 자리는 민주당 소속으로 주 검찰총장을 지낸 롤랜드 버리스(83)가 맡아 2010년까지 남은 임기 동안 재임했다.

현역 흑인여성 연방상원의원은 해리스뿐

매사추세츠 주의 변호사 모 코원(49)은 2013년 2월 1일 존 켈리 연방상원의원이 국무장관을 맡아 자리를 떠나자 주지사의 지명으로 임시 취임해 보궐선거가 열린 7월 16일까지 5개월 반을 재임했다.
현직 흑인 연방상원으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팀 스콧(55)과 뉴저지 주의 코리 부커(51)가  2013년부터, 이번에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캘리포니아 주의 카말라 해리스가 2017년부터 각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콧은 공화당, 나머지는 민주당 소속이다. 현재 100명의 미국 연방상원의원 중 흑인은 딱 3명이며, 흑인 여성은 유일하다.

어머니가 중국계 태국인, 어머니가 미국인인 태미 덕워스(52) 미국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 참전용사 출신의 상이군인이다. AP=연합뉴스

어머니가 중국계 태국인, 어머니가 미국인인 태미 덕워스(52) 미국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 참전용사 출신의 상이군인이다. AP=연합뉴스

연방상원의원 100명 중 26명이 여성

미국 연방상원은 1789년 개원 이래 57명의 여성 연방상원의원을 맞았다. 민주당 36명, 공화당 21명의 분포다. 이 가운데 17명은 주 지사의 지명으로 자리에 앉았다. 임기 중 자리를 떠난 전임 상원의원의 남은 임기를 채운 것이다. 이중 7명은 별세한 남편을 이었다. 하지만 2019년 구성된 116대 의회에서 연방상원은 사상 처음으로 100명의 의원 중 4분의 1이 넘는 26명의 여성 연방상원의원을 배출했다.
26명의 현역 여성 연방상원의원 중 민주당 17명, 공화당 9명의 분포다. 이 중 11명은 연방하원의원으로 오랜 의정생활을 거친 뒤 연방상원으로 옮겼다. 1978~88년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내고 1992년부터 28년째 연방상원의원에 재임 중인 캘리포니아 주의 다이앤 파인스타인(77)이 경력이 가장 길고 나이도 가장 많다. 미국 연방상원의원은 50개 주에서 각 2명씩 선출하는데 애리조나·캘리포니아·미네소타·네바다·뉴햄프셔·워싱턴의 6개 주는 2명 모두 여성이다. 미국 정치에서 고도로 성장한 여성들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다. ‘정체성 정치’의 현장이다.

28년째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사진=미국의회

28년째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사진=미국의회

첫 여성 연방상원의원은 딱 하루 재임

최초의 여성 연방상원은 1922년 조지아 주의 레베카 펠튼(1835~1930년)이었다. 당시 연방상원의원이 갑자기 사망해 보궐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선거일과 상원 개원일 사이에 하루가 남자 주자사인 토머스 하드윅이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펠튼을 임시 상원의원에 지명해 하루 동안 재임하게 했다. 하드윅은 수정헌법 19조에 반대해 여성 유권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히자 이를 만회하려고 펠튼에게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상원의원이라는 명예를 선물한 셈이다. 여성에게 동등한 정치적 기회를 주기보다 상징적 몸짓만 한 셈이다.
선거로 당선해 임기를 마친 첫 여성 연방상원의원은 아칸소 주의 헤이티 케러웨이(1878~1950년)이었다. 그는 1931~45년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케러웨이는 연방상원의원이던 남편인 타데우스가 임기 중 사망하면서 주지사에 의해 남은 임기를 마칠 후임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그 뒤 선거에서 계속 승리하며 13년간 재임했다.

미셸 루한 그리샴(61) 뉴멕시코주 주지사. 히스패닉 정치인이다. AP=연합뉴스

미셸 루한 그리샴(61) 뉴멕시코주 주지사. 히스패닉 정치인이다. AP=연합뉴스

현재 50개 주에서 9명의 여성 주지사

미국 주지사로 활동한 여성은 2명의 권한대행을 포함해 지금까지 48명에 이른다. 현재 50개 주 가운데 9개 주에서 여성이 주지사로 활동 중이다. 로드아일랜드·오리건·앨라배마·아이오와·미시건·뉴멕시코·메인·사우스다코다·캔자스 등이다. 6명이 민주당, 3명이 공화당이다.
첫 여성 주지사로 기록되는 와이오밍 주의 넬리 로스(1876~1977년)는 1925년 주지사였던 남편이 사망하면서 보궐선거에서 당선해 1927년까지 남은 임기 동안 재임했다. 텍사스 주의 미리엄 퍼거슨(1875~1961년)은 남편의 사망으로 보권선거에서 당선해 1925~27년 재임한 뒤 물러났지만, 일반 선거에 출마해 당선하고 1933~35년 다시 주지사에 재임했다. 앨라배마 주의 럴린 월리스(1926~1968년)는 주지사였던 남편의 사망으로 1967년 1월 보궐선거를 통해 주지사가 됐지만 1968년 5월 재임 중 별세했다.

8월 11일 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 AP=연합뉴스

8월 11일 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 AP=연합뉴스

한인 포함 미국 정체성 정치 본격화 전망

이처럼 연방상원의원도, 주지사도 흑인과 여성에겐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선각자들은 부지런히 닫힌 문을 두들겨왔고, 이는 현재 미국에서 정체성 정치가 자리 잡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미국의 여성과 흑인의 정치 진출의 역사는 한마디로 고난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온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번 해리스의 부통령 지명이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리스가 이번에 부통령이 되면 차기 대선에선 대통령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의 고령 때문이다. 바이든이 당선해도 임기 중 힘든 일정에서 그를 대행할 가능성도 크다. 권력의 핵심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해리스가 등장하는 2020년 대선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에선 여성의 정치권 진입을 막아왔던 유리천정이 어디까지 깨질 것인지에 다시금 관심이 모인다. 유색인종에게 더 큰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커보인다. 백인 남성 중심의 미국 정치가 이번에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된다.
넓게 보면 양한 인종·종교·계급·계층을 반영한 본격적인 정체성 정치가 미국에서 개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소수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한인들의 정치 활동도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주목되는 2020년 미국 대선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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