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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쫄이 타이츠 싫다"던 발레리노가 날아오르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허서명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발레리나와 홈트를 캡처]

허서명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발레리나와 홈트를 캡처]

“다리에 딱 붙는 타이츠 입기 싫어서 발레는 절대 안 한다고 했었어요.”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인 허서명(30)은 15살에 발레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국 무용을 했다. “언제든 걸어다닌 기억이 없다. 항상 뛰어다니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아이었다. 에너지를 풀려고 태권도 등 운동을 안한 게 없었고 결국 한국 무용을 전공했다.” 한국 무용으로 입학한 예술중학교의 발레 교사가 그를 주목했다. 한국 무용보다 발레에 맞는 신체라며 그에게 발레 영상을 보여주고 손편지를 쓰며 끊임없이 설득했다. 일자로 뻗은 다리, 활처럼 휜 발등 때문이었다. 몸에 딱 붙는 타이츠 때문에 한동안 망설이던 허서명은 결국 중학교 3학년에 발레로 길을 바꿨다.

“그때만 해도 남자가 발레를 하면 성소수자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어요.(웃음) 남자답지 못하다고 했죠. 하지만 이게 해보면 아는데, 그 어떤 운동보다 힘들고 고된 운동이거든요.” 2013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허서명은 같은 해에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인 호두 왕자로 발탁되면서 화제가 됐다. 군무진에 속해있던 2015년엔 수석무용수의 대타로 ‘백조의 호수’ 주인공 지그프리트 왕자로 발탁되면서 다시 한번 이목을 끌었다.

그는 악착같이 발레를 했다. 주목받으며 성장하던 2014년에 큰 부상을 당했다. “착지를 하다 인대가 다 끊어졌어요. 다른 사람의 인대를 이식하는 수술을 했죠.” 운동과 재활을 제대로 해야하는데 무대에 대한 욕심에 무리를 했다. “너무 빨리 복귀하고 싶어서 두 달만에 무대에 섰거든요. 그랬다가 2018년에 인대가 다시 끊어졌어요. 칼을 대면 너무 오래 쉬어야해서 수술하지 않고 운동과 재활로 버티고 있어요.” 진통제를 먹으며 무대에 오르기 일쑤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몇시간씩 스트레칭을 한다고 했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인대가 딱 아픈데, 이제는 도사가 돼서 인대 어느 부분이 어떻게 됐는지 느껴질 정도에요.”

발레리노 허서명. [사진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허서명. [사진 국립발레단]

부상을 이기고 무대에 서느라, 그는 몸 각 부분의 운동과 휴식에 대해 늘 연구해야 한다. “하루종일 몸을 쓰다보면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돼요. 근육을 풀어주고 정리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음 날 발레는 커녕 양말도 제 손으로 못 신는다니까요.” 그는 “사무실에 종일 앉아 근무하며 몸을 쓰지 않는 사람도 같은 종류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들 중에 허리가 아픈 사람이 많은데 이건 엉덩이와 허벅지 운동으로 풀어야하거든요. 맞는 운동법이 다 따로 있어요.”

쫄쫄이 타이츠가 싫었던 소년은 이제 일반 남성들에게도 발레를 권하는 전도사가 됐다. “운동도 되고 예술도 되거든요. 길을 가다 뒷 모습이 귀족적이어서 보면 발레리노더라고요.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남성들에게 적극적으로 발레를 권합니다.” 허서명이 현대인에게 권하는 발레 스트레칭은 중앙일보의 유튜브 ‘발레리나와 홈트를’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발레리나와 홈트를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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