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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영어 과잉학습이 초등생 멍들게” 코로나 시대, 초등 영어 로드맵

중앙일보

입력

박재원 교육전문가

박재원 교육전문가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 교육청 자문위원 역임, 대치동 사교육 전문가에서 공교육 살리기 전도사까지 박재원 소장(아름다운 배움)은 20년간 초중고 대학입시 교육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교육계 베스트셀러 ‘핀란드 교실 혁명’을 포함해 20여 권의 책을 출간한 그에게 대학 입시부터 초등 교과까지 이어지는 바람직한 영어 학습법을 물었다.

코로나 시대 초등 학습 노하우 ④ 영어교육(끝) #박재원 교육전문가 인터뷰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뭐라 보나.
“영어 과잉학습 상태다. 인생에 필요한 이상으로 영어에 대한 강박, 발음에 대한 집착이 있다. 공교육에서 3학년으로 정한 영어 학습 연령 기준이 사교육 시장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영어 사교육비가 비싸기 때문에 대안으로 등장한 엄마표 영어도 그 자체가 나쁘진 않지만, 문제가 많다. 엄마표 영어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면 종결점이 없다. 끊임없이 영어를 쳐내야 한다. 잘하면 다음 단계, 또 그다음 단계로 계속 나아간다. 아무리 야근해도 일이 안 끝나는 느낌과 같다. 대입 수능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적정학습량 개념에서 보면 나중에 필요하지 않은 공부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학습을 강요당한다.”
수능 영어 고득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영어학습량은 어느 정도인가. 
“수능 영어영역이 절대평가가 됐다. 훨씬 쉬워졌다.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데 2등급까지 받아도 무리가 없다. 고려대 경우 감점 형식으로 사정한다. 영어 1등급은 0점 감점, 2등급은 1점 감점이다. 사실상 1, 2등급은 비슷하게 치겠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잠수부여 방식인데,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5점, 3등급은 87.5점을 준다. 역시 2등급까지는 점수 폭이 작다. 지난해 경우 2등급 등급 컷이 80점(원점수)이다. 80점을 맞기 위해 필요한 영어와, 90점을 받기 위한 영어학습량은 다르다. 킬러 문항 등을 틀려도 1등급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영어 과잉학습의 부작용은 어떻게 나타나나.
“수능 모의고사를 치러보면 안다. 국어 영역은 못 보는데, 영어영역은 다른 과목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온다. 그런데 킬러 문항을 풀지는 못한다. 영어의 킬러 문항은국어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 영역도 잘 안 된다. 수학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서다. 이런 학생이 영어 과잉 학습 피해자라 볼 수 있다.”
바람직한 초등학생 영어공부법을 알려 달라.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영어를 완전히 학습하라. 교과 영어를 쉽다고 무시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그 내용을 가지고 영어로 말하고 자유롭게 쓰기까지 소화하려면 상당한 난이도다. 기본적으로 수능과 내신 시험 모두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영어를 뛰어넘지 않는다. 학교 영어수업을 잘 따라가면서, 진도에 맞춰 완전학습 차원에서 완벽히 소화해보라. 이렇게 해도 여유시간이 남는다면 적정 수준의 엄마표 영어를 함께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삶의 여유가 있다.”
교과 영어만 학습하면 어휘나 말하기 실력을 쌓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영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필수 구문과 어휘가 저장되면 된다. A라는 단어의 임계학습량이 10회라면, 학생이 10번은 이 단어를 사용해야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서 듣기나 읽기, 쓰기와 말하기에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이를 봤을 때 초등학생은 무조건 새로운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1권이라도 제대로 보는 것, 즉 학교 영어 교과서를 마스터하는 것이 임계학습량을 채우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교과 영어 외에 엄마표 영어를 위한 조언을 달라.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게 하라. 내 경우 아이들을 아빠표 영어로 가르쳤고, 지금 다 영어를 잘한다. 아들은 축구를 좋아했다. 프리미어 리그를 보게 했고, 영국 축구잡지 연간구독을 했다. 지금처럼 해외 축구 프로그램을 보기가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사실 엄마표 영어가 90%는 실패한다. 다른 과목도 비슷하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 엄마의 방향을 따라 주지 않는다. 인터넷의 성공사례도 너무 믿지 말라. 엄마표 영어 성공 사례를 내세우던 유명 블로거들이 나중에는 아바타(가짜 사례)를 세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이가 더는 내는 성과가 없어서다.”
아이가 영어를 싫어해 고민인 부모가 많다.
“맞지 않는 방법으로 장기간 공부하는 학생은 영어를 싫어하게 된다. 아이마다 가진 강점에 맞춰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난 학생은 문법이나 어휘 공부를 따로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논리적일 때 학습능률이 높아진다. 반면 언어적 사고력이 높은 학생은 생략과 유추에 익숙하다.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읽고 익히는 게 더 도움이 된다. 그런데 부모들이 이걸 판단하기 어렵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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