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집중호우 피해 현장인 전남 구례를 찾았다. 구례 5일 시장 일부 상인들은 “살려주세요”를 외쳤다. 문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는 요청에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가 될까 봐 빨리 오지 못했다. 그래도 대통령이 달려오면 그나마 위로나 격려가 되고 행정 지원도 빠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왔다”고 했다. 다음날 구례를 포함한 남부지방 11개 지자체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사료와 쓰레기 더미로 덮인 수해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맞이한 건 또 있었다. 누렁이 강아지다. 문 대통령과 동행했던 한 청와대 인사는 “구례 주민 간담회장으로 들어가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대통령을 졸졸 따라가더니 대통령 다리 옆에 앉아버렸다. 어떻게 할지 몰라 유연상 경호처장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 간담회 내내 강아지의 움직임을 단속하느라 분주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나마 강아지가 간담회 내내 얌전하게 앉아 있어 다행이었다”고 했다.
동물 애호가인 문 대통령은 풍산개 ‘마루’와 ‘깜’, 고양이 ‘찡찡이’와 ‘뭉치’를 키우고 있다. 마루와 찡찡이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함께 입주한 퍼스트독(First Dog), 퍼스트캣(First Cat)이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유기견 ‘토리’를 입양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도 있다. 곰이는 2018년 새끼 여섯 마리를 더 낳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수해의 상징처럼 된 구례의 ‘지붕 위의 소’도 각별히 챙겼다. 김순호 구례군수가 “물이 갑자기 늘어나니까 소가 나오질 못하는 거였다. 물만 먹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자식이 죽어가는 심정 같았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럴 거라고 공감이 간다”고 답했다. 김 군수는 이어 지붕 위에 있다가 구출된 소 한 마리가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큰 희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인 13일 전국의 공수의 866명과 가축방역관을 동원해 피해 농가에 대한 긴급 방역과 의료 지원을 하도록 지시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