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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中·日 찌르는 '독침'···16년간 잠자던 핵잠 다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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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방부는 ‘2021~25년 국방중기계획’을 공개했다. 국방중기계획은 향후 5년간 군사력 건설과 전력운용 계획을 담는다.

[이철재의 밀담]

미 해군의 공격 핵잠 사우스다코타함(SSN 790)이 어뢰를 발사하는 장면의 그래픽. [스카우트닷컴]

미 해군의 공격 핵잠 사우스다코타함(SSN 790)이 어뢰를 발사하는 장면의 그래픽. [스카우트닷컴]

199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유령'의 한 장면. 한국 해군이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유령'이 나타나는 장면이다.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시에라급 공격 핵잠을 들여와 핵 미사일을 장착한 전략 핵잠으로 개조했다는 설정이다. 영화와 달리 한국이 자체적으로 건조한 공격 핵잠이 2030년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영상 캡처]

199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유령'의 한 장면. 한국 해군이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유령'이 나타나는 장면이다.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시에라급 공격 핵잠을 들여와 핵 미사일을 장착한 전략 핵잠으로 개조했다는 설정이다. 영화와 달리 한국이 자체적으로 건조한 공격 핵잠이 2030년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영상 캡처]

보도자료엔 “유사시 대응능력이 강화된 3000t급 잠수함 전력화를 완료”하고 “무장 탑재능력과 잠항능력이 향상된 3600t급 및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한다고 돼 있다.

해군은 2018년 9월 14일 3000t급 도산안창호함(SS 083)을 진수했다. 세 번째 잠수함 사업인 장보고-Ⅲ의 초도함이다. 독일 기술로 만든 장보고-Ⅰ·Ⅱ와 달리 국산 기술로 모두 9척을 건조한다. 기술적 과제와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3척씩 끊어 3단계 배치(Batch)로 도입한다. 도산안창호함은 배치-Ⅰ의 1번함이며 이후 2020~24년 기간에 두 척을 차례로 전력화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답이다.

장보고-Ⅲ 잠수함과 관련, 배치-Ⅱ는 3600t급, 배치-Ⅲ는 4000t급으로 이해해도 되나?
배치-Ⅱ,배치-Ⅲ가 각각 3600t급, 4000t급(잠수함)이 맞다.
배치-Ⅲ는 핵추진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나.
(배치-Ⅲ의) 추진 방식을 현 단계에서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별도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가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사업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동안 물속에서 잠항만 하던 핵잠이 물 밖으로 부상한 장면이다.

“최소 1조 3000억원이면 핵잠 1척 건조 가능”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은 핵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해군은 자주국방네트워크에 핵잠 도입 검토를 의뢰했다.

2017년 10월~2018년 4월 연구 끝에 나온 ‘한반도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의 유용성과 건조 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핵잠을 개발할 경우 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비용은 1척당 1조 3000억~1조 5000억원이다.

보고서는 프랑스 핵잠인 쉬프랑급(4765t) 구매를 검토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바라쿠다급이라고도 불리는데 미국과 달리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원자로를 탑재한다. 미국 핵잠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쓴다.

지난해 7월 1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쉬프랑급 1번함 쉬프랑함(Q284)이 진수했다. 이 잠수함은 중어뢰를 발사하고 기뢰를 깔 수 있으며, 스칼프 잠대지 미사일과 엑조세 SM39 블록2 잠대함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지난해 7월 12일 프랑스의 쉬프랑 핵추진 잠수함 진수식. [프랑스 국방부]

지난해 7월 12일 프랑스의 쉬프랑 핵추진 잠수함 진수식. [프랑스 국방부]

정부 소식통은 “해외 도입은 포기하고, 국내 개발로 결정했다”며 “쉬프랑급 잠수함을 많이 참조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한국형 핵잠의 실제 무게는 배 자체 무게인 경하 톤수 4000t급을 훌쩍 넘으며, 화물이나 인원을 다 태운 만재 톤수는 5000t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잠용 원자로는 4년 안에 시운전할 수 있다”며 “1번함 건조엔 1조 5000억원이 들어가지만 이후 비용은 1조 3000억원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농축도 20%의 원자로는 30~40년간 연료 교체가 필요 없다”며 “상업용 원자로 수준인 농축도 3.5%의 우라늄 원자로는 최소 10년을 간다”고 예상했다.

한국형 핵잠의 최종 병기는 한국형 SLBM

한국형 핵잠은 프랑스의 쉬프랑급과 달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무장한다. SLBM은 장보고-Ⅲ의 배치-Ⅰ부터 들어간다.

대우조선해양의 장보고-Ⅲ 잠수함 모형. 수직발사관(VLS)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발사돼 날아가고 있다. [해군 제공]

대우조선해양의 장보고-Ⅲ 잠수함 모형. 수직발사관(VLS)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발사돼 날아가고 있다. [해군 제공]

현재까지 SLBM에 대한 정보는 장보고-Ⅲ의 콜드런치 방식 수직발사대를 이미 개발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콜드런치는 발사관에서 고압ㆍ고열의 가스로 밖으로 불어낸 미사일이 점화해 날아가는 방식이다.

잠수함은 물 속에 있어 미사일 발사 때 나오는 엄청난 열 폭풍을 배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이 1960년대 개발한 콜드런치는 수중 발사의 표준처럼 돼 버렸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SLBM을 개발 중이다.

국방부는 수중에 가라앉힌 바지선에서 순항 미사일인 현무-3를 발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장보고-Ⅲ 배치-Ⅰ은 콜드런치 수직발사기 6문을 갖췄다. 배치-Ⅱ는 8문 또는 10문으로, 배치-Ⅲ는 10문 이상으로 각각 늘어나고, 미사일의 크기도 커질 수 있다.

잠대지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이 미사일은 지대지 순항미사일인 현무-3를 개조했다. 한국은 곧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방부 유튜브 계정 캡처]

잠대지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이 미사일은 지대지 순항미사일인 현무-3를 개조했다. 한국은 곧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방부 유튜브 계정 캡처]

한국형 SLBM은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2 가운데 사거리가 가장 긴 현무-2C(800㎞)를 원형으로 삼을 것이다. 12월 전력화 예정인 도산안창호함에서 시험 발사한 뒤 2021년 실전 배치될 계획으로 보인다. 물론 어뢰발사관을 통해 현무-3 기반의 순항미사일을 쏠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2003년 미국에 숨기고 핵잠 도입 추진

한국형 핵잠 사업은 그동안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단초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로 바뀌는 과정에서 한국은 러시아 핵잠 원자로 제조회사인 OKBM로부터 관련 설계도와 기술 지원을 받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가 연구에 들어갔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연구비만 지원했다. 그래서 나온 게 한국형 소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다. 한국형 핵잠의 원자로는 스마트 계열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5월 진해 해군 공관에서 거북선 모형을 보며 해군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가 장철영]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5월 진해 해군 공관에서 거북선 모형을 보며 해군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가 장철영]

핵잠 도입 사업의 첫 삽은 17년 전인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떠졌다. 2003년 3월 당시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해군에 핵잠 건조 사업을 지시하면서다. 국방부는 그해 6월 2일 디젤 중형 잠수함을 도입한다는 기존 사업을 핵잠으로 바꿨다. 같은 날 노무현 대통령은 핵잠 건조 계획을 승인했다. 한국형 핵잠 건조 사업이 ‘362’라 불리는 이유다.

핵잠은 미국에도 알리지 않은 채 비닉(비밀)사업으로 진행됐다. 해군은 조함단 아래 핵잠 전담부서인 ‘362 사업단’을 만들었다. 잠수함 설계ㆍ건조ㆍ무장 등 관련 현안을 검토하고 작전요구성능(ROC)을 수립하는 조직이다. 2007년부터 건조에 들어가 2012년 배치를 시작해 모두 3척을 보유한다는 계획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2004년 1월 언론에 핵잠 건조 사업이 새나가자 국방부는 핵잠 개발을 부인했다. 362 사업단도 비밀리에 해체했다.

비밀 우라늄 농축 들통나 서둘러 핵잠 도입 접어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 여러 명에게 물어봤다.

“언론 폭로 이후에도 362 사업단은 그대로였다. 그러다 2004년 9월 2일 영국 BBC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이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한 게 화근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정부가 서둘러 핵잠 도입 사업을 접은 것이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해군의 다수 세력인 ‘수상함’ 파가 이지스 구축함 건조 사업의 예산이 줄까 봐 핵잠을 견제한 것도 한몫했다”고 아쉬워했다.

되살아난 핵잠, 미국서 구매도 검토해

한동안 캐비넷 속에 처박힌 핵잠 사업은 이번 정부에서 다시 빛을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토론회에서 “핵잠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의 공격 원잠인 휴스턴함(SSN 713)이 긴급부상 훈련을 하고 있다. [유튜브 RS 계정 캡처]

미 해군의 공격 원잠인 휴스턴함(SSN 713)이 긴급부상 훈련을 하고 있다. [유튜브 RS 계정 캡처]

한국은 미국에서 우라늄을 수입한다. 또한 한ㆍ미 원자력 협정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상한선을 20%로 제한하고 있다. 또 ‘협정에 따라 이전된 핵물질을 핵무기 또는 폭발장치의 연구ㆍ개발이나 어떤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이 아닌 핵잠은 예외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당선 후 문 대통령은 ‘핵잠 보유 공약’을 차근차근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다. 미국을 설득해 핵잠 보유에 대한 양해를 얻으려고 했다. 2017년 9월 유엔 총회 기간 중 미국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취재한 결과 당시 이런 일이 있었다.

“한ㆍ미는 하우스 투 하우스(house to houseㆍ한국 청와대와 미국 백악관 소통)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했고 한국이 미국 핵잠을 사오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법률 검토를 해보니 ‘핵잠과 같은 전략 물자를 해외로 파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제75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경남 진해의 잠수함사령부에 정박한 장보고-Ⅱ 잠수함 유관순함(SS 078)의 승조원이 경례하고 있다. [해군 제공]

제75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경남 진해의 잠수함사령부에 정박한 장보고-Ⅱ 잠수함 유관순함(SS 078)의 승조원이 경례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하지만 현 정부의 핵잠에 대한 열망은 강하다. 프랑스에서 핵잠을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했고, 결국 자체 건조로 가닥을 잡았다.

유사시 중국과 일본을 찌르는 ‘독침’

현 정부는 왜 핵잠을 바라는가.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받으려면 자체적 전략목표 타격(킬 체인)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목표 타격은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한다는 개념이다. 한국형 SLBM을 탑재한 한국형 핵잠이 바닷속에 숨어있다가 북한이 핵ㆍ미사일 공격 조짐을 보일 때 SLBM으로 먼저 제거하는 용도라는 게 현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하는 군 관계자는 “핵잠은 킬 체인 수단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중의 잠수함에 긴급 연락을 하기도 힘들고, SLBM 발사 준비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귀띔했다.

한국형 핵잠은 전략 무기다. 한국보다 군사력이 더 강한 주변국, 즉 중국과 일본을 상대하고 견제하는 무기라는 의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23일 중국 칭다오(靑島) 항에서중 열린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국제 관함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23일 중국 칭다오(靑島) 항에서중 열린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국제 관함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사]

이른바 ‘독침 전략’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소식통은 “한국이 중국ㆍ일본과 대등한 전력을 쌓는 것은 무리지만, 양국의 핵심을 타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베이징(北京)이나 도쿄(東京)의 지휘부나 주요 시설을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핵잠은 가성비 떨어져’ vs ‘반드시 필요한 전력’ 논란

모두가 핵잠을 바라는 게 아니다. 있으면 좋지만, 경제성을 따져보자는 목소리도 높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핵잠 1척의 건조 비용이면 214급(장보고-Ⅱㆍ1800t) 디젤 잠수함 6척을 확보해 더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조용하게 움직이는 일본 디젤 잠수함은 소음이 심한 중국 핵추진 잠수함을 탐지하지만, 중국은 일본 잠수함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더 넓은 영해를 지키는 일본과 호주는 핵잠 도입을 검토하다 포기했다. 두 나라는 현재 3000t이 넘는 디젤 잠수함만을 보유한다. 일본의 경우 1992년 핵추진 화물선을 시험적으로 건조했다. 기술은 갖췄고, 예산도 충분했다. 하지만 일본 고위 관계자는 “핵잠 건조 역량은 확인했지만, 원자로 사용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2012년 10월 25일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에 정박 중인 미 해군의 핵잠 오하이오함(SSGN 726)이 내부를 공개했다. 승조원 9명이 잘 수 있는 침실이 16개가 있다. [연합뉴스]

2012년 10월 25일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에 정박 중인 미 해군의 핵잠 오하이오함(SSGN 726)이 내부를 공개했다. 승조원 9명이 잘 수 있는 침실이 16개가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362 사업단(핵잠 사업단) 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디젤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AIP) 체계가 나와 성능이 많이 좋아졌지만, 만능이 아니다. AIP 잠수함은 4노트(시속 7.4㎞)로 2주간 움직인다. 핵잠은 승조원 스트레스와 식량 보급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제한이다. 핵잠은 물속에서 물과 산소도 만든다” 

“핵잠은 20노트(시속 37㎞)로 속도를 계속 낸다. 최대 속도는 30노트(시속 55.6㎞) 정도지만 소음 때문에 소나(음파탐지기)로 적을 찾을 수 없다. AIP 잠수함은 최대 속도 20노트로 1시간만 달리면 배터리가 다 떨어진다” 

“미 해군 자료는 디젤 잠수함 탐지거리는 50제곱마일(80㎢)로 나와 있다. 핵잠은 100제곱마일(160㎢)이다. 핵잠이 더 크기 때문에 더 좋은 센서를 더 많이 달 수 있기 때문이다.”

디젤 잠수함은 공간이 매우 좁다. 승조원의 거주 여건이 열악하다. 핵잠은 내부 공간이 디젤 잠수함보다 좀 더 여유가 있는 편이다. 늘 긴장 상태에서 대기하는 잠수함 승조원이 핵잠을 선호하는 이유다.

한국형 핵잠이 순항하려면 피해야 할 암초는?

한국의 핵잠 건조 기반은 충분하다는 게 정부 소식통의 공통 의견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핵잠 설계에 대한 능력과 기술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2004년 한국의 핵잠 도입 사업이 드러난 뒤 비공식적으로 “한국이 이런 무기를 가질 필요가 있나”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정부보다 전향적인 편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28일 한ㆍ미 미사일 지침 개정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며 “한ㆍ미 원자력 협정과 핵잠은 별개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주변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잠수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위부터 중국의 전략 핵잠인 진급 잠수함, 디젤식 잠수함 중 세계에서 가장 큰 일본의 소류급 잠수함, 한국의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중앙포토]

한국의 주변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잠수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위부터 중국의 전략 핵잠인 진급 잠수함, 디젤식 잠수함 중 세계에서 가장 큰 일본의 소류급 잠수함, 한국의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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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핵연료 문제는 인도ㆍ태평양 전략 참여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엮어 협상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전제조건을 달았다. 하나는 일본을 잠재 적국으로 삼는 데 미국이 반대하기 때문에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틀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경우다. 바이든 측은 핵확산을 강력히 반대하는 비확산파가 꽉 잡고 있다. 신 센터장은 “바이든 당선은 한국의 핵잠에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일본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이들을 잘 달래야 한다는 외교적 숙제를 풀어야할 것이다.

핵잠이 16년 만에 다시 부상했지만, 순항하려면 아직도 피해야 할 암초가 이처럼 만만찮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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