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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월 생활비 200만원…은퇴자 살기 가장 좋은 나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58)

어디에 살면 좋을까. 지금 그 질문을 던진다면 뭐라고 할까. 강남이지 두말하면 뭐해. 아니면 인 서울.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수도권에는 살아야 집값이 오르지 등등의 대답이 돌아올 것 같다. 여당 대표가 ‘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 하여 ‘부초 서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는 집 문제는 민감한 화두로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집값이 아니라면 살기 좋은 동네는 어디일까. 18세기 초 30여 년 동안 전국을 답사하면서 인심 좋고 산수 좋은 땅을 찾아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고민한 사람이 있다. 『택리지』를 쓴 이중환(1690~1756)이다. 『택리지』는 말 그대로 ‘사람이 살만한 곳을 선택’한다는 뜻으로, 꼭 읽어야 할 한국 최고의 인문지리서로 평가받는 명저다. 이중환은 명문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나 과거에 합격, 정5품 병조좌랑에 오르기까지 탄탄대로를 걷는다.

이중환은「 택리지 」에서 "재물이란 하늘에서 내리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기름진 땅이 최고이고, 배와 수레를 이용하여 물자를 교류시킬 수 있는 곳이 다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이중환은「 택리지 」에서 "재물이란 하늘에서 내리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기름진 땅이 최고이고, 배와 수레를 이용하여 물자를 교류시킬 수 있는 곳이 다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그러나 이후 당쟁에 휘말려 30여 년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살만한 곳을 찾다가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살기 좋은 곳의 기준은 지리, 산수, 인심, 경제적 조건(生理, 생리) 등 4가지였다. 그중에서도 경제적 조건을 가장 우위에 두고 평가했다. 그는 “재물이란 하늘에서 내리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기름진 땅이 최고이고, 배와 수레를 이용하여 물자를 교류시킬 수 있는 곳이 다음이다”라고 했다.

그 기준으로 그가 꼽은 가장 좋은 땅은 충청도 내포였다. 광활한 내포 평야가 있고, 우연인지 모르나 충남도청이 옮겨갔으니 그의 혜안이 놀랍다. 만약 지금도 그가 살아있다면 어디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했을까. 집값에 눈이 먼 사람들처럼 서울이나 수도권이 그의 눈에도 합격점을 받았을까.

그가 말한 4가지 기준 중에 산수와 인심 면에서는 지적을 받았을 것 같다. ‘한강을 따라가면서 서울을 바라보면 콘크리트 아파트 숲만 보인다’고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인심은 또 어떤가. 시골 사람이 본 서울 인심은 ‘눈뜨고 코 베 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중환이 꼽은 가장 좋은 땅은 충청도 내포였다. 우연인지 모르나 충남도청이 옮겨갔으니 그의 혜안이 놀랍다. 만약 지금도 그가 살아있다면 어디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했을까. 사진은 충남도청 전경. [중앙포토]

이중환이 꼽은 가장 좋은 땅은 충청도 내포였다. 우연인지 모르나 충남도청이 옮겨갔으니 그의 혜안이 놀랍다. 만약 지금도 그가 살아있다면 어디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했을까. 사진은 충남도청 전경. [중앙포토]

우리나라에서 자연 친화적이면서 사는 여건도 좋아 살기 좋은 도시로는 과천, 분당, 경주, 남원, 통영, 제주 등이 꼽힌다. 세계적으로는 캐나다 밴쿠버, 오스트리아 빈,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덴마크 코펜하겐 등이 있다. 모두 숲이 많고, 문화·교육·경제 여건을 포함해 사는 환경이 탁월한 도시다. 그렇다면 세계인이 뽑은 은퇴해 살기 좋은 ‘2020 세계 최고의 나라(Annual Global Retirement Index)’는 어떤 곳일까. 선정 기준은 다음 요소를 고려해 정했다.

- 집값, 외국인 임대차 법적 보호 여부, 투자가치 등
- 은퇴자에 대한 교통, 병원, 공공시설 이용 혜택, 거주 특혜 부여 여부
- 일반적인 생활 물가 수준
- 음악, 박물관, 야외 운동 등 문화적인 접근성과 편의성
- 헬스케어. 저가의 의료비, 그 나라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
- 위생, 안전, 보건의료 수준 등 전반적인 생활환경
-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와 인권보호 수준 등 거버넌스
- 기타 파트타임이나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지 등

이 기준으로 세계에서 은퇴자가 살기 좋은 나라는 아시아에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꼽혔다. 싼 물가,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문화와 자연, 관광과 문화유산 등을 고려했다. 부부가 대도시에서 사는데 월 200만 원 정도면 된다고 한다.

압도적인 세계 1위는 포르투갈이었다. 수년간 은퇴자가 살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힌 데는 이유가 있다. 대서양을 따라 북쪽에서 남쪽까지, 동쪽으로는 스페인 국경까지 단 한 곳도 버릴 데가 없다. 좋은 기후에 인심도 후하고 다정하다. 특히 일 년 내내 기후가 좋다.

역사적인 문화유산에다가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눈부신 해변에 푸르른 계곡까지 자연도 다양하고 아름답다. 은퇴자에게 부담 없는 물가도 큰 장점이다. 도심에서 20여 분만 벗어나면 주거비 포함 생활비로 한 달에 200여만 원이면 되고, 좀 넉넉하게 잡아 300만 원 정도이면 부부가 외식도 하고, 골프 등 야외 운동을 하면서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다.

세계에서 은퇴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꼽히는 포르투갈. 역사적인 문화유산에다가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눈부신 해변에 푸르른 계곡까지 자연도 다양하고 아름답다. [사진 pixabay]

세계에서 은퇴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꼽히는 포르투갈. 역사적인 문화유산에다가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눈부신 해변에 푸르른 계곡까지 자연도 다양하고 아름답다. [사진 pixabay]

유럽 국가 중에 불가리아 다음으로 물가가 싼 나라이다. 거기다가 안전 면에서도 세계 3위에 랭크될 정도로 안전하며, 리스본, 포르투, 남쪽 명소 알가르베(Algarve)는 영어가 어느 정도 통용돼 현지어를 못해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

밥 먹고 회사 가서 일한 다음 집에 돌아와 잠자고 다음 날 다시 출근하는 개미 쳇바퀴 도는 듯한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가. 포르투갈에서 살아본 사람은 현지어를 배워 그곳에 눌러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다른 유럽 도시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다들 반한다고 한다. 여유롭고 정이 넘치며, 소탈하고 친절한 사람까지. 자연과 사람이 다 좋은 포르투갈에 가서 삶의 여유를 느끼며 살아보면 어떨까.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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