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바백스도 위탁생산 맡겼다···SK바이오 ‘백신 수주대박’ 비결

중앙일보

입력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안동의 백신공장인 L하우스에서 대상포진백신의 세포를 배양하기 위한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안동의 백신공장인 L하우스에서 대상포진백신의 세포를 배양하기 위한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이어 노바백스까지…. SK그룹의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할 글로벌 백신 후보물질의 위탁생산 수주를 연이어 성공시키고 있다.  종근당ㆍ삼성바이오ㆍLG화학 등  덩치 큰 국내 바이오 관련 기업들을 제치고, 2018년 분사한 신생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위탁생산 계약을 계속 따내고 있는 비결이 뭘까.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이어 노바백스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위탁생산 수주 #첨단 백신생산시설 갗추고, 생산 여력도 #LG화학·종근당 "우리도 위탁생산 가능"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3일 차세대 백신을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후보 ‘NVX-CoV2373’의 항원 개발과 생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을 함께 하는 위탁개발생산(CDMO:Contract Developmen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CDMO 계약은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VX-CoV2373’의 항원 제조 기술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전 받아 추가 공정을 개발한 후 경북 안동의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생산해 글로벌로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달 21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의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두 번째 성과다.

노바백스의 백신 후보물질 NVX-CoV2373는 재조합 기술로 변형시킨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곤충세포에서 발현시킨 후 나노입자 형태로 만든 것이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10월 3상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

.

안동 백신공장, 첨단 백신생산 설비 갖춰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SK는 국내 최고 수준의 첨단 백신 생산 시설 갖추고 있는데다, 생산 여력도 크다. SK케미칼의 사업부문 시절이던 2012년 안동에 세운 백신공장 L하우스의 최대 생산규모는 5억 도즈 수준이지만, 현재 생산량은 1000만 도즈에 불과하다.  진창현 SK바이오사이언스 매너저는“안동  백신공장에는 유전자재조합과 세포배양ㆍ세균배양ㆍ단백접합 등 백신 제조를 위한 최신 기술이 모두 집약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춘 덕분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6월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L하우스 원액 생산시설 일부를 CEPI가 지원하는 기업의 코로나19 백신의 생산에 사용하는 계약을 할 수 있었다. CEPI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코자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국제기구다.  CEPI는 세계 주요국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모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에 자금 지원을 해오고 있다. 노바백스 역시 CEPI로부터 약 3억 8800만 달러의 R&D 비용을 지원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으로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오는 9월 임상 1상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다른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사정은 어떨까. 현재로서는 여러 바이오기업 들 중  LG화학만이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연내에 코로나19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한 인체 임상 1상을 개시한다”며 백신 개발 사실을 처음 밝히면서 “국내외 다른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도 위탁생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국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그동안 다양한 백신과 당뇨병 치료제를 출시하면서 축적한 LG화학만의 생산 공정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외국 업체가 코로나19 백신을 상업화할 때 우리가 CMO 업체로 참여해 글로벌 백신 생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백신 공장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백신 공장

"백신 위탁생산 '양날의 칼' 될 수도"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으뜸이지만, 동물세포를 기반으로 한 항체 의약품만을 생산하고 있어, 코로나19와 관련한 백신은 생산할 수 없다. 이미 국제기구 조달시장에 독감백신 등을 수출하고 있는 GC녹십자의 경우 ‘아직 코로나19 위탁생산 계획은 전혀 없지만, 위탁생산 기술도 있고,  제의가 들어온다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이어 노바백스까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유력 글로벌 백신 회사와 연이어 위탁생산 계약을 했다는 건 개발에 최종 성공할 경우 한국도 백신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란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간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들보다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해오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과 제넥신으로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