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해 지원 받지마”…머쓱해진 정부 “인도적 협력 지속”

중앙선데이

입력 2020.08.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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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09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본부에서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본부에서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대급 수해에도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경제 사령관인 내각 총리를 교체하고 ‘북한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병철을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 위원으로 앉히는 등 대규모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수재까지 ‘삼중고’가 닥치자 민심이 흔들릴까 우려해 내부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퍼질라 자력 복구 총력전
내각 총리 교체 등 조직 개편도
김정은과 맞담배 이병철 서열 5위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13일 진행된 정치국 회의(7기 16차)에서 김 위원장이 홍수 피해와 관련해 어떠한 외부 지원도 받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집중 호우가 내린 강원도 김화군·철원군·회양군·창도군과 황북 은파군·장풍군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황북 은파군을 찾아 홍수 피해 현장을 둘러본 뒤 국무위원장 명의의 비상식량 지원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10월 10일까지 피해 복구를 끝내라는 지시도 함께 내린 상태다.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들었다. “세계적인 악성 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방역 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이 요구된다”면서다. 보건·의료 시설이 열악한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올해 초 중국·러시아와의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 교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이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전과 자연재해라는 두 개의 도전과 싸워야 할 난관에 직면했다”며 “당과 정부는 이 두 개의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입체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우리 정부는 머쓱해진 분위기다. 통일부가 대북 수해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불과 나흘 만에 거부 발언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간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자연재해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인도적 협력은 일관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고 북한의 수해 피해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여전히 동일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덕훈 당 부위원장을 신임 내각 총리에 앉히고 김재룡 내각 총리를 당 부위원장 겸 부장에 임명하는 등 경제 사령관도 교체했다. 북한 미사일의 아버지인 이병철 부위원장(군수공업부장)과 김덕훈 총리를 상무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노동당 최고 정책 결정기구인 정치국도 재정비했다. 미사일 발사장에서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우는 장면으로 주목을 모은 이 부위원장은 최근 승승장구하며 당내 서열 5위에 공식 진입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당내 최고 권력기구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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