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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실검, 특정 세력 과시 수단으로 변질…존재 의미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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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10면

‘문재인을 파면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에 오른 문구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에 항의하는 ‘6·17 규제 소급 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구성원 수천 명이 특정 타이밍에 네이버 검색창에 이 문구를 쓰고 엔터키를 눌렀다. 그러자 이용자 누구나 네이버 PC 버전과 모바일 구 버전 첫 화면에서 볼 수 있는 1~20위의 실검 순위권에 들면서 화제가 됐다. 불과 3년 전, 문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2017년 8월 17일에는 네이버와 다음 실검 1위 문구가 ‘고마워요 문재인’이었다. 문 대통령 지지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집중적으로 검색창에 남기면서 나온 결과였다.

국민 여론 반영 본래 취지 퇴색 #조작 가능성 있어 폐지 목소리 #구글·바이두는 노출 최소화 대응

포털의 실검 순위 서비스 취지는 온라인에서의 국민적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데 있다. 하지만 실검이 두 사례처럼 대다수 여론이 아닐 수 있는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이 마케팅을 목적으로 실검 순위를 장악해도 속수무책이라는 지적 또한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정 기간 동시간대 네이버 실검 순위를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 키워드 380개 중 25.3%인 96개가 기업 광고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 각 포털도 대응에 나섰다. 다음은 지난 2월 실검 순위 서비스를 사실상 폐지했다. PC 버전에서 대중문화 부문의 실검 순위 정도만 노출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실검 집계 방식을 기존보다 까다롭게 바꾸는 한편, 올 4월 총선 때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서비스라 전면 폐지는 어렵다며 재개, 이달 현재 실검 순위는 여전히 잘 보이는 곳에 공개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특히 네이버는 전체 트래픽(서버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에서 실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실검 순위를 보고 쏟아지는 뉴스, 이를 퍼다 나르는 블로그와 카페 등 네이버 안에서 유통되는 콘텐트 상당수와 직결돼 지금처럼 계속 보완은 해도 폐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익 우선의 관점에서 인위적으로 언제든 조작 가능한 실검 순위 서비스를 포털이 전면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실검은 진정한 여론 반영보다 특정 세력의 과시 수단으로 변질돼 (포털이 강조하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비스를 없애면 포털 입장에서도 괴로운 정치·상업적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지가 어렵다면 노출도를 대폭 낮추는 방법도 있다. 해외의 경우 구글(미국)과 바이두(중국) 같은 주요 포털이 실검 집계를 하고는 있지만, 보고 싶은 이용자만 볼 수 있도록 최소 2회 이상 클릭해 나오는 덜 드러난 화면에 배치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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