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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가세…90초 미만 영상으로 Z세대 쇼핑객 사로잡다

중앙일보

입력

제품 사진을 보고 클릭해 들어가 상세 페이지를 훑으며 구매 결정을 하던 기존 쇼핑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사진이 아닌 영상을 보고, 영상 속 인물과 소통하며 구매 결정을 한다. V(비디오)-커머스 얘기다. 구글 쇼핑과 네이버 쇼핑 등 기존 거대 온라인 유통사의 V커머스 플랫폼 출시는 물론, 29CM 등 젊은 세대 타깃의 쇼핑 플랫폼도 가세하는 추세다. 사진보다 영상에 익숙한 Z세대를 위한 숏폼(short-form) 비디오 콘텐츠가 주요 무기다.

V커머스 쇼핑 플랫폼 숍룹.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짧은 영상이 주요 콘텐트다. 사진 숍룹 화면 캡처

V커머스 쇼핑 플랫폼 숍룹.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짧은 영상이 주요 콘텐트다. 사진 숍룹 화면 캡처

구글은 지난 7월 V커머스 쇼핑 플랫폼 ‘숍룹(shoploop)’을 출시했다. 메이크업·스킨케어·헤어·네일 등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앱이다. 숍룹을 열면 대뜸 제품을 사용하는 누군가의 영상이 뜬다. 제품 사진이나 가격은 아주 작게 표기돼 있을 뿐 영상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래로 스크롤 하면 계속해서 다른 영상들이 뜬다. 무한 반복되는 쇼핑 영상 플랫폼이다. 요즘 화제인 숏 비디오 플랫폼 '틱톡'의 쇼핑몰 버전같다.

구글 V커머스 쇼핑 플랫폼 ‘숍룹’ 출시 #짧고 재밌는 영상에 소통하는 재미까지 #영상 소비 많고 재미 추구하는 Z세대 공략

숍룹의 영상은 모두 90초 미만. 주로 여성들이 등장해 화장품을 사용하는 영상을 담았다. 사용자는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숍룹은 뷰티 업계 콘텐츠 제작자나 인플루언서 및 온라인 스토어 운영자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이들은 이곳에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릴 수 있고, 판매도 할 수 있다. 구글은 플랫폼만 제공한다.

숍룹은 Z세대의 쇼핑 패턴을 정확히 타격한다. 일단 목적 구매가 아니다. 특정 제품을 사기 위해 접속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영상을 보기 위해 접속한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한다. 구매 고민을 위해 유튜브로 가 해당 제품의 영상 후기를 찾아 볼 필요가 없다. 제품 영상 후기가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기 때문이다. 제품 발견과 후기 시청, 그리고 쇼핑까지. 세 번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해야 했던 기존 쇼핑 과정을 한 곳에서 해결 할 수 있도록 바꿔놓았다.

기존 전자 상거래 강자들은 영상으로 쇼핑하는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의 ‘아마존 라이브’, 네이버의 ‘쇼핑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도 영상 기반 라이브 커머스 ‘카카오 쇼핑 라이브’를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 유통사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제조사도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영상 콘텐트 제작과 유통에 공을 들인다. ‘에코마케팅’ ‘브랜드엑스’ 등 잘 만든 영상 콘텐트로 승부수를 띄우는 미디어 커머스사들이 대표적이다. 콘텐트 강자인 영상 및 이미지 기반 SNS 플랫폼들도 쇼핑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숏 비디오 커머스 플랫폼 팩키드(Packagd)를 인수했고, 인스타그램은 자체 게시물에서 쇼핑 링크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했다.

29TV의 쇼퍼블 비디오. 짧고 감각적인 영상을 활용해 제품을 알린다. 사진 29CM 화면 캡처

29TV의 쇼퍼블 비디오. 짧고 감각적인 영상을 활용해 제품을 알린다. 사진 29CM 화면 캡처

특히 Z세대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에서 V커머스 움직임이 거세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 ‘29CM’는 29초짜리 감각적인 쇼핑 영상을 올리는 ‘29TV’를 출시하고 브랜드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모집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였다. 영상 콘텐트를 주 도구로 삼는 뷰티 쇼핑 플랫폼 ‘왈라뷰’도 있다. 일반 뷰티 쇼핑몰처럼 제품 사진과 설명이 있는 메뉴도 있지만, 메이크업 노하우나 제품의 실제 사용 후기 등을 담은 영상을 보고 영상 속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한 메뉴도 있는 쇼핑 플랫폼이다. 7월 기준 왈라뷰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29만명으로 10대가 59%, 20대가 20%를 차지했다. 왈라뷰 관계자는 “제품을 살 때 재미도 추구하는 10~20대를 공략하기 위해 영상 콘텐트를 적극 활용했다”며 “최근 들어 영상을 보다가 제품을 주문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뷰티 영상을 큐레이션 해 특히 Z세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뷰티 영상 플랫폼 ‘잼페이스’도 커머스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영상을 통한 화장품 정보 검색이 핵심 서비스지만 쇼핑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겠다는 설명이다. 윤정하 잼페이스 대표는 “Z세대는 스마트폰이 익숙하고 글보다 이미지와 동영상이 친숙하다”며 “영상 콘텐트가 화장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Z세대가 좋아할만한 뷰티 영상 콘텐트를 쇼핑과 연결하는 '왈라뷰.' 사진 왈라뷰

Z세대가 좋아할만한 뷰티 영상 콘텐트를 쇼핑과 연결하는 '왈라뷰.' 사진 왈라뷰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 6월 발표한 ‘온라인 동영상 시청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1020세대의 모바일 활동에서 동영상 시청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 내 온라인·모바일 이용 활동을 묻는 말에 10대의 88.7%, 20대의 93.4%가 동영상을 시청한다고 대답했다. 하루 평균 동영상 개수 및 시청 시간은 10대 8.3개, 20대 7.1개, 10대 96.2분, 20대 79분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해당 조사는 10~50대 남녀 중 최근 일주일 내 온라인에서 동영상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6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윤정하 잼페이스 대표는 “짧은 길이의 동영상과 실제 제품을 사용해본 크리에이터들의 후기가 Z세대 소비를 유도하는 두 가지 핵심”이라며 “잼페이스에서도 크리에이터가 아닌 실제 이용자들의 숏폼 영상 리뷰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영상 속 화장품 정보를 보다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타임점프' 기능을 갖춘 잼페이스. 사진 잼페이스

영상 속 화장품 정보를 보다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타임점프' 기능을 갖춘 잼페이스. 사진 잼페이스

CJENM오쇼핑 부문의 V커머스 센터 ‘다다스튜디오’ 이재준 부장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 영상과 메시지를 짧고 재미있게 편집해 재미를 주는 숏폼 영상이 V커머스의 주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론 온라인‧모바일 쇼핑 플랫폼의 첫 화면이 상품 사진이 아닌 영상이 되고, 주요 영상 기반 플랫폼도 커머스 기능을 넣으면서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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