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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세계 최초 ‘친환경 쾌삭강’ 개발…환경규제 시대 선점

중앙일보

입력

포스코는 납 대신 흑연을 사용해 절삭을 쉽게 만든 친환경 쾌속강을 개발해 판매한다. 친환경 쾌속강으로 만든 각종 정밀 기계 부품의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는 납 대신 흑연을 사용해 절삭을 쉽게 만든 친환경 쾌속강을 개발해 판매한다. 친환경 쾌속강으로 만든 각종 정밀 기계 부품의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친환경 쾌삭강(快削鋼)’을 개발했다. 이름이 어려워 보이지만 자동차·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작은 원기둥 모양의 정밀 부품을 가공할 때 쓰는 철강 제품이다.

선반 같은 공작기계로 원하는 굵기, 모양으로 가공하기 쉽게 만든 철강인데, 깎아내는 과정에서 환경·인체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했다. 이런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만든 게 ‘친환경 쾌삭강’이다.

포스코는 13일 친환경 흑연 쾌삭강인 ‘포스그램(PosGRAM·GRAphitic steel for Machinability)’의 양산 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쾌삭강은 복잡한 모양이나 정밀도가 중요한 자동차 엔진 밸브·브레이크 부품, 디스플레이 제품이나 사무자동화기기에 들어가는 얇은 원기둥 모양 부품 등에 사용한다.

지금까지 쾌삭강은 잘 깎이도록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무른 납을 첨가했다. 하지만 제품의 생산이나 가공, 재활용 과정에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로 공기 중에 퍼져 작업자에게 염증·신경계 손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절삭 후 남은 가루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원기둥 모양의 정밀 기계 부품을 만들기 위해선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 등으로 가공해야 하는데 납 성분이 들어간 기존 쾌속강은 인체나 환경에 유해한 미세 먼지가 발생한다.

원기둥 모양의 정밀 기계 부품을 만들기 위해선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 등으로 가공해야 하는데 납 성분이 들어간 기존 쾌속강은 인체나 환경에 유해한 미세 먼지가 발생한다.

유해물질 제한 국제 지침인 RoHS(EU의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 제한 지침)이나 ELV(EU 폐자동차 처리 지침) 등에선 제품 내 납 함유량을 최대 0.1%로 제한한다. 하지만 대체 소재가 없었던 납 쾌삭강은 별도 예외 규정을 둬 최대 0.35%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납이 함유된 부품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여서 조만간 쾌삭강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이란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흑연 쾌삭강은 납 쾌삭강만큼 절삭이 용이하면서도 인체나 환경에 무해하다. 열 처리를 통해 조직을 균질하게 만들어 어느 방향으로 깎아도 균일하게 깎이는 게 특징이다. 주변 자기장에 쉽게 자석화하는 특성 덕분에 모터용 정밀제어 부품으로도 사용하기 적합하다.

포스코는 2017년부터 흑연 쾌삭강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양산 개발을 완료했다. 시장 품질 평가를 거쳐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 쾌삭강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 100만t 규모이며 앞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란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국내에선 연 2만3000여t의 산업수요가 있는데 일본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했다. 수입 대체 효과도 크다는 의미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외 자동차 업체와 가전 업체 등을 대상으로 부품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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