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산세 인하 발언'과 관련해 13일 "지방정부와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산세는 지방세에 해당하는 만큼 재산세 감면안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이날 서울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의 중저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발표에 대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엔 25명의 구청장이 속해 있다. 이 가운데 미래통합당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명의 구청장이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지방세이며, 지방 재정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잇따라 언급한 재산세 감면안에 대해 우려했다. 발표는 중앙정부가 했지만 정작 곳간 문을 쥐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 기초단체라는 얘기다.
이 구청장은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징세권자인 지방정부가 재산세율을 가감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또는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조은희 구청장이 단독으로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한해 공시가격 9억원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50% 감면하겠다고 밝힌 것도 거론했다. 이 구청장은 "서초구 또는 서울시가 재난 상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서초구청장이 말한 내용은 문 대통령이 밝힌 것과 시행 시점 및 기간이 다르다"고도 했다.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안은 당해 연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중저가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방안은 당해 연도가 아닌 지속적인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현재 지방세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재산세로, 전국 시·군·구의 재정자립도가 20%밖에 되지 않는다"며 "서울 지역 전체 평균 역시 올해 기준 28.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초단체의 살림살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주 수입원이나 마찬가지인 재산세를 감면할 경우 재정자립도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기초 지방정부의 재정은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정부가 1주택자 기준으로 중저가 주택 재산세를 감면한다고 하면 지방정부 세입에 해당하는 것으로 반드시 지방정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구청장은 "(재산세 감면) 대상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경감률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해야 하며, 그만큼 지방 재정이 취약해질텐데 재정보전 방안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해당 부처와 지방정부 간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