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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전 고종이 미국인에 하사한 ‘데니 태극기’ 광복절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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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특별공개하는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특별공개하는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지난 2018년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선 고종(이승준)이 대한제국 무관학교 교관으로 임명된 미국 국적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에게 태극기를 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태극기는 1882년 박영효가 조정에서 정해놓은 도안을 약간 고쳐 만들었다고 알려지는데 1897년 선포된 대한제국의 공식 국기였다. 고종(재위 1863~1907)은 조정 관료와 외국 사절들에게 선물을 종종 하사했는데 태극기도 그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스터 션샤인’의 장면이 작가의 상상력만은 아니란 얘기다.

1890년 외교고문 데니에 하사, 후손이 기증 #국립중앙박물관 14일부터 열흘간 특별전시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이른바 ‘데니 태극기’가 광복절을 맞아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등록문화재 제382호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를 14일부터 23일까지 상설전시실 1층 대한제국실에서 특별공개한다고 13일 알렸다. ‘데니 태극기’ 광복절 공개는 2018년 처음 시작돼 올해가 3년째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를 휴대폰에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도 데니 태극기를 14일부터 열흘간 공개한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를 휴대폰에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도 데니 태극기를 14일부터 열흘간 공개한다. [연합뉴스]

오웬 데니(1838~1900)는 1886년 청나라 리훙장(李鴻章, 1823~1901)의 추천으로 고종의 외교고문을 지낸 미국인이다. 그는 자주외교를 원하는 고종의 뜻에 따라 청나라의 부당한 간섭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조선이 주권독립국임을 주장했다고 한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협조할 것을 권고하고 러시아와 육로통상장정(陸路通商章程)을 체결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청나라를 견제하는 외교 활동으로 청의 눈밖에 나서 1890년 외교고문직에서 파면 당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때 고종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데니에게 내린 선물이 태극기다. 가로 263cm, 세로 180cm의 대형으로, 바탕은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어 만들었고 태극은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오려서 바느질했다. 4괘의 형태와 배치는 지금의 태극기와 같지만 색은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1981년 데니의 후손 윌리엄 랠스턴이 기증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됐다. 2008년 문화재로 등록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를 특별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함께 전시하는 노블 태극기.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를 특별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함께 전시하는 노블 태극기.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김동우 학예연구관은 “데니 태극기가 무척 큰 데다 광목천이라 오래 게시할 경우 무게로 인해 늘어져 훼손 우려가 있어 매년 광복절에만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니 태극기가 전시될 대한제국실에선 초창기 태극기 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 다른 전시품도 만날 수 있다. 미국인 목사 윌리엄 아서 노블(1866-1945)이 소장했던 태극기,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 전시관 모습을 소개한 프랑스 일간지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 등이다. 태극기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도 마련됐다. 상설전시실 역사의 길 중앙에는 데니 태극기를 확대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해 ‘인증샷’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박물관 측은 알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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