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회사원이 창업해 보니 '지금은 맞고 그땐 틀리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13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21)

친구들 눈에 보이는 SNS상의 우리 회사 이야기와, 내가 회사 내부에서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노필터된 고뇌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사진 pxfuel]

친구들 눈에 보이는 SNS상의 우리 회사 이야기와, 내가 회사 내부에서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노필터된 고뇌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사진 pxfuel]

“요즘 잘나가는 이대표.”
“난 이대표가 제일 부러워.”

친구 모임에 참석하면 제일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굳이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속으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며 혼잣말을 되새기곤 한다. 그들 눈에 보이는 SNS상의 우리 회사 이야기와 내가 회사 내부에서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노필터된 고뇌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럴싸해 보여 꽤 잘하는 것 같지만, 내부 실상은 아직도 체계적이지 않고 우왕좌왕의 연속이다. 그들은 이런 내부 속 이야기까지는 알 리가 없다.

근로자일 때는 근로자 입장에서만 보이던 것이, 구멍가게라도 사장이 되어보면 사장 마음만 보인다는 이야기가 참 와 닿는다. 예전 회사원이었을 때, 회사 대표께서 “회사를 위해 본인이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본인 자신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당신도 근로자가 되어봐라는 식의 꼬인 마음가짐이 있었다. 하지만 입장이 바뀐 지금은 내가 직원에게 늘 당부하는 단골 멘트가 되어 버렸다.

직원에게 회사 대표마음을 좀 알아달라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요청은 없다. [사진 pxhere]

직원에게 회사 대표마음을 좀 알아달라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요청은 없다. [사진 pxhere]

직원에게 회사 대표 마음을 좀 알아달라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요청은 없다. 그리고 그들이 회사대표가 되어보지 않는 한 절대 이 이야기를 듣고 대표처럼 행동에 임할 사람은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소비자일 때는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요금이 한없이 비싸다고 느껴지던 것이, 공급업자가 되어보니 저렴하면서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없이 든다. 실례로 인테리어 공사비가 내가 소비자였을 때는 거품비용처럼 보였지만, 공급업자가 된 지금 인부의 인건비와 자재비용을 고려해보니 그 정도 금액을 제시해야 회사가 운영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번 소비자가 왕이라는 식으로 가격 네고에 임했던 나의 행동을 입장이 바뀌어보니 반성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나는 현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적당한 회사 이윤을 남겨야 하는 공급업자 입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젊어지고 똑똑해지면서 그들과 최종 접점에 있는 나는 앞으로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다가,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고 각자 창업의 길로 들어섰던 동료가 회사를 폐업하고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갔다. 회사원일 때는 자신을 틀 안에 가둬놓는 조직의 테두리가 답답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퇴사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던 동료였는데, 회사원으로 돌아간 지금이 너무 안정적이고 편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늘 3자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와 직접 겪었을 때가 상당히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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