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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230만명 성형 정보 플랫폼···매출 100억 ‘강남언니’의 혜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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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영역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의사 1명이 아무리 용을 써도 하루에 4, 5명 이상 수술할 수 없고, 40~50명 이상 진료할 수 없잖아요. IT 기술을 이용해 그 규모를 키울 수 있다면 큰 기회를 잡을 겁니다.

지난 7일 만난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시장에 기회가 많다고 해도 비즈니스모델(BM)이 분명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는 "헬스케어 시장은 디지털 혁신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힐링페이퍼]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는 "헬스케어 시장은 디지털 혁신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힐링페이퍼]

힐링페이퍼는 성형수술 후기부터 비용, 의사 평가에 이르는 성형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강남언니는 2015년 출시해, 1800여개의 병원을 입점시키고 230만 명의 이용자를 모은, 소위 ‘잘 나가는’ 헬스케어 정보 플랫폼이다. 지난해 11월엔 다국어 버전을 일본에 출시해, 3개월 만에 미용 의료 카테고리 1위 앱이 되더니 올 8월엔 아예 일본 미용 의료 2위 앱 서비스 루쿠모를 인수했다.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고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폴인스터디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기회가 온다 :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에 홍 대표를 섭외한 이유다.

처음부터 잘 나갔을 것 같지만, 홍 대표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강남언니가 2015년 출시됐지만 힐링페이퍼는 2012년 설립됐다. 그 3년의 경험이 홍 대표로 하여금 BM에 천착하게 했고, 강남언니를 있게 했다.

2012년 창업한 뒤 2015년 강남언니가 나오기 전 3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사명과 같은 이름의 서비스를 했어요. 암 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이 식단 투약 상황 등 각종 정보를 기록하게 하고, 그걸 의료진이 보고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였습니다. 이런 환자는 몇 개월에 한 번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하고 그걸 가지고 길어야 5분 의사를 만나잖아요. 그 몇 개월간의 환자 상태라는 중요한 정보는 누락되는 건데요, 그 문제를 풀고 싶었어요. 하루에 40~50명씩 진료하면서 환자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없는 의사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정보를 받을 수 있고, 환자도 더 좋은 처방을 얻을 수 있고요.
그렇게 좋은 서비스를 왜 접어야 했나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하나는 환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실제로 얻는 효과가 피부에 와 닿을 만큼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암 환자 같이 심각한 환자의 경우 아무리 열심히 기록해도 상태가 나빠지거나 같이 투병생활 하던 지인이 돌아가시면 충격을 받아요. 기록해서 뭐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또 하나는 BM을 찾기 어려웠어요. 의사에게 과금하기도, 환자에게 과금하기도 어려웠죠.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의료보험 수가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고요.
두 번째 서비스를 성형 미용 시장에서 내놓은 건 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나요?
의료보험과 무관한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료 서비스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영역에서요. 게다가 미용 성형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가 즉각적이고 커서 사용자를 늘리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의료 서비스가 그렇지만 미용 성형 서비스 역시 정보 비대칭성이 심해요. 어떤 병원에서 어떤 기기를 써서 어떤 시술을 하는지, 어떤 의사가 고객 만족도가 높은지 같은 것들을 알기 어렵죠. 그 문제를 풀면 사용자를 모을 수 있고, 사용자가 모이면 병원에 지갑을 열 거라고 봤습니다.
소비자의 필요는 확실해 보이지만 정작 병원 입장에서는 강남언니가 꼭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었을 것 같아요.
병원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저나 공동창업자인 박기범 부대표 모두 의사 출신인데요, 그래서 학연과 지연을 동원해 영업했습니다. 서비스 론칭 당시엔 15개 병원밖에 없었어요. 물론 대형 병원 위주로 설득해 입점하게 하긴 했지만요. 150개 병원이 넘어서자 그때부터는 따로 영업하지 않아도 병원이 먼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2017년이었어요.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230만 사용자를 모았고,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30만 명에 달한다. [사진 힐링페이퍼]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230만 사용자를 모았고,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30만 명에 달한다. [사진 힐링페이퍼]

홍 대표가 말했듯 헬스케어 영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면 병원을, 의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홍 대표는 “강남언니가 없어도 잘 되기 때문에 굳이 적극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이들을 설득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 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혁신이 더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언니가 병원 후기 서비스를 내놓는 데 2년이 걸렸다. 병원 반발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왜 상황이 달라졌나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거든요. 쿠팡에서 물건을 사면 100mL 당 가격까지 공개되잖아요. 의료 서비스에서도 그런 요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수요를 파고드는 저희 같은 서비스가 생기기 시작했고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의료 서비스 공급자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묻습니다. 강남언니도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나요?
성형 시장은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로 크게 나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환자가 줄면서 대형 병원은 타격을 입었어요. 하지만 중소형 병원들은 그렇지 않았는데요, 저희 서비스 역시 타격이 크진 않았습니다. 다만 해외 환자를 타깃한 서비스를 내놓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려던 계획엔 차질이 생겼어요. 일본 시장 2위 서비스를 인수한 것도 일본 환자를 국내로 오게 할 수 없어서였어요. 일본 내수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는 분명 기회가 생겼을 것 같은데요?
대표적인 게 원격 진료에요. 규제 때문에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비대면 원격 진료하는 영역이 있어요. 바로 영상의학과입니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지금도 자기 방에서 원격으로 진료합니다. 지금도 만나긴 하지만 접촉할 필요 없는 정신과 같은 데는 아마 먼저 시장이 열리겠죠.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면서 기회를 보면 어떨까요?

만성질환자를 위한 서비스 힐링페이퍼를 운영하던 만 2년 동안 매출은 0원이었다.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던 홍 대표는 신용대출을 얻어 그 기간을 버텼다. 그래도 그는 불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헬스케어 시장은 디지털 혁신이 덜 일어났기 때문에 더 큰 기회가 있어요. 한 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장의 모든 걸 가질 수 있죠. 게다가 규모 제한적인 서비스기 때문에 그 문제만 풀면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시장이 분명 열리고,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중요한 건 문제를 푸는 겁니다.

홍 대표가 힐링페이퍼를 지금에 이르게 한 과정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그의 생각은 폴인 스터디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기회가 온다 :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에서 더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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