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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광석의 퍼스펙티브

코로나 2차 파동 복병은 에어로졸, 냉방 중에도 환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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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실내 집단감염과 에어로졸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6개월을 지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 수는 매일 3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전염병 방역 지침에 필수 정보인 전파 경로가 아직도 불분명하다. 현재까지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는 호흡기에서 방출되는 큰 비말의 흡입과 오염된 매개체 접촉을 통해서 전파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공기 중 떠돌아다니는 입자인 에어로졸도 코로나 전파 가능해 #전 세계 과학자 239명, 감염 위험성 인정하라고 WHO에 청원 #에어로졸 감염 줄이려면 환기 통해 바이러스 농도 희석하거나 #헤파필터 장착한 공기청정기로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 포획해야

그러나 공기에 떠다니는 작은 비말(에어로졸)을 흡입함으로써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 에어로졸 전파는 실내 집단감염과 겨울철 2차 파동의 핵심이므로 제3의 감염 경로를 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에어로졸 노출을 최소화하는 예방법을 즉시 실천해야 한다.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비말은 크기에 따라 비말(5~10㎛ 이상)과 비말핵 혹은 에어로졸(5㎛ 이하)로 나뉜다. 그러나 비말 크기는 칼로 두부 자르듯 인위적으로 나눌 수 없는 연속체로 분포한다. 에어로졸은 학문 분야에 따라 개념이 다르다. 또 공기 전파와 에어로졸 전파도 서로 구분이 되지 않아 혼란스럽다.

WHO “공기 전파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연합뉴스]

감염성 질환 전문가들은 탄도학상으로 이동하는 분무 형태를 ‘비말’로, 크기에 상관없이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입자를 ‘에어로졸’로 부르기 시작했다. 비말은 감염자로부터 1~2m 이내에 떨어진다. 비말을 유리 세정제 분무 입자라 하면, 에어로졸은 초음파 가습기에서 분출되는 엷은 안개에 비유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 입자를 함유한 에어로졸이 공기 중에 3시간 동안 떠다닐 수 있고, 이러한 에어로졸이 실제로 감염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비말에 의한 전파라고 분류했던 기존 감염의 상당수도 에어로졸에 의한 것이었으며, 5~10㎛보다 큰 비말도 일정 시간 공기 중에 머무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지난달 초 전 세계 과학자 239명은 에어로졸도 감염 경로임을 공식 인정하라는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WHO에 보냈다. 이에 WHO는 지난달 9일 “붐비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 공간에서 공기 전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팬데믹 상황에서 WHO의 공식 입장은 각국의 방역 대책, 여행과 무역·산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각국에서 시행하는 2m 이상 거리 두기도 WHO 지침에 따른 것이다.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같이 코로나19가 낮은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는 곳에서는 에어로졸에 의한 실내 집단감염이 2차 파동의 복병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바이러스 농도와 노출 시간에 비례해 결정된다. 야외에서는 바이러스 농도가 농축되지 않아서 에어로졸 감염이 일어나기 어렵다.

에어로졸 감염은 환기가 불충분한 실내에서 일어난다. 교실·식당·클럽·종교시설·예식장·장례식장·대중교통·노래방·요양병원·헬스장 등은 에어로졸 집단감염에 취약하다. 1000건 이상의 집단감염은 대부분 실내에서 발생했다. 광저우의 한 식당에서 코로나19 환자가 9명을 감염시켰다. CCTV를 분석해본 결과 이들 감염자의 대부분은 환자와 에어컨 바람 방향과 일직선상 테이블에 있었던 사람이다. 환자 바로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전혀 감염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환자 1명과 함께 실내에서 합창 연습을 했던 61명 중 32명이 감염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업상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콜센터 건물의 같은 층에서 일하던 216명 중 94명이 감염됐다. 직원들이 로비·엘리베이터를 공유하지만 다른 층에서는 3명 만이 감염됐다. 이들 사례는 비말 입자보다는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임을 뒷받침한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 두기는 코로나19 예방에 여전히 중요하다. 실외에서는 공기 중 에어로졸 농도가 빠르게 희석되고 햇빛에 의해 바이러스가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작다. 에어로졸 체제에서는 실내 예방수칙이 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밀폐된 장소에서는 거리에 상관없이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비말 체제에서는 정면으로 날아드는 비말을 차단하면 되지만, 에어로졸 체제에서는 마스크의 옆면으로 새어나가는 에어로졸을 필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비말 체제에 익숙해져 있던 시민들이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다니다가 식당·카페·사무실에 들어가면 오히려 마스크를 벗는다.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방역 대책 준비해야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뉴스1]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뉴스1]

에어로졸 체제에서는 반대로 돼야 한다. TV에서 청중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강연자만 마스크 없이 말한다. 그러나 청중·강연자 중 한쪽만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강연자가 마스크를 쓰는 것이 더 안전하다.

에어로졸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밀폐된 상황을 피해야 한다. 호흡기성 감염 질환은 실내 생활이 많은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현재 겨울철인 남미에서 매일 10만 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곧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든다.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 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뉴시스]

과학자들은 에어로졸이 코로나19의 실내 집단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연장·종교시설·교실·식당 등에서 충분히 환기하 지 않으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있다. [뉴시스]

에어로졸 감염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예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 첫째, 환기를 통해 실내 바이러스 농도를 희석하는 방법이다. 환기 문제의 대부분은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환기 없이 에어컨과 선풍기에 의한 공기 재순환은 오히려 바이러스 감염을 증가시킨다. 창을 여는 것만으로도 에어로졸을 희석할 수 있다. 창문에 가정용 환풍기를 설치하면 환기가 더 촉진된다.

둘째, 에어로졸에 있는 바이러스 입자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헤파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는 에어로졸 바이러스 입자를 포획해서 실내 바이러스 농도를 줄여준다. 또 벽면 상단에 자외선램프를 설치해 재순환하는 에어로졸을 소독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저렴하고 효과도 뛰어나서 개발도상국의 공공 의료시설에서 주로 사용한다. 위와 같은 방법은 가성비도 높고 즉시 실행 가능한 에어로졸 감염 예방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역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에어컨과 난방기를 가동할 때 에너지 절약 때문에 환기에 매우 인색하다. 에너지 절약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에어로졸 전파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데 WHO의 뒤늦은 가이드라인 제시를 마냥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

‘미아즈마’에서 ‘에어로졸’까지 전염병 규명의 역사

마스크

마스크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에는 무지한 까닭으로 전염병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중세 유럽의 막을 내리게 한 13~14세기 흑사병은 60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흑사병은 쥐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교회를 찾아 기도하고 영적 치료를 받았으나 흑사병을 멈추지는 못해 교회가 큰 시련을 겪었다. 쥐를 잡았어야 했다.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이러한 심리 상태를 이용한 온갖 미신과 이단이 출현하는 계기가 됐다. 조선 시대 호열자라고 하는 콜레라가 발생해 많은 희생자를 냈다. 주술적·영적 치료가 성행했는데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콜레라는 물을 끓여 먹기만 해도 해결되는 수인성 질병이다.

19세기 이전까지 질병 원인의 정설은 미아즈마(miasma) 이론이었다. 물질이 부패해 발생하는 ‘나쁜 공기’로 전염병이 퍼진다는 것이다. 흑사병을 치료하기 위해 당시 의사들은 새 부리처럼 생긴 마스크(그림)를 착용했다. 미아즈마 이론에 따라 이 마스크 부리의 끝부분에 독한 향초나 향신료 같은 걸 채워서 바깥 냄새를 맡지 못하게 했다. 당시 장례 때 화장하는 것이 논란이 되었다. 시체를 화장할 때 공기 중으로 나쁜 공기가 퍼져 질병을 퍼트린다는 미아즈마 학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황열병은 15세기 이래로 열대지방에서 발병해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1800년대 말에 감염원이 공기 중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석탄을 태우고 심지어 대포를 발사함으로써 공기를 정화하려고 시도했다. 마침내 1800년대 중반 독일의 코흐와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질병은 병원체에 의해 일어난다는 걸 증명했다.

코로나19의 전파 방식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흑사병·천연두·황열병의 전파 방식을 이해하는데 100년 이상이 걸렸다. 지금도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인 인플루엔자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논쟁 중이다. 전염병의 전파 방식을 이해해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