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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전작권 전환 조건의 핵심은 '자주정보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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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위성 2B호 상상도. [사진 해양수산부]

천리안위성 2B호 상상도. [사진 해양수산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이미 고도화된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작권 전환의 핵심조건 중 한 분야는 바로 ‘자주 정보능력’이다. 현재 한미연합사의 ‘정보감시태세’는 이른바 4D개념의 첫 번째 개념이다.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겠다는 ‘4D개념’은 '감시(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를 의미한다. 즉 북한의 핵무기 투발수단의 위협에 대한 방어계획을 수립하고, 수많은 표적들을 감시 및 추적하면서 교란 및 파괴 그리고 방어(요격)한다는 일련의 작전개념이다.

4D의 네 가지 개념 모두가 중요하지만, 첫 번째 개념인 ‘정보감시태세’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 4D 전 과정에서 감시 활동이 지속 유지되지 않으면 나머지 세 가지 개념은 모두 달성할 수 없는 개념이다. 북한의 핵투발수단인 미사일 그것도 움직이는 TEL(이동식발사대)을 식별하고 추적할 수 없으면 선제적으로 교란이나 파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에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차량에 탑재돼 발사 장소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해 5월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에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차량에 탑재돼 발사 장소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따라서 ‘자주 정보능력 구비’는 전작권 전환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자국을 위협하는 표적을 자주적으로 감시하고 확인할 수 없으면 값비싼 무기를 아무 곳에나 때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의 북핵·미사일 위협 변화에 따른 전작권 전환의 세부 조건이 최신화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어느 수준의 ‘자주 정보능력’을 한국군이 반드시 가져야 할 ‘핵심 군사능력’에 포함해야 하는지, 미군이 지원하나 한국군이 장차 확보해야 할 ‘보완능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말하는지, 미군의 지원이 계속 필요한 ‘지속능력’은 어느 수준인지, ‘초기대응 필수능력’에 포함되는 ‘자주 정보능력’은 어느 수준을 말하는지, 아니면 이상의 모두를 부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면 능력별 ‘자주 정보능력’ 수준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지를 정립해야 할 시기이다.

한국군이 미군에게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정보감시태세’이기 때문에 이를 우선적으로 확충하여 의존도를 대폭 감소하지 않으면 한국군이 미군을 결코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이 명약관화한 현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가 계획하고 수집하여 분석하는 정보만이 적시성과 신뢰성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나라를 자주적으로 지킨다는 군사안보 측면에서는 ‘자주정보력’이 더욱 긴요하다.

북한 미사일 다층 방어체계. 그래픽=신재민 기자

북한 미사일 다층 방어체계. 그래픽=신재민 기자

우리군은 2018년 말 425 군 정찰위성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개발 중이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위성은 총 5기(EO/IR 1, SAR 4)이며 첫 발사는 이르면 ‘23년경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한국군이 독자적인 ‘자주정보능력’을 갖추는데 5기로는 어림도 없다.

실무적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30㎝급 이내의 고해상도 위성(EO/SAR) 15~20기 정도가 우주 공간에 상시 떠 있어야만 상대의 핵투발수단 위협을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다. 촬영한 영상을 적시에 판독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공유시스템도 확충이 요구된다.

일각에서 해상도 1m급 초소형 위성을 군사정찰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전적 경험보다는 탁상공론식 행정적 사고에서 나오지 않았느냐는 우려도 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지만, 해상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조기경보 목적의 군사적 가치를 적시적으로 충족시키는 데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철저한 타당성 검증을 책임 있게 거쳐야 한다.

일례로 돋보기(해상도가 높은 위성)로 보아야 하는 작은 신문활자를 (돋보기 없이 신문활자를 읽을 수 없는=해상도가 낮은) 다수의 사람들(초소형 군집위성)이 신문을 쳐다본들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작은 활자를 적시에 읽을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일 뿐이다.

초소형 영상레이더(SAR) 위성.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초소형 영상레이더(SAR) 위성.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자칫 전작권 전환 계획 문서상의 전환조건들이 단순 열거식으로 행정적으로만 반영되어 충분한 평가와 책임 있는 검증이 미흡하게 되면 안 될 것이다. ‘우리 군이 전쟁경험이 부재하여 행정적 사고와 탁상에서의 계획문서 작성에는 능하다’는 비판의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실전과 같은 위협을 상정해야 한다.

또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감시와 대응능력을 구체적으로 도출해 달성 및 실현 가능한 조건과 평가 기준을 최신화함으로써 한미 양군은 물론 정부 상호 간에도 공동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검증절차가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정치권은 너나없이 최근 고도화된 북핵·미사일 위협의 실체나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전략을 잊어버린 지 오래됐다. 그러나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러니 중의 하나이다. 지난 6월 16일 북한의 수백억짜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바로 고도화된 핵무력의 힘으로부터 기인하고 있으며, 향후 또 다른 군사적·전략적 도발과 같은 핵보유국 행세로 한미동맹관계를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는 전조로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 군의 고위 장성들과 간부들은 오직 군인 신분으로서의 전문성과 실력 그리고 소명의식에 기초하여 맡은바 각자의 직분에서 “마땅히 하게 되어 있는 전작권 전환의 임무를 제대로 책임지고 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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