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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나가라" 中 "오지마"…오도가도 못한 中유학생, 총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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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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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 생활은 고달파지는데,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공부하러 온 나라도, 고국에서도 모두 환영받지 못한다.

미국에 머무르는 중국인 유학생 얘기다. 미국에선 ‘중국 스파이’, 중국에선 ‘바이러스 전파 주범’ 취급이다. 역대급으로 격화된 ‘미·중 갈등’,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이들을 이런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신화=연합뉴스]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신화=연합뉴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기준 약 36만 명이다. 미국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중국 유학생 상당수는 중국 정부 지시를 받는 ‘스파이’ 취급을 받고 있다.

영국 BBC는 “미국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 중 일부는 미국의 첨단 기술을 탈취하는 스파이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이 다른 중국인 유학생을 감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고도 여긴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신화=연합뉴스]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신화=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이런 시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6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미국 체류 자격을 취소했다. “중국 정부가 군사 목적으로 학술기구와 연구시설에서 미국 기술과 지식 재산권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설명이다. 이 조치로 약 3000명의 중국 유학생 비자가 취소됐다.

미국에 활동 중인 중국 작가 리우원. [BBC 캡처]

미국에 활동 중인 중국 작가 리우원. [BBC 캡처]

정부 조치 외에도 미국 내 반중(反中) 기류는 중국 유학생을 떨게 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계 작가 리우원은 BBC에 “올해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곧바로 총을 사 지니고 다닌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신화=연합뉴스]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신화=연합뉴스]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환경과학을 전공 중인 티에스정(21)도 BBC에 “미국은 반중 정서로 가득 차 있어 지내는 게 너무 두렵다”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정착할 생각이었는데, 석사과정을 마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도 이들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중국 학생들이 베이징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 유학 비자를 얻기 위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012년 중국 학생들이 베이징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 유학 비자를 얻기 위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세계 1위다. 지금도 확산 세는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돌아오는 유학생을 ‘리스크’로 보는 이유다.

유학생의 귀국은 원칙적으론 허용되지만, 사실상 어렵다. 중국행 국제선 항공편은 가물에 콩 나듯 나온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해외유입을 우려해 편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한 중국 학생이 쑤저우에서 열린 해외유학 행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캡처]

2014년 한 중국 학생이 쑤저우에서 열린 해외유학 행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캡처]

막대한 귀국 비용도 사실상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긴급하게 귀국하려는 이들을 위해 전세기를 마련해 주면서도 항공료와 중국 도착 후 14일간의 의무 격리 비용을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역유입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유학생들에게 귀국을 미루고 미국에 머물도록 설득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에스정은 “미국은 우리를 쫓아내는데, 정작 중국은 귀국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중신망 캡처]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학생들.[중신망 캡처]

중국 내부 시선도 유학생에게 곱지 않다. BBC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을 치열한 국내 경쟁을 피해 도망친 ‘싸가지 없는 녀석’으로 묘사한다”며 “'인제 와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안고 돌아온다'는 불만 섞인 시선도 보인다”고 전했다.

"미·중 양국의 축구 경기에서 이리저리 튕기는 공."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에모리대학에 다니는 아이리스 리(20)의 자조 섞인 비유다.

미국·유럽 안심 못 해…中 유학생 한국행?

지난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교육 엑스포에서 한 중국인 여대생이 해외유학 상담을 하고 있다.[VCG 캡처]

지난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교육 엑스포에서 한 중국인 여대생이 해외유학 상담을 하고 있다.[VCG 캡처]

당장 상황은 크게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중 갈등은 더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사실상 2차 대유행 수준이다.

오히려 이러한 ‘가시방석’ 전선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있는 유럽과 호주 등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이들 지역 역시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망 캡처]

[중국망 캡처]

이런 가운데 역설적으로 한국의 존재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학위를 받은 한 중국인 박사의 전언이다.

"중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017년 호주 시드니대학교를 졸업한 중국인 유학생들의 모습.[차이나데일리 캡처]

2017년 호주 시드니대학교를 졸업한 중국인 유학생들의 모습.[차이나데일리 캡처]

이유는 이렇다. 미국과 유럽에선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정말 무섭다. 목숨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더군다나 이 지역에 퍼진 바이러스도 걱정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같은 아시아다. 여기에 코로나19 위험도 상대적으로 작다.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 현재로썬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미국, 유럽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던 공부 잘하던 중국 학생들의 시선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코로나19가 만든 역설적 상황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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