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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만 덕 본 보조금, 수소차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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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테슬라의 돌풍이 대단하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 인기를 끈다. 주차장에 테슬라가 있으면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도 봤다. 테슬라의 인기는 미국 증시에서도 확인된다. 주가가 최근 1년 만에 10배 오르면서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동차회사가 됐다. 테슬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국에서도 테슬라 주식을 사들여 재미 본 사람이 많다.

‘소부장’ 키운다면서 수소 생산에 #로열티까지 주면서 일본 기술 써 #토종 기술도 키워야 소부장 독립

이렇게 테슬라에 열광하는 사이 국내 전기차 생태계의 그림자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현대차를 제치고 국내 전기차 판매 시장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417대 대비 17배 늘어난 7080대로 치솟으면서다. 이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테슬라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휩쓸고 있다면 어떤가.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기차 보조금 900억원을 받아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내년부터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을 내놓는 현대차는 644억원, 기아차는 305억원이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국 기업이 밀리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전기버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59억원을 가져가는 동안 현대차는 49억원에 그쳤다. 참담한 현실 아닌가.

외국의 현황을 보면 더 흥분하게 된다. 프랑스는 지난 5월 푸조·시트로앵(PAS) 차량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고, 독일도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폴크스바겐 등 자국 브랜드 차량에 보조금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서다. 여기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전기차는 테슬라만 재미를 보고 있는데 수소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의문의 출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3대 중점 혁신산업으로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형 자동차를 선정해 육성하겠다”고 한 선언에 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산업현장을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물론 수소차 인프라가 많은 울산과 바이오 기업이 빼곡한 충북 오송까지 찾아가 관련 기업을 격려해 왔다. 정부가 방향을 잘 잡으면서 중국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는 초격차가 유지되고 있고, 바이오헬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씨젠 등이 선전하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미래형 자동차는 잘 될지 의문이 든다. 전기차처럼 수소차도 국산은 찬밥이 될지 걱정된다. 수소차야말로 미래형 자동차다. 지금은 테슬라 효과 때문에 전기차가 대세로 보인다. 하지만 수소차는 승용차는 물론 큰 동력이 필요한 트럭이나 버스에도 적합하다. 전기차가 자리를 잡으면 그다음은 수소차가 흥행을 이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의문이 들고 걱정이다. 수소차도 전기차처럼 외국계 기업만 재미 보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수소 충전 인프라 사업자에 현대로템을 선정했다. 문제는 이 기업이 국산 기술을 놔두고 일본 오사카가스의 기술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입찰에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0억원을 들여 개발한 토종 기술은 밀려났다. 정부가 3대 혁신산업으로 꼽은 미래형 자동차와 직결된 수소차가 출발부터 덜컹거린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 대와 수소 충전소 1200곳을 구축해 일자리 42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일본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쟁을 벌이는 시점 아닌가. 이 와중에 토종 기술을 외면하고 로열티까지 줘가며 일본 기술을 채택해 수소경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일까. 지난달 현대차가 전남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해 스위스로 첫 수출한 수소트럭의 핵심 부품에도 국산을 배제하고 외국산이 들어갔다. 정부는 어디서부터 이런 문제가 초래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