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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논쟁하되 단정하진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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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정치에디터

고정애 정치에디터

“나도 놀랐다.”

홍수 계기로 4대강 논란 재현 #문 대통령 오랜 반대 입장 따라 #올 연말 보 해체 결론내선 안 돼

지역구(공주-부여-청양)에 있다는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한 말이다. 이틀 전인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문재인 정부, 이래도 4대강 보를 부술 거냐’)이 불러온 여파를 두고서다. 글의 내용은 이랬다.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문재인 정부 3년여, 기억에 남는 것은 적폐청산, 전 정권 탓하기 뿐이다. 나중에 국민은 이렇게 평가할 거다. 문재인 정권이 소리만 요란했지, 나라 살림살이 솜씨, 정책 실행력은 너무나 왜소하고 보잘것없었다고 말이다.”

배경설명이 필요하겠다. 그의 지역구엔 4대강 그중에서도 금강의 보가 두 개(공주·백제보)가 있다. 4대강 반대론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하고 보름 만에 4대강 보 상시개방과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같은 해 11월 환경부 산하에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4대강 기획위)가 꾸려졌고 여기서 1년여 후인 2019년 2월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중 3개(금강 세종·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2개(백제보,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개방하라는 권고를 했다. 정 의원은 곧 당내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권고 이행 차원에서 올 6월 말 금강 유역물관리위(유역위) 민간위원들이 금강의 보에 대해 의결하려고 했다. 이를 알아챈 정 의원이 “금강의 주인인 공주시민들의 의견이 최우선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며 공개 반발했다. 이후 이런저런 논란 끝에 결국 여론조사를 하게 됐다는데, 4대강 기획위 주관이며 공주 시민만이 아닌 전 국민 4500명 대상이었다. 정 의원이 9일 글을 쓰게 된 과정이었다.

공교롭게 다음날인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조사 및 평가를 해달라”고 했다. 정 의원과 통화했다.

서소문 포럼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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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이 다시 정치권의 논쟁이 됐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물난리가 났으니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의 형편을 관찰하고 예의주시한다. 다행히도 우리 지역은 공주보·백제보가 있다. 나는 4대강에 예민한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실증·분석할 기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머릿속은 환경론자들 주장으로 가득 찼다. (이번 홍수를 계기로) 없앨 명분을 찾으려는 게 아닌가. 설령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조사평가가 이뤄진들 누가 믿겠는가. 4대강 사업은 (정권마다) 롤러코스터를 탔다. 극과 극을 오갔다. 사실 평가도 다 나와 있다. 정치도, 과학도 엇갈린다. 환경전문가 말, 대학교수들 말 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만든 것을 때려 부순다? 찬성할 국민이 있겠느냐.”

실제로 그랬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는 “4대강 사업 주변 홍수위험 지역 중 93.7%가 예방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으나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라고 했다. 요즘 널리 인용되는 얘기다. 그런데 감사원 발표엔 꼬리표가 달렸다. 쉽게 말하면 0원인 게 홍수가 없어서였다. 어렵게 말하면 “4대강 사업 후 비가 적게 내려 과소추정 됐을 수 있다”(박찬석 당시 감사원 제1사무차장)였다.

정권의 시간표대로라면 올해 안에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한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한 유역위 차원의 의견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고 ▶국가 물관리위에서는 유역위의 의견이 제출되면 최종 단계의 심의를 진행해 ▶올해 안에 결정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고집을 고려하면 10일 지시가 그 기조를 바꾸는 걸 뜻하진 않을 것이다. 2009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으로 당 지도부의 반대에도 4대강 사업 예산액을 정부 안대로 통과시키는 데 기여한 이낙연 의원이 이제 와 “(4대강 사업은) 적어도 일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건 틀림없다”고 한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논쟁하되 비가역적 결정을 하지 말라. 탈원전이 반면교사다. 신념이 좋은 해결책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가 알던 기후도 아니다(Global Weirding).

고정애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