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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언니 엄정화 “액션 영화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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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2일 개봉하는 액션 코미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은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엄정화)이 컴퓨터 수리 전문가 남편 석환(박성웅)과 함께 결혼 후 처음으로 하와이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비행기 납치극 소동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12일 개봉하는 액션 코미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은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엄정화)이 컴퓨터 수리 전문가 남편 석환(박성웅)과 함께 결혼 후 처음으로 하와이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비행기 납치극 소동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시나리오 받고 ‘올 게 왔구나, 지금도 올 수 있구나’ 했죠. 액션영화를 꼭 하고 싶었는데 여배우에게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너무 기뻐요.”

액션코미디 ‘오케이 마담’ 오늘 개봉 #꽈배기 맛집사장서 특수요원 변신 #비행기 납치극 실감연기 위해 특훈 #“추억하는 배우가 아니라 계속 전진”

시종일관 화사한 눈웃음으로 답하다 연기 욕심을 비칠 땐 옹골찬 표정의 이 여자. 12일 개봉하는 액션 코미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을 실질적 원톱으로 끌어가는 엄정화(51)다. 비정한 킬러들의 맞대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남·북·미 정상의 핵잠수함 납치전 ‘강철비2-정상회담’, 좀비 떼가 창궐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의 ‘반도’가 맞붙은 여름 극장가에 50대 여배우의 액션 출사표라니. 다른 누구도 아닌, 27년 관록의 카리스마 엄정화라서 가능한 대진표다.

“훈련 시작 땐 덜컥 무서웠다. 무술 고수처럼 안 보이면 어쩌나. 두 달 반 연습하니 체력도 같이 붙더라. 나이는 노력 없이 먹는 건데. 그걸 쫓아갈 필요가 있나. 최대한 현재를 즐기고 싶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의 말이다. 그가 연기한 미영은 서대문 영천시장의 꽈배기 맛집 사장이자 딸 하나를 둔 소시민. 컴퓨터 수리 전문가 남편 석환(박성웅)과 결혼 후 처음으로 하와이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비행기 납치극에 휘말리게 된다. “남편의 무한 사랑을 받는 애교 많고 악착스러운 캐릭터”라면서 시장 아낙의 푼수 같은 넉살은 “매일같이 반죽을 찰지게 하는 상인들의 모습과 말투를 녹이고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엄정화.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엄정화.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촬영장이 너무 그리웠다”는 고백대로 ‘미쓰 와이프’(2015) 이후 5년간 별러온 연기 변신은 테러 상황에서 예사롭지 않은 무공 실력을 발휘할 때 빛을 발한다. 북한 정예요원들이 승객을 인질 삼아 공포 분위기를 조장할 때 승무원 복장으로 탈바꿈, 각종 줄과 스카프, 음료 캔 등을 활용해 육탄 액션을 벌인다. “특히 승객들이 착석한 상태에서 홀로 걸어들어와 줄 액션 할 때 통쾌했다. 무대에서 (가수로서) 퍼포먼스 할 때 같은 짜릿함도 들고. (기체 안이) 한정된 공간이라 최봉록 무술 감독이 많은 아이디어를 냈는데, 몸에 밴 액션으로 보이게 신경 썼다.”

남편 역의 박성웅이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르는 고참 연기자이지만 “이번 영화는 ‘끌고 간다’는 생각이 없었다”며 “배우들의 협업이 좋아서 현장에서도 부담 없이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행기 승무원 및 승객으로 분한 베테랑 배우들이 곳곳에서 웃음 포인트를 전한다. 각각 기장과 사무장을 맡은 정만식과 김혜은, 며느리와 원정 출산을 떠나는 부잣집 시어머니 역 전수경, 민폐 3선 국회의원 김병옥에다 탑승 직후부터 잠든 모습만 보여주는 김남길 등이다. 대단한 반전보단 승무원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장소인 갤리(galley), 파일럿 조종실, 짐칸 등 이색공간을 활용한 ‘티키타카(빠르게 주고받는 합) 코미디’가 돋보인다. 실화 바탕의 스릴러 ‘날, 보러와요’(2016)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이철하 감독은 “한정된 공간에서 등장인물이 다 중요했다. 각각이 끊임없이 중얼대는 애드리브도 주목해달라”고 소개했다.

그가 엄정화를 캐스팅한 데는 “현실과 판타지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는 판단이 있었단다.

실제로 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와 같은 해 정규 1집(타이틀곡 ‘눈동자’)으로 동시 데뷔한 이래 엄정화는 항상 대중을 한발짝 앞서 왔다. 당대의 성 관념과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한 패셔니스타로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 ‘싱글즈’(2003) 등에서 선보인 자유분방한 커리어우먼과 그 자신을 떼놓는 게 어려울 정도다. 천만 관객이 든 ‘해운대’(2009)를 비롯해 멜로·스릴러·드라마를 다양하게 오갔지만 스스로는 ‘댄싱퀸’(2012) 같은 코미디에 애정을 보인 편.

“무대에서 화려한 이미지라 초반엔 그걸 피해 연기한 측면도 있다. 어느 순간엔가 모든 걸 내려놓고 부담도 없어졌다. 김혜수를 포함한 또래 배우들이 뭔가를 추억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가고 있다는 점에 힘을 얻고, 나도 힘이 되고 싶다.”

최근엔 다시 ‘센 언니’로 러브콜을 받았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로 탄생한 혼성그룹 싹쓰리의 멤버 이효리가 그를 포함해 제시·화사까지 모은 일명 ‘환불원정대’를 제안하면서다. 엄정화는 “TV로 보다가 ‘효리가 내 이름도 불러줬네’하고 지나갔는데 SNS 요청이 쏟아지면서 ‘와이 낫(Why not, 왜 안돼?)’이다 싶었다. 마돈나가 다른 가수 피처링하는 것만 봐도 좋아 보이지 않나. 진짜 잘해서 팬들에게 좋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말미에 ‘태어난 게 감사할 만큼 행복하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제 마음이에요. 이 나이까지 사랑스러운 비결을 묻는데,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감사해 하고 그게 삶에서 묻어나니 그런 것 아닐까요, 하하.”

배급사인 메가박스플러스엠에 따르면 ‘오케이 마담’은 개봉 전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8개국에 선판매됐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영화 6000원 할인권(1인 2매 가능) 2차 캠페인도 오는 14일부터 적용돼 극장가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영진위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지 않는 한 총 175만장 소진 때까지 계속되며 매 요일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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