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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그냥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번 장마가 기후변화의 위기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커뮤니티에서 제작한 이미지

이번 장마가 기후변화의 위기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커뮤니티에서 제작한 이미지

최대 최장 기록 깬 장마..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4대강 정치공방 한심..위기대응 그랜드디자인 마련해야

1.
오늘(8월11일) 장마가 기존 기록을 다 깼습니다. 가장 긴 장마 기록(2013년, 49일) 깼고, 장마기간 평균강수량(2013년, 406mm)도 거의 두 배(올해 750mm)로 뛰어넘었습니다. 비가 며칠 더 온다니까 매일 기록갱신 하겠네요.

올해 장마 기록이 이례적이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지금까지는 이례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장마는 그냥 장마가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인 탓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될테니 위기는 심화될 것이고, 당연히 더 많은 비가 쏟아지는 이변이 늘어나겠죠.

2.
이런 지구차원의 위기 앞에서 정파적 이해에 매달려‘4대강 탓’을 하는 정치수준이 창피합니다.
진보 여당은 ‘4대강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보수 야당은 정반대로 ‘4대강 덕분에 피해가 덜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치공방이 된 두 사례를 살펴보죠.

첫번째. 낙동강 수계에 만들어진 창녕함안보 근처 제방이 무너지자 여당이 ‘4대강 한다며 만든 보 때문에 물길이 막혀 제방이 터졌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더 직접적인 원인은 이 지역에 이틀간 300mm의 물폭탄이 터졌고, 문제가 된 제방이 부실하다는 지역민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보강공사를 않고 방치했다는 점이죠.

두번째. 섬진강 유역에 피해가 커지자 야당은 ‘4대강 안해서 그렇다’고 역공했습니다.
그런데 더 직접적인 이유는 이 지역에 이틀간 400mm 물폭탄이 떨어졌고, 폭우에 놀란 섬진강댐이 엄청난 물(최대방류량의 3배)을 한꺼번에 쏟아냈다는 점이죠.

3.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어지간히 끝났습니다.
10년에 걸친 감사원의 4차례 감사결과 진상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진상이 드러나기까진 두차례의 정권교체가 필요했습니다.

사업추진 당사자인 이명박 집권 후반기인 2011년 1월 첫번째 감사원 감사 결과는 ‘문제 없다’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말, 정확하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식을 준비하던 2013년 1월 감사원 감사 결과는 ‘우려된다’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출범 후 2013년 7월 감사 결과는 ‘보가 부실하고, 유지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수질 오염 등 부작용이 많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후 2018년 감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향후 50년간 들어갈 총비용은 31조인데, 이익은 6조6천억에 불과하다’였습니다.

4.
결론..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려다 반대여론이 많자 꼼수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벌였고, 22조원을 투입해 강바닥을 긁어내고 둑을 쌓고 보를 설치했지만, 수자원 확보나 홍수예방 등 효과는 적고, 수질오염이 심각하고 유지관리비가 너무 많이 필요하다..입니다.

5.
그래서 보를 부술 것인가, 여름철에만 열어둘 것인가 등은 아직도 결론이 안 난 상태입니다.
이명박이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여 사달이 난 대형 토목사업인데 이후 처리방침까지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여질까 우려됩니다.

6.
기후위기라는 대재앙을 엉뚱하게도 4대강 사업 탓으로 돌리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권과 정파를 초월한 국가미래 차원의 그랜드디자인 말입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