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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월세 파업'은 처음이지?…미국 세입자들 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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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뉴욕 맨해튼에서 '월세 파업' 운동 시위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일 뉴욕 맨해튼에서 '월세 파업' 운동 시위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평범한 집을 구하려면 매달 평균 355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 맨해튼 역세권이라면 500만원 넘는 월세는 다반사다. 뉴욕보다 비싼 곳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월세는 약 415만원(3500달러)에 달한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포춘빌더스 닷컴의 올해 통계다.

이처럼 비싼 월세를 감당하려면 일자리는 필수다.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줄거나 사라지면 월세를 내지 못하게 된다. 미국에서 집주인은 일정 기간 월세를 내지 않는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킬 수 있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렇게 쫓겨난 이들이 모여 노숙을 하는 장소도 드물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면서, 미국에서 '코로나발(發) 월세 대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10.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세입자가 늘며 ‘월세 파업(Cancel Rent)’ 운동에도 불이 붙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 속 임대료를 유예하거나 깎아야 한다는 것이 월세 파업 운동에 나선 이들의 주장이다.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타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자가 보유율은 65.1%다. 미국은 전세가 없다. 시위대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미국의 임대료가 과도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임대료를 확 낮추고, 강제 퇴거를 막는 등 임차인 보호 방안을 정부가 앞장서서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 월세 가장 비싼 곳 TOP 10.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에서 월세 가장 비싼 곳 TOP 10.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월세 낼 현금 없어 카드로 긁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8월 현재 미국의 임대인 중 월세를 완납하거나 일부라도 낸 임차인은 79.3%로 집계됐다. 미국 전국다세대주택위원회(NMHC)의 조사 결과다. 1년 전과 비교해 1.9%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연방 정부가 코로나19의 충격을 막기 위해 각 주(州) 정부 등과 별개로 매주 600달러(약 71만원)에 이르는 특별 수당을 지급한 덕이다.

FT에 따르면 현금으로 월세를 내지 못해 신용카드로 납입한 경우도 늘고 있다. FT는 “신용카드로 월세를 납부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국 가계의 월세 부담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부동산 리서치 기업인 야디 매트릭스의 제프 애들러 부사장은 FT에 “미국 임대시장에서 세입자의 스트레스 수준은 현재 극심하다”고 전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연방 정부의 특별 수당 지급은 이미 지난달 말로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 측은 추가 지원 대책을 놓고 여전히 드잡이 중이다. 국고를 통한 추가 지원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여야 갈등으로 특별 수당 대책이 표류 중인 가운데 월세 부담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강제 퇴거는 곧 죽음'이란 문구를 들고 월세 파업 중인 캘리포니아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강제 퇴거는 곧 죽음'이란 문구를 들고 월세 파업 중인 캘리포니아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월세 파업은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적 ‘젊은 피’로 통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뉴욕시) 등도 “(월세 파업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전폭 지지를 표명했다.

부동산 소프트웨어 기업인 리즈맨의 엘리자베스 프란치스코 대표는 FT에 “특별수당이 부활하지 않는다면 미국 임대시장은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고 많은 이들이 집 없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를 내지 못한 임차인이 특히 많은 지역으로는 라스베이거스와 뉴욕시가 꼽힌다고 FT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월세 파업 운동이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임차인들의 분노에 임대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주장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대폭 깎거나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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