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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현장 중계처럼 각 부처 장관에게 화상으로 보고받은 문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최근 비 피해와 관련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예비비와 재난재해 기금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충분한 재정 지원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2020.8.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2020.8.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주재한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 “피해 복구의 핵심은 속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호우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4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회의 이후 두 번째다. 당시 회의는 문 대통령의 휴가 취소 후 소집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는 “기상이변에 따른 거대한 자연재해”라는 표현 외에는 이번 비 피해의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피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며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4대강이 아닌 섬진강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생겼다. 4대강 사업 이후 범람이나 물 피해가 없고 사망자 수도 줄었다”고 주장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대응지시로 해석되면서 정치 쟁점화한 상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는 있는 그대로 봐달라”며 “야당 의원의 정치 공세적 발언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22조원을 들여 벌인 4대강(한강ㆍ낙동강ㆍ금강ㆍ영산강) 치수 사업이다.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 일대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왼쪽 편은 전남 광양시와 연결된 섬진강이다. 연합뉴스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 일대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왼쪽 편은 전남 광양시와 연결된 섬진강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4대강 사업에 대한 언급 대신 김영록 전남지사를 화상으로 연결해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다. 전남에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됐던 영산강과 사업에서 제외된 섬진강이 흐른다.

김 지사는 “집중호우로 구례읍이 2m 넘게 잠겨 보트로 이동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고 담양읍 시가지 전역이 침수된 것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섬진강 범람은 40여 년 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4대강 사업 대상인 영산강 일대와 관련해서는 “영산강도 범람 위기에 직면해서 나주, 함평 일부 주민들이 대피를 해야 했다”고 보고했다. 김 지사는 이어 영산강과 섬진강 일대에 대해 정밀한 피해조사 이전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복구 현장에 있는 장관 및 시민들로부터 영상을 통해 현장 보고를 받고 있다. /2020.8.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복구 현장에 있는 장관 및 시민들로부터 영상을 통해 현장 보고를 받고 있다. /2020.8.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전남에 이어 낙동강을 끼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를 연결했다. 김 지사는 “하동군 화개장터를 포함한 화개면이 섬진강의 지천인 화개천의 범람으로 2m 가까이 침수가 됐다”고 보고했다. 섬진강은 전남과 경남의 경계다. 김 지사는 이어  “섬진강 유역은 범람했고, 낙동강 제방은 유실됐다”며 “이번 기회에 원인 파악과 동시에 하천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점검을 함께 해 달라”고 했다. 김 지사는 이어 “재난관리기금이 5억원이 남아있고 예치금은 229억이 있다”며 “예치금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심의ㆍ의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섬진강 일대 지자체장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구례와 하동 지역의 상인회장과 새마을지도자를 화상으로 연결해 복구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복구 현장에 있는 장관 및 시민들로부터 영상을 통해 현장 보고를 받고 있다. /2020.8.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복구 현장에 있는 장관 및 시민들로부터 영상을 통해 현장 보고를 받고 있다. /2020.8.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후 각 부처 장관들도 잇달아 화상으로 연결했다. 화상 보고의 형식은 마치 현장을 중계차로 연결하는 뉴스쇼처럼 진행됐다. 청와대는 통상 화상회의에서 대통령의 모두 발언 정도를 언론에 공개해왔다. 화상 회의 전 과정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연결된 정경두 국방장관은 북한의 무단 방류와 목함지뢰 등의 위험성에 노출된 강원도 철원에서 보고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북 고창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대청댐 상류에서 각각 농작물 피해와 정화 작업 상황 등에 대해 보고했다. 이어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목포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항만 피해와 복구 상황을 알렸다.

청와대는 국무회의가 끝난 뒤 윤재관 부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재난지원금 상향 검토 등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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